부천 SK의 '해결사' 이원식(28)이 정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부천의 중국 하이난다오 해외전지훈련에 참가한 그는 이튿날 바로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출국에 앞서 병을 앓고 있는 아내(강은화ㆍ24)를 모 종합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중국 도착 즉시 '치료가 힘들 것 같다'는 전갈을 들었기 때문.
그리고 15일 강성길 부천 단장과 함께 다시 중국으로 떠났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아내의 몸을 갉아먹고 있는 병은 몸의 근육이 약해져 심하면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는 중증 근 무기력증이라는 희귀병. 1년여 전에 발병해 그동안 약물 치료만으로 버텨왔으나 최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원식이 금싸라기 같은 동계훈련을 잠시 접은 채 부랴부랴 서울로 돌아온 것도 수술동의서에 그의 서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병원을 서울 삼성병원으로 옮기는 절차를 마무리한 후 구정 연휴 이후로 수술 날짜까지 잡은 이원식은 그러나 "수술을 받아도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
더욱이 종전 병원에서 아내와 똑 같은 병을 앓고 있던 옆 환자가 수술 중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그는 오는 23일까지 예정돼 있는 전지훈련을 끝까지 마치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이를 원하고 있는데다 팀 동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기 때문.
15일 다소 침울한 모습으로 비행기 트랩에 오른 이원식은 "나 하나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아서는 안된다"며 "내가 동계 훈련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내도 병마를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해외 전훈에 돌입한 부천 SK 선수단도 이국땅에서나마 가영(5) 민영(4) 두 딸의 엄마가 속히 쾌유하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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