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우체국 아줌마, 박미숙 씨 이야기

 

매일 사무실로 우편물을 배달해주시는 우체국 아줌마 박미숙 씨, 벌써 그 인연도 6년이나 됐다. 더우나 추우나 항상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눴었는데, 요즘 그녀의 얼굴이 밝지가 않다.

 

언제부턴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우편물 배달하는 게 눈에 밟혀 우연히 만나게 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마침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12일 오후 사무실로 등기를 가져다주는 박미숙 씨 붙들고 무슨 일 있는 거냐고 물었다.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우체국 아줌마, 차나 한 잔 드시고 가시라고 의자를 내어드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박미숙 씨.

 

“요즘 정말 사는 게 아니에요. 정읍에 엄마가 계시는데 술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에 평생 혼자 힘들게 돈 버셨거든요. 그 돈으로 자식들 공부시키고 어렵게 집도 마련하셨는데 그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요. 저는 딸이라는 게 먹고사는 일이 바빠서 내려가 보지도 못하고 마음만 끓이고 있네요”

 

내용인즉, 정읍 첨단과학산업단지 조성사업지구 내에 박미숙 씨 어머님 댁이 위치해 있는데 감정평가 결과에 따른 보상가가 터무니없어 협의가 불성립된 것이다. 토지는 인근지역 보상내역의 1/3, 무궁화나무도 인근지역은 3~4만원 보상해준 것을 1만5000원~2만원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이주대책과 생계대책도 없이 집을 빨리 비우라고 하는 상황이에요. 엄마가 당장 길거리로 내쫓기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눈앞이 캄캄해요. 올해 일흔셋이 되셨는데, 남은 인생 편히 쉴 공간은 마련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엄마 집 지키겠다고 강제집행 들어왔을 때 몸에 신너를 뿌리고 저항하는 동생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도 안 와요”

 

 

박미숙 씨가 부천에 둥지를 틀고 산지 20년이 됐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들어갈 때,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었다. 위탁집배원으로 5년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다가 그 경력으로 운 좋게 계약직 상시집배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 현재는 정규직 집배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살다보니 이렇게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엄마 생각만 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가끔 머리에 빨간 띠 두르고 시위하는 사람들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할까’ 생각했는데, 이젠 이해가 되네요. 정말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어요”

 

하루 빨리 정읍 어머니 댁 일이 해결돼서 다시 웃는 모습으로 신나게 일하는 우체국 아줌마의 모습이 보고 싶다.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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