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목사 칼럼]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족주의 나라가 이스라엘일 것이다. 유대민족주의는 종교와 일치가 되어 그 강도가 튼튼하기 그지없다. 세계 어디에 살아도 유대인 열 가정만 모이면 학교를 짓고, 회당을 건축하고, 그들만의 문화와 신앙생활을 영위해 간다.

세계 2차 대전 때는 전범국가인 독일이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우면서 상대적으로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600여만 명이 가스실에서 죽은 인류의 가장 잔혹한 살생의 사건이 있었다. 그 원인은 민족우월주의였다. 지금 우리의 가까운 이웃 일본은 우경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 우경화는 민족주의와 인간을 천황으로 섬기는 종교화로 온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작업이 먼저 선행된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했던 만행의 뿌리 역시 일본은 일등국민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은 이등국민, 그리고 중국을 삼등국민으로 여기며 민족우월성을 주장한다. 우리나라도 민족주의 정신이 강하다. 우리 자신은 모르지만 매우 타민족에 대하여 배타적이다.

그 뿌리는 중화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중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이 세계 중심이라는 이상한 착각에 영합하여 우리나라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이므로 다른 민족이나 국가에 대해서 매우 우월하게 생각했다. 일본을 왜국이라고 부른 것은 그 연유에서 우리 민족 중심으로 다른 민족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양상이 달라졌다.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다. 그래서 지구촌이라고 했다.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은 큰 세계라는 마당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지금 세계는 예전처럼 넓지 않다. 좁디 좁아졌다. 통신의 발달, 그리고 교통의 발달로 이젠 서로가 한 가정처럼 살아가고 있다. 한류의 물결은 지구촌 반대편에서도 선호하고 즐기며 공유하고 있다. 소식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소식이 동시에 함께 보고, 느끼고 살아간다. 이젠 민족주의를 말하기란 알맞지 않다.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 인류가 지구촌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가지지 아니하고는 오늘의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를 면밀히 보면, 지역주의가 아직 살아있다. 호남향우회, 충청향우회 내지는 영남향우회 등 같은 고향사람들끼리 화목하고, 결집하여 협력하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이지만, 경기도에 와서 우리끼리의 동아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천만 하더라도 부천의 토박이가 많이 살고 있다. 사실 남의 고장에 타향 사람들이 이주해 와서 살면서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자신들의 향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현대인들은 유목민들처럼 옮겨 살아서 농경사회의 의식으로 이해할 이유가 없지만, 타향에 와서 외롭다고 해서 고향사람들끼리 향우회를 조직하고, 그 조직으로 지역사회의 여러 이권에 개입하면서 세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덕스럽지 못한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천에 와서 몸담고 살면서 저마다 동향 끼리끼리 삼삼오오로 뭉치는 것은 토박이 시민들에게 결례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사람을 보고 싶어 하고, 동일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인들 싫어하랴? 그러나 이제는 민족주의를 뛰어넘어 세계인이 되어야 하듯이 향리를 뛰어넘어 누구나 부천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 서로가 자제하고, 삼가다가도 선거철이 오면 마치 홍해가 갈라지는 것처럼 인간군이 갈라지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의 문화의식이나 교양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스스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인격이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말과 행위를 통해서 드러나게 된다.

자그마한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면서 향리 때문에 서로 화목이 깨어지고, 관계가 불편해 진다고 하면 스스로 행복을 잃어버리는 처세가 될 것이다. 심지어는 신라, 백제,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분도 계신다. 아니다 신라, 백제, 고구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은 지난날의 역사이다. 분열왕국의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이다. 삼국이 통일이 되었다.

통일 민족, 통일된 나라의 후세라고 스스로 자부하므로 말미암아 남북으로 갈라서 있는 서러운 민족에게 새 지평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리를 중심으로 갈라서게 하는 것은 더 슬픈 이야기이다. 피보다 물이 진한 사회가 되어야 평안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실 강이 바다에서 만나 하나 되듯 우리 고장은 고향을 묻지 않는 지역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