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 목사 칼럼]

[부천신문] 어느 포도원에서 포도를 추수할 일꾼들이 필요했다. 포도는 장마가 오기 전에 추수를 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포도가 포도 줄기에 달린 채로 썩어버린다. 아예 장마철 포도 냄새는 포도주 냄새로 진동한다.

포도원의 주인은 급히 포도를 추수할 일꾼들을 찾아 인력 시장으로 나갔다. 우선 만나는 사람마다 포도원으로 모여 포도를 수확하게 했다. 그러나 손이 모자랐다.

다시 오전 10시를 훌쩍 넘어 인력시장을 나가보았다. 몇 사람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분들을 모셔다가 포도 수확을 부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하루 해를 넘기면 모두 부패할 것만 같았다.

다시 나가 보았다. 마침 오전 일을 끝내고 다시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가 오후 3시경이었다. 이 분들을 모셔서 포도원에 수확을 하도록 부탁했다. 하루 일과가 끝이 났다. 포도 수확이 거의 완료가 된 상태이다. 수고한 분들에게 품삯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포도원 주인은 일하신 모든 분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가족이 있는 가장들이었다. 포도원 주인은 마음을 정했다. 일찍 일을 시작했든, 늦게 들어와 일을 시작했든 가장으로서 집에 돌아가면 온 식구가 식사를 하셔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해서 반나절 일한 사람도, 하루 일일 수고비 전부를 지불해 주었고, 아침 일찍 나온 일군들도 똑같이 하루 일당을 계산하여 인건비를 지불했다.

이 때,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일찍 나와서 일했는데, 왜 늦게 온 사람들과 동일하게 하루 일당을 주느냐는 것이다.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일을 한 만큼 받아야 공평한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장시간 일을 했으면 많이 한 대로, 짧은 시간에 일을 했으면 그 일한 대가로 주는 것이 공평이라고 주장을 한 것이다. 일을 한 사람으로서는 맞다. 타당한 일이다. 시간에 상관없이 똑같은 금액을 주는 임금의 지급 방법은 불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은 달랐다. 일을 오랫동안 했든지, 많이 했든지, 짧게 했든지, 적게 했든지 상관할 것 없이 우리 포도원에서 일하신 분들 누구든지 일용할 양식을 받는 것이 좋다 라고 생각하기에 무조건 다 주인의 입장에서 공평하게 나누어 준 주인의 주권행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을 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공평과 주인 입장에서의 공평이 차이가 난 것이다.

오늘의 노동 운동을 보고 있노라면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의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에 차이가 큰 것 같다. 노동자는 일한 대가가 만족치 못하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건실하게 되어야 계속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인건비는 수고한데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옳은 일이다. 문제는 수고한 대가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한 일의 대가의 금액 결정은 노사간에 대화를 통해서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합의된 보수로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욱이 받은 소득에 만족할 수 있는가 아닌가하는 문제는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소비생활에 의해서 수입의 만족과 불만이 결정되는 것이지 맡은 노동에 의하여 만족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기업 노동자들을 귀족 노동자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의 차이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 어디든지 있기 마련이다. 하늘에 태양이 떠오른 이래 임금이 공평히 분배되는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칼 막스가 주장한 사회주의 사상은 결코 이 지구촌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일 뿐이다. 우리가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공정한 분배와 공평한 분배를 추구해야 함에 있어서는 분명히 시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분배의 문제 이전에 만족할 수 있는 자족능력이 행복사회를 만들어가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족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 자족할 수 있는 사람만 행복해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절대 빈곤층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빈곤보다 상대 빈곤 문제가 큰 문제이다. 자족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오늘 노동 문제의 핵심 관건인 것이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