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권 박사의 도강칼럼⑲

▲ <해석> 원숭이 석상 위쪽: 토트의 화신들, 위대한 신, 하늘의 주인. 마트 여신을 섬기는 왕: 북왕국과 남왕국, 두 땅의 주인, 케페르카레(Kheper-ka-re;①), 옥좌의 주인 세소트리스, 그에게 영생을 준다. 언제나 태양과 같은 권력과 안정도 함께. 석상과 왕의 사이: 봉헌물이 마트의 법칙 속에서 제공되며 그것에 의해 삶이 주어진다. 왕의 머리 위: 두 왕국의 생명의 빛, 하늘의 주인은 빛을 준다. 왕의 뒤편: 광합성하는 식물처럼 피어나도록 삶을 보호하라.

[부천신문] 위의 사진은 제12왕조 두 번째의 파라오 세소트리스1세(기원전 1962∼1928)의 조각상으로,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대략 40여년을 장기 집권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간은 순탄치 못했다. 외부적으로는 수많은 적들이 침범하였고, 내부적으로는 25년간의 기근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소트리스1세는 어떻게 이집트 제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을까? 어떤 이집트학자는 장기집권의 요인으로 쿠데타로 집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빈번한 외침이 강력한 집권 세력을 원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다.  

이집트의 중요 국경지대는 세 구역으로 나뉜다. 하이집트의 누비아 접경지역과 가나안 지방의 아시아 접경지역, 상이집트의 수단 접경지역이다. 세소트리스1세는 이들 지역에 대략 12개의 요새를 건립하였다. 외적을 막기 위해 요새의 건립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장기적 기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원을 건립하였다고 하는데, 이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그가 건립한 대표적인 사원은 헬리오폴리스의 레의 사원, 아비도스의 오지리스 사원, 그리고 종교의 성지 테베의 아몬 사원 등이다. 위기 시기의 건설부양책은 세소트리스1세의 사후에도 계속된다. 그의 피라미드는 밑변이 105미터, 높이 65미터로, 4왕조의 피라미드 이후 가장 큰 피라미드이었다고 한다.

이집트제국이 왕국의 안정을 건설부양책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흔히 알려진 상식과 여러모로 다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노예노동에 의해 피라미드가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성경과 고대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 플루타르코스 등에 의해 왜곡되었다.

하지만, 5000분의 1의 정밀오차를 요구하는 피라미드 축조기술이 노예노동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납득 되지 않는다. 게다가 피라미드 건설에 따른 마을의 형성과 그곳에서 발견된 유골의 뇌수술 흔적은 건설노동자가 노예, 즉 말하는 도구가 아니었음을 반증한다.

이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그 왜곡과 편향은 하나의 소소한 잘못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몰이해 하게끔 만든 인식론적 장애물로 작용되었다. 가령 이집트제국은 노예노동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라는 식의 습관적 사고로 이어졌다. 헤로도토스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타자의 세계를 보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곡해를 만들었다.

그의 눈에는 공물의 헌납과 배분에 따른 증여의 원리, 즉 마트(Maat)의 법칙에 의해 조직된 경제가 보이지 않았다.

마트의 법칙에 따른 분배는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거나 위기의 시기에 나타난다. 피라미드와 사원의 건설이 노예노동도 아니고 노동자의 강제부역도 아닌 까닭은 그 건설비용이 귀족과 재산가들의 공납물로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자의 재산을 빈자들에게 재분배하는 수단으로 신전과 피라미드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마트(Maat)의 법칙은 부자의 명예와 가난한 자의 빵이 서로 교환되는 법칙이다. 이것은 이집트 제왕학의 핵심이자 이집트문명이 장구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시장의 정글법칙은 경제위기와 함께 가난한 자를 더 가난하게, 부자를 더 부자 되게 만든다. 이 정글 법칙을 선호하는 자들과 머니게임에 길들여진 자들은 富의 재분배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겠지만, 정치적 정당성은 여전히 그것을 외치는 곳에서 생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핵심문제는 여전히 그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는 그것을 외치는 정치와 정치집단들이 수면에 잠겨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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