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조용명 스쿨김영사 부천지사장

지난 수요일, 지인과 함께 부천오페라단의 공연을 보러 목동 KT체임버홀에 다녀왔다. 관람 전, 지인에게서 ‘제목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주요 아리아를 위주로 하여 한 시간 정도로 압축한 공연’ 이라는 정보를 살짝 듣게 되었다. 오페라는 연극, 미술, 음악을 총망라한 종합무대예술이다. 그런데 그것을 한 시간짜리로 만든 공연이라니, 과연 어떻게 연출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매우 컸다.

 

워낙 유명한 오페라이므로 스토리 언급은 제외하기로 하겠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오페라라고 하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무대 장치도 걸개그림 하나에 주변에 걸터앉을 만한 것들 두어 개 정도. 음악은 피아노 한 대에 조명 또한 핀 조명이나 바뀌는 것 없이 전체적으로 환하게 밝혀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이런 열악함으로 ‘부천오페라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는 짐작이 갔다. 내가 느끼기엔 ‘오페라의 대중화’, 혹은 ‘오페라 어렵지 않아요’, ‘오페라와 친해지기’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름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하면 ‘어렵다, 지루하다’, 혹은 ‘가까이 하기엔 먼 고급 예술’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거기에 비싼 관람료는 더더욱 오페라에 쉽게 다가가기 힘들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한다.

 

공연 시작 전에 기자인 지인의 부탁으로 몇몇 사람들의 인터뷰를 돕게 되었는데,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긴다던 중년의 여성도,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온 아이 엄마도, 그리고 다정하게 데이트 나온 연인들도 오페라 공연을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내가 보기엔 그날 관객들 중에 오페라를 처음 관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어떠했을까?

 

이쯤에서 이번 공연의 아쉬운 점을 들어보겠다. 오페라는 연극이나 영화처럼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춘 예술이 아니라, 스토리 보다는 음악과 무대, 배우들의 연기에 포커스를 맞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도 새로운 오페라 보다는 과거 훌륭한 오페라들을 끊임없이 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스토리를 미리 좀 파악하고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으면 그 감동이 배가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관객들의 내용 이해를 돕겠다는 의도는 매우 새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충의 내용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해설을 좀 곁들여서 관객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공연에 끌어 들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좀 알고 보면 가사도 귀에 더 잘 들어와서 애절한 혹은 능청스러운 장면들이 더욱 재미있고, 그래서 공연을 더욱 즐겁게 관람하지 않았을까 한다.

 

비보이 공연을 곁들여 분위기를 흥겹게 달군 것은 좋았는데, 객석에 앉아 있던 비보이 공연자들을 무대 위로 불러올릴 때, 어린 아이들까지 멋모르고 무대 위로 따라 올라가는 바람에 극의 흐름이 조금 산만해졌다.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둘까마라의 대사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겠다.

 

부천에 살고 있으면서 부천오페라단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리플릿의 소개에 의하면 부천오페라단은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창단하였으며 ‘공연사업과 교육 사업을 통하여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문화의 소외계층이 없도록 노력’하는 단체이다.

 

이번 공연도 그런 취지에 맞게 기획된 공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은 밝았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오페라라는 고급 예술을 접할 수 있었으니 관객들의 발걸음도 가벼웠을 것이다. 그 발걸음들이 오페라의 매력으로 한 발 한 발 더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 부천오페라단의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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