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신문-부천타운 공동기획>사랑을 행동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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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신문>과 <부천타운>은 공동기획으로 입양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사랑을 행동으로’를 4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①입양으로 행복해진 엄마

②위탁모에서 입양가정으로

③입양, 부천의 현주소는

④사랑을 행동으로 ‘입양’

 “입양가정은 부모역할이 10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사회적 편견, 입양을 알게 되면서 아이가 겪는 혼란과 상처, 아이가 오롯이 설 수 있기까지 겪어야 하는 힘든 과정 등을 옆에서 지켜봐주고 보듬어주어야 하니까요”

 

홀트아동복지회 부천사무소 손윤실 소장은 “공개입양 가정의 아이들이 자존감 강하고, ‘나도 커서 입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그 뒤에 있는 부모의 사랑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입양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내 아이’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피가 다른 아이’를 내 아이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입양은 꾸준히 늘고 있다.

 

부천에서도 홀트아동복지회 가족모임에 40여 가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다른 기관을 통한 입양 및 비밀입양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다 준 것 같았어요”

 

“입양 후 며칠간 행복감에 밥도 넘어가지 않았어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억지로 마른분유를 먹어야 했죠. 해영이를 처음 안았을 때 느꼈던, 세상을 다 준 것 같은 행복감은 아직까지도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있어요”

 

결혼 후 15년간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주위에서 ‘입양’을 권하기도 했지만 ‘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임으로 병원을 오가면서도 포기되지 않던 엄마의 꿈은 나이 앞에서 서서히 꺾여갔다.

 

“나이 많은 엄마가 되기 싫었어요. 40이 되면서 시험관 아기를 포기했지요. 치료를 중단하니 자궁에 근종이 커졌고 수술을 받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기를 앉고 젖을 먹이고 싶다는 모성애가 생기는 거예요. 마치 큰 파도에 쓸려가듯 입양을 알아보게 됐고, 6개월 뒤 해영이를 입양했어요”

 

김선자(54)씨는 생후 45일된 해영(가명?13살)이와 만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엄마와 딸이 됐다.

 

“해영이를 안는 순간 ‘하나님이 이렇게 예쁜 아기를 주시려고 오랜시간 기다리게 하셨구나’란 생각이 들만큼 좋았어요. 그동안 불임으로 인해 겪었던 여러 고통들이 얼음 녹듯 다 풀어질 만큼요”

 

일주일간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행복감이 계속됐다. ‘내가 낳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해영이를 안는 순간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행복감에 밥도 못 먹었어요”

 

“옛날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줌마와 아저씨가 있었어…”

 

해영이가 4살 되던 해 처음으로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 부모와 전문가들이 ‘어릴 때 동화처럼 들려줘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이가 ‘엄마지?’ 해요. 한달 뒤 다시 이야기를 꺼내니 그땐 ‘엄마 미워’, ‘엄마 싫어’ 하며 울었어요. 내가 이야기하는 것 보다 입양가정 모임에 나가 아이가 저절로 알게 해야겠다 마음을 바꿨지요. 하지만 학교에 들어간 어느날 ‘엄마 입양은 버리는 거지’ 하고 묻는 거예요”

 

그녀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해영이에게 그녀는 “입양은 낳아준 부모와 키워준 부모가 따로 있는 거야”하고 답해줬다. 다시 묻지 않는 아이를 보며 ‘잘 받아들였구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던 어느날, 학원을 가면서 해영이를 코트 속에 꼭 품고 ‘임신한 것 같다’고 무심코 던진 농담에 해영이가 한 말은 ‘엄마는 나 안 낳았잖아’.

 

“공개입양이라고 수없이 이야기 했지만 해영이 말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하지만 요즘 해영이는 ‘난 결혼하면 한명만 낳고 한명은 입양하겠다’고 할만큼 씩씩해졌어요”

 

입양으로 아이가 겪을 고통과 힘듦을 생각하면 부모 역시 평생 눈물을 안고가야 하지만 아이가 주는 풍요와 기쁨에 비할 수는 없다고 했다.

 

 

 

“괜찮아. 난 용감하잖아”

 

“공개입양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아이와 아이를 키우며 필요한 이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해요. 아이들 중에는 부모에게 ‘입양된 걸 더 이상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녀 역시 해영이에게 입양 공개에 대해 물었다.

 

“다른 아이 이야길 들으니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해영이는 ‘세상사람 다 알아도 돼. 나는 용감하잖아’ 해요. ‘어떻게 저렇게 건강하게 자랐지’란 생각에 가슴이 벅찼어요”

 

그녀는 해영이가 커갈수록 입양에 대한 주위의 편견을 깨 나가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교사가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부탁하는 편지와 책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보내기도 했다.

 

“한 아이를 입양해 키우기 위해서는 마음이 강해져야 해요. 우리아이가 사회에서 많은 편견에 맞서서 잘 살 수 있도록 막아주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요”

 

그녀는 “입양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입양을 통해 행복을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해영이는 어른이 되면 자기를 낳아준 엄마아빠를 만나보겠다고 이야기 할 만큼 밝은 아이로 자랐다”고 뿌듯해 했다.

    

글/ 부천타운 김영의 기자

영상/ 부천신문 임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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