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권 박사의 도강칼럼⑳

[부천신문] 천상의 여신 누트(Nout)를 통해 우주의 질서를 상징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메두-네테르(Medou-Neter;)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네테르(neter;)는 깃발 표시로 神(dieu)을 뜻하고, 메두(medou)는 경찰이 들고 다니는 육모 방망이로 권능(pouvoir et puissance)을 뜻한다. 그리고 셋 점선은 복수를 뜻한다. 따라서 은 “신의 권능들”이다.

네테르(neter)는 신을 뜻하기도 하고 동시에 신적 역량으로서의 원리와 기능을 뜻하기도 한다. 만일 신을 이렇게 원리와 기능으로 이해한다면, 신이란 각자의 믿음과 상관없는 무의식적 관념일 뿐만 아니라 시원적인 자연 상태의 단위인 것이다.

왜냐하면, 파장(onde)을 표시하는 문자 n()은 자연의 변이와 그 기능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자 t는 혹은 로 표시 되는데, 전자는 동물을 묶는 밧줄이고 후자는 밀을 구워 만든 부풀어 올라오는 빵이다.

문자 r()은 입을 재현하는 기호인데, 입은 호흡을 만드는 허파와 음식물을 분해하여 힘을 만드는 위장과 연결된 관문이다. 그래서 입은 이중화의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화는 입술을 열고 닫는 상하의 개폐운동에 따라 그 크기가 증가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원리와 더불어 부분적인 기능이 모두 이중화의 기능을 갖는다.

부분과 전체가 모두 빛을 갖는 태양의 속성과 같다고 하여, 이를 라(ra;)로 표시한다. 네테르는 이와 같은 세 원리가 하나의 상징적 단위로 재현된다.

좀 더 풀어보면, 자연의 변이운동은 동물적인, 즉 능동적인 이중화의 기능을 갖거나 혹은 식물적인, 즉 수동적인 이중화의 기능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동물적인 운동은 능동적이지만 공간적 운동이고 식물적인 운동은 수동적이지만 시간적인 운동을 재현한다.

문자 테르(ter:)는 시간을 의미하는 단위이다. 식물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싹이 돋아나서 자라면 꽃과 열매를 맺고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 낙엽이 떨어지는 변이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르(Ter;)는 나무에 싹이 나오는 이미지로 1년을 나타내는 단위가 되는 것이다.   

문자 네르(ner;)는 모든 활동(이중적 기능 작용)의 에너지를 뜻하고, 그것의 시뮬라크르 렌(ren;)은 이름을 나타낸다. 렌은 샹뽈리옹이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를 카뚜쉬(catouche)라고 명명했고, 이 속에 있는 문자는 왕의 이름을 나타낸다고 했다.

어쨌든, 이름은 어떤 에너지를 담아 놓는 것임과 동시에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 에너지가 열리는 것이다. 문자 n()은 자연의 파장을 상징하며, 이 파장은 시원적인 혼돈의 상태 혹은 플라즈마의 상태, 즉 눈(noun;)으로부터 나온다. 혼돈에 혼돈을 거듭하여 마침내 하나로 분리되면, 마치 양자역학처럼 파장이 너무 쌓여 하나의 입자처럼 되면 천상의 물 누(nou;)가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만 오직 암흑 속에서 빛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나스(Unas)의 피라미드 텍스트를 보면, 창조신 아몬(Amon)의 담화에 이러한 말이 있다. “하나는 백만이다”, 즉 일자는 다자이다. 이 상황은 창조 이전의 비가시적인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오직 탈출할 수 있는 것, 즉 가시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다자가 일자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다자로 구성된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 입자처럼 어떤 차이를 산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가시적인 창조의 문이 비가시적인 세계로부터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가시적인 세계에서의 차이는 하늘과 땅에서의 음양원리처럼, 혹은 물과 불의 운동처럼, 혹은 빛과 그늘처럼 이중적인 기능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을 주관하는 신은 하늘의 신 누트(Nout)이다.

누트 여신는 땅의 신 게브(Geb)와 쌍둥이다. 그들의 부모는 공기의 신 추(Chou)와 습기의 신 테프누트(Tefnout)였다. 누트여신의 신체는 천상의 궁륭이고, 그 모습은, 특히 여신의 가슴에서 델타(Δ)지역까지의 모습은 밤하늘의 은하수와 같다. 이집트인들은 누트여신의 손과 발이 땅과 맞닿았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노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몸과 드레스에는 별들이 펼쳐져 있고, 그녀는 별의 운행을 관장했다고 한다. 아침에는 별들을 삼키고 태양을 토해내고 저녁에는 다시 별을 토해내고 태양을 삼킨다고 생각했다. 모든 탄생은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나오고 모든 사라짐은 그녀의 팔 사이에서 지나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모든 신(neter)의 탄생을 주고, 그것이 자연의 운행과 어긋날 때는 혼돈의 뱀 아포피스(Apophis;)를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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