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현증 시의원

한 여름의 지루한 장마는 그 가을의 풍요로운 결실을 더욱 빛나고 가치 있게 해주는 자연의 배려와 선심일 수 있습니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물질만능의 불신 풍조가 불안을 부추기고 삶을 위한 행복에 검은 구름으로 그늘을 드리웁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 간의 인정이 필요하고 그리워지는 때라는 것을 절감하게 합니다.

 

금번 부천시의 [행복한 마을 만들기] 조례는 이런 안타까움과 아쉬움 속에서 마을마다의 공감대를 주민 스스로의 노력과 배려에서 시작하고 참여하고 만들어서 행복을 키워보자는 작지만 커다란 기대로부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약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곧 마을을 형성하게 된 것이고 이런 마을을 공동체라고 일컫게 된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두레나 향약, 품앗이 등이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아파트와 같은 기능위주의 주거환경은 물론 이로 인한 사람들 간의 단절과 간극은 요즘 같은 층간 소음과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여 인간성 상실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이웃 간의 소통과 대화의 부재를 해결하고 공동체인 마을에서의 갈등을 줄여가며 행복하고 화목한 삶을 추구하자는 취지가 [행복한 마을 만들기]조례를 만들게 된 근본적 동기가 된 것입니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정 문제를 가족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듯이 같은 마을 안에 살면서 야기되는 마을의 문제는 결국 마을 사람들 끼리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때, 마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의논하고 토론하고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면서 소통이 가능해지고 희생과 양보는 물론 도움을 넘어 나눔으로 이어짐으로써 인간미를 발견하게 되며, 거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지금 부천시에서는 각 구청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에게 원도심 활력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그 간 시비 투입으로 해결하거나 이루어진 일련의 공공 건설 사업들을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 본래 마을 만들기는 그 마을의 주민이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공론화하며 함께 모여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취지이고 마을 만들기가 갖는 주된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성공한 국내외 많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민이 중심이 되어 자치적으로 이끌어 나갔을 때였으며, 전문가나 행정관서는 재정지원이나 보조자 역할로 남아 있을 때였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다만 마을에서의 문제 해결의 노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며, 행정관서는 꼭 필요한 마을 공동체의 공공사업을 위한 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역할로 족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마을 만들기는 외부의 간섭이나 참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의 공동체 형성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스로의 문제는 스스로가 잘 알고 있으며 해결 또한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 주도의 사업은 늘 일방적이고 책임의 한계가 있으며 지속성에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결국 자기 삶의 터전인 마을 주민의 내밀한 의견보다는 소수의 의견에 혹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인한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때문에 마을 만들기는 주민이 반드시 주인이어야 합니다. 마을 주민이 삶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삭막한 도시에서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 간에 인문적인 요소가 필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흔히 거론되는 감성 지수와 같은 인문적인 요소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 간의 사려 깊은 교감이고 원만한 소통이며 이웃 간의 서로에 대한 인정이며 지극한 배려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마을 만들기는 주민의 자치이고 자립이며 자조에 근거해야 하는 필수 요건을 근간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람의 행복은 물질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적인 관계의 회복과 함께 인간성의 회복 역시 중요한 것입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공동체라는 동료의식이 요구되고 필요한 때입니다. [행복한 마을 만들기]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더불어 마을 주민 모두가 잘 살기위해 스스로 돕고 서로를 살리려는 마음과 조상 전래의 아름다운 상부상조의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마을을 행복하게 상상하면서 이루어지기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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