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권 박사의 도강칼럼⑩

▲ <주석> 차크라(Chakra)가 닫혀 조물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프타흐. <해석> 진리의 영주 프타흐, 심장에 좋은 에너지를 간직한 왕, 신분은 물질을 만드는 대장장이.

[부천신문] 인간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하나의 관념으로 포착될 수 없는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상 생물로서 인간은 자연의 다양한 기능과 능력들에 반응하고 의존하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우리의 신체는 자연의 종별적 특성에 반응하는 각각의 기관들로 구성된다. 각 기관들의 유기적 결합 속에서 형성된 것을 우리는 본능이라고 부르며, 본능은 각 기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의식까지도 포함한다. 본능의식은 우리의 살과 피부에 각인된다. 그 중에서 생명의 힘을 관장하는 최상급 기관의 의식을 넋(Ka;)이라 부른다.

우리의 신체 중 생체 에너지를 담는 그릇으로 비유되는 기관으로는 심장, 척추, 피, 림프선, 신경기관 등이 있다. 이들 기관은 아몬-라(Amon-Ra)가 관장하는데, 창조신 아몬(Amon)은 보이지 않는 공기와 연관되고, 태양신 라(Ra)는 하늘의 불과 연관된다. 여기에 지상의 불을 관장하는 조물주 프타흐(Ptah;)를 추가하면, 생체에너지를 관장하는 삼위일체가 완성된다. 기본적인 생체에너지는 아몬-라가 관장하는 천상의 에너지를 호흡하는 것과 프타흐가 관장하는 지상의 물질에너지, 즉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에서 유지된다.

‘아몬-라-프타흐’의 삼위일체는 본능의식 속에서 통일적으로 작동되는 신체 각 기관을 재통합하는 어떤 단위이다. 이 단위를 우아(oua;)라 한다. 왜 메추라기()가 하나의 단위()로 간주되는 것일까?

메추라기의 특성을 감안하여 유추해 보자. 혹시 대중의 식량이 하나의 단위가 된다는 뜻 아닐까? 지상에 사는 존재를 이우(iou;)라 하는데, 이는 집단 활동을 표상하기 때문이다. 이우아(ioua;)는 개성화된 존재, 즉 직업에 의해 특성화된 존재를 뜻한다.

메추라기가 좋아하는 갈대()가 앞에 있으면, 선물(sou;)을 뜻하고, 빵조각이 메추라기의 뒤에 있으면 우트(out;), 즉 “육체를 지속시켜 생명을 연장하는 정신”을 뜻한다. 메추라기 앞뒤에 빵조각이 있으면 투트(tout;)인데, 이는 죽은 시신을 불멸의 세계로 전송하는 미이라() 혹은 이미지(image)를 뜻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죽은 시신에게도 공물(hotep;)이 필요한데, 이는 프타흐(ptah;)가 설계한 이집트 멤피스 문명의 근간이다.

프타흐(pth)의 시뮬라크르 공물(htp)은 죽은 자의 넋(Ka)을 위로하기 위해 봉헌되어 신전에 저장되었다가, 범람기() 혹은 유사시에 다시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해 방출된다. 이것이 “증여경제”의 근간이다.

물건을 주고받는 시장경제의 원리와 전혀 다른 증여경제의 원리는 주고, 받고, 되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증여경제는 누군가에게 무조건 주고 싶어 하는 호혜성을 기본으로 한다.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아닌 호혜에 기반을 둔 사회경제적 관계는 포스트자본주의의 좋은 대안이다.

이집트 문명코드였던 죽은 자의 넋을 달래는 봉헌 대신, 시장 경쟁에서 낙오한 산 자를 살릴 수 있는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존재자 소득”을 지불한다면, 시장 경쟁에서 승리한 자에게도 영혼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무조건적인 “존재자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야 말로 일자리 창출,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다. 이것을 외친지, 벌써 10년이 다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프타흐의 봉인이 풀릴까? 

<dogang.jeon@gmail.com>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