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⑫>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 이혜원 위원장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는 얼마 전 한나라당 부천시의원 세 명의 쌀직불금 수급과 관련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현장조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부당수령자로 인해 국민적 의혹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 이혜원 위원장을 만나 입장과 함께 여성 정치인으로서 그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쌀직불금 부당수급 사실 밝혀지면 사퇴해야”



한나라당 세 명의 시의원이 쌀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세 명이지만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한윤석 의장은 쌀직불금을 반납했는데 그건 본인이 스스로 부당 수령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친척 형님에게 받기로 한 소작료 대신 쌀직불금을 받은 것이라고 하지만, 소작료를 받지 못한 것은 두 사람이 풀어야 할 문제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쌀직불금을 수령한 부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명근 전 의장은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 주장하는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시의회 의장은 그 일만 하기에도 벅차고 바쁜 자리다. 그런데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말은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갔다고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직접 농사를 지은 걸로 볼 수 있겠는가.



농민들의 생활을 지켜보면 알겠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은 365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땅과 함께 산다. 그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박노설 의원 역시 쌀직불금을 받았다는 것은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말인데,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시의원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겠는가.



세 의원 모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부당하게 수령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직접 농사를 지을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산 부당수급자의 경우 농지법 위반, 양도소득세 탈루 등의 혐의까지 물을 수 있는 중차대한 범죄행위임에도 아직 어떠한 처벌조항도 없는 상황이다.



만약 부천시의원 세 명 중 누구 하나라도 부당수급 사실이 밝혀진다면, 본인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될 것이다.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결백하게 살아야할 공직자, 특히 주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말하고 당선된 사람들인 만큼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기죄나 마찬가지고, 다소 과격한 말로 들리겠지만 주민을 등쳐먹은 꼴이나 다름없다.



쌀직불금 부당수령 사실을 밝혀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강기갑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해도 차일피일 미루는 등 공식통로를 통해서는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해당 지역을 다니며 조사할 수밖에 없어 더디지만 이번 일에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의 조사 역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조사 방안을 알아보고 있고 민주노동당 진상조사위원회와 함께 발로 뛰는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쌀직불금 실경작자에게만 정당하게 지급돼야”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2007년 3월부터 5월까지 감사원이 수행한 ‘쌀소득 보전 직불제도 운영실태’에 따르면 2006년도 쌀직불금 수령자 중 28만명이 비경작자로 추정되고 있다.



땀 흘려 일하고도 부채에 허덕이는 농민과 성실하게 세금을 납세해온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동안 비경작자에게도 부당하게 지급되어온 것으로 드러난 쌀직불금 제도개선을 위해, 민주노동당 강기갑 국회의원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14일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농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먼저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은 쌀직불금 지급대상을 실제 경작하는 관내 경작자 및 관외 임차농으로 한정하고 쌀직불금 목표가격을 생산비에 연동하여 3년마다 변경토록 했으며 읍면동장이 농지관리위원회에 실경작 확인을 요청하도록 했다. 또한 부당수령자에 대해서는 5년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하고 부당하게 신청된 직불금은 환수해 실경작자에게 지급토록 했다.



그리고 ‘농지법’은 현재 자경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의 실경작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농지관리위원회에 쌀직불금 신청자에 대한 실경작 여부도 확인하는 기능을 추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쌀직불금은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이다. 이런 소중한 지원금을 비경작자, 부재지주, 농지투기꾼들이 가로채온 것이다. 직불금은 농지를 가진 사람에게 무조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작권을 가지고 쌀농업에 종사하는 실경작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소중한 국민들의 세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을 했지만 정치인의 삶을 살게 될 줄은...”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결혼 후 남편 직장 때문에 부천과 인연이 됐고, 경제적으로 맞벌이를 해야 돼서 춘의동에 있는 핸드폰 케이스를 만드는 공장에 취직을 했었다.



광주에 있을 때 노동운동을 했었는데 10년 만에 다시 현장에 가게 됐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불만도 많았고 요구도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고 단식투쟁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MBC 시사프로그램에 방송이 될 정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싸움으로 치달았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말았다. 이후 부천 어디에서도 이혜원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2001년 민주노동당에 가입을 하고 당원으로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를 하다가 2003년 해고당한 이후 소사구 지역위원회를 만들게 됐고 준비위원장부터 창단 이후 초대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독재를 해오고 있다.(웃음)



물론 노동조합 활동도 정치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내가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살아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한 번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이상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7월 지역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 부천시위원장에 당선이 됐고 곧 임기가 끝나지만 다시 출마할 생각이다.



“부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최초의 여성 후보였지만”



2004년도에 민노당 국회의원 10명이 국회에 입성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었다.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사안을 민노당 국회의원으로 인해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를 하는 등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모두가 일당백으로 열심히 뛰었고 앞으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면 된다는 생각에 각 지역에서 풀뿌리 지역운동으로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과 고민 속에서 2006년 부천시장 선거에 출마를 하게 된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측면지원을 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바람이었다. 어떤 선거든 후보들은 자신이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고 나가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뻔한 결과를 알고도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남편과 당원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부천시장 선거에서 최초의 여성후보였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다. 사회의 절반이 여성이면서도 소외받고 있는 계층 또한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을 감수해야 했던 것을 대변하고 싶었고,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교육환경이나 건강 등을 개선하고 싶었다.



이런 부분을 여성이기 때문에 어필하기는 좋았다. 하지만 선거는 보수적인 면이 많아 ‘여성이라서 신선하기는 하지만 정치는 남자가 해야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한 번은 선거유세 도중에 연세가 많은 어르신 두 분에게 명함을 드리고 악수를 청했는데 그냥 ‘휙’하고 지나가셨다. 그런데 다시 돌아오시더니 명함과 얼굴을 번갈아보시다가 ‘무슨 여자가 시장 후보로 나왔느냐’고 윽박을 지르시는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 분들에게도 웃으면서 대해야 한다는 게 많이 힘들고 서글프기까지 했다.



“다시 일어서고, 또다시 도전할 계획”



현재는 재래시장을 돌면서 대형마트 규제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민생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설명하고 지역 상인들의 협조와 동참을 호소하고 있고 상인연합회 간담회를 통해 대책위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2006년 이전부터 시작한 상담을 통해 사채로 인해 파산하는 분들이 스스로 신용회복을 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도와드리고 있는데 그 숫자가 2천여명에 달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지난번 총선 때 소사구에서 출마를 했었는데 2012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한 번 정치인으로 살기로 결심을 한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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