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권 박사의 도강칼럼④

[부천신문] 내가 위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상형문자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게 사태를 관조하여 핵심을 꿰뚫어보는 직관력을 기르는데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직관력은 단순히 문자의 의미를 안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문자의 의미는 사전을 찾는 수고스러움만 견디면 누구나 찾을 수 있다.

당장 어디부터 읽어야 할까? 상형문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그림은 서있는 사람과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둘 사이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 조금만 주의력을 기울이면, 사람들이 보는 방향에 따라 글자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서있는 사람의 위쪽에 있는 작은 문자는 서있는 사람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고, 앉아 있는 사람의 위쪽에 있는 작은 문자는 앉아 있는 사람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두 사람 사이의 정중앙에는 글자의 방향이 서로 겹쳐져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눈동자(ir;)의 방향이 서로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정중앙에서만 글자의 방향이 겹쳐져 있을까? 누군가에게 두 사람에 대해 설명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단계까지 혼자서 유추할 수 있다면, 직관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면, 우리의 직관력을 믿고 눈동자의 아랫부분을 먼저 해석해 보자. “아몬신에게 영혼의 싹()의 정화를 부탁하니, 신은 그에게 영생의 삶()을 주었다.” 바로 이 그림의 핵심을 말한 것 같다.

자, 그러면 서 있는 사람의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는 다름 아닌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주인 “아몬-라(Amon-Ra의 화신(kheper;))”이자 그의 아들 “토트모세()”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아몬신(Amon) 신이다. 그는 머리에 두 깃털의 관()을 쓰고 있다.

이 쯤 되면 궁금한 것은, 왕은 무엇을 축원하고, 신은 무슨 말을 한 것일까 이다. 왕의 축원은 그의 뒤에 “심장에 신비롭게 태양 빛과 같이 항상 흐르길” 그리고 “사후(死後)에도 천년왕국”이란 기원이 새겨져 있다. 이에 대한 아몬신의 대답은 “너에게 삶과 덕의 왕국, 평화의 왕국을 주며, 너의 마음과 같이 태양빛이 오래도록 만물에 비추리라는 말씀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윗부분을 해석하면, 태양신 라(Ra;)에 마트의 날개()는 “정의의 빛”을 상징하는 것이고, 오른편에는 “검은 땅(kemet; 이집트의 옛이름)에 신의 말씀이 영생의 삶을 주니 신도 행복하다”는 글귀와 왼편에는 “검은 땅에 신의 말씀이 영생의 삶을 주니 태양처럼 빛나는 삶의 선물”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검은색 띠는 이집트의 상징이고, 빨간색은 남성, 노란색은 여성을 상징하며, 남녀의 조화도 영생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아울러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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