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목사 칼럼]

어느 해인지 이미 오래되어 가물가물한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오른다. 의사 친구가 말했다. ‘우리는 동료의사가 수술하다가 핀셋을 두고 봉합 한 것을 X-Ray로 확인하고도 환자에게 그 사실을 전하지 않고 다른 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재수술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전문업 종은 다른 전문가가 잘해 놓았는데도 잘못했다고 트집을 잡아서 문제를 만들어 동료 간에 의리를 지키지 않는다고 꾸중을 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기억이란, 주관적 관계다. 너무 오래고, 세월이 흘러 사실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리’라는 문구의 정의가 매우 다양하게 쓰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사회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고 있는 단어가 있다. ‘관계’이다. ‘ㅤㄲㅘㄴ시’라고 발음 한다고 한다.

 

관계가 좋으면 모든 사안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협력하지만, 관계가 좋지 못하면 사안의 옳고 그름을 차지하고, 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이라는 것을 중국인들과 함께 관계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것 역시 사실인지 아닌지는 경험해 본 바가 없다. 굳이 중국만 그러하랴?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학연, 지연, 혈연 등 자그마한 나라에서 이러한 관계를 가지고, 어떤 이익이 있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공익이나 법리나 원칙 내지는 윤리적인 부분까지 무시한 체 이익을 분배하는 사건들이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기야 지연으로 친다면 한반도에 고구려, 신라, 백제란 삼국이 통일되어 한 나라가 된 때도 있었다. 그리고 고려와 신라가 또한 서로 견제하다가 통일된 국가가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단군이라는 한 시조의 자손임을 자부하고 있다.

 

단군 시조론은 신화이든지, 사실이든지를 따지기 전 우리는 한 민족, 한 겨레이다. 그러므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지역주의는 뿌리를 뽑아야 하고, 편 가르기를 어떤 이유로도 유발시키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번 순천시가 여당 의원을 뽑아준 사건을 매우 고무적인 희망의 씨앗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학연도 그렇다. 한 학교에서 공부한 것에 대한 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그 동창생들이 어느 기관을 독점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동창끼리의 이기주의로 의리 집단이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되면 심각한 공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한 병원에 Y대학 출신만 의사로 채용을 한다고 하자. 그 병원은 Y대학의 명성으로 평가를 받고, 의료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그 학교가 명문이 아닌 경우 누가 그 병원을 믿고, 환자들이 갈 수가 있는가? 결국 그 병원은 급기야 그 지역사회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 아닌가?

 

병원을 위해서 지역사회가 있어서는 안된다. 지역주민을 위해서 병원이 있어야 하고, 상가가 있어야하며 종교시설과 여러 가지 기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인 지역주민을 위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고, 애용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 있어 기업이 자라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기업이면 기업, 병원이면 병원, 종교기관이면 기관의 내적 조직의 의리를 위해서 똘똘 뭉친다면 자박자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누가 서로 협력을 할 것인가? 아무도 협력할 주민이 없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이나 병원이나 서비스 업체가 되자면 먼저 자신들이 스스로 소비자 앞에 투명해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실수면 실수, 윤리적 잘못이 있으면 잘못되었음을 사과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에 개선되어야 할 점을 깨끗이 주민들 앞에 드러내어 놓아야 한다.


미국은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국가부터가 투명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이것만이 국민을 믿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백악관의 평면도는 물론 보초자가 어디에 근무하는가를 다 밝히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이번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서 미국의 의료진이 파송되었다. 미국에 귀국하자 미국 국민의 요구에 따라서 병원에 강제 격리를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격리 수용되기 전에 다녔던 제과점, 의상실 및 백화점까지 모두 공개됐다. 그러므로 다녀갔던 상점이나 기업이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신뢰를 위해서 투명하게 개방하였다. 투명하게 자기를 내어보일 때, 신뢰가 생겨나고 신용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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