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 목사칼럼]

[부천신문]인류는 신절대주의 시대(God-centered era)인 종교암흑에서의 탈출을 위해 수십 세기를 소비했다. 드디어 서양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필두로 이성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비본질을 타파하고 근본이 되는 성경으로부터 신앙을 시작하는 회복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때, 사람들은 인간 스스로를 신뢰했다.

인간은 선하다고 생각했고, 교육을 통해 지성적이며, 윤리적이고, 이상향을 이룰 수 있다고 꿈꾸었다. 그러나 막상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인간의 이상주의나 인간이 선하다고 생각했던 기대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며, 어떤 지성적 지도자의 이론이나 논리라 할지라도 가설일 뿐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불신이 시작되었다.

이 불신은 인간을 넘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한다. 신(神)까지 절대 대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종교는 그저 선택의 대상이요, 신앙은 인간의 종교본능이나 나약함에서 시작된다고 간구되었다.

철학자 헤겔의 좌파 제자 포이어바흐는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종교는 위로를 위한 피안의 세계일뿐이다’라고 주장하고, 유물론 즉, 무신론적 유물론을 주장했다. 결국 공산주의 선언문을 선언한 칼 마르크스까지 낳게 되었다. 하지만 헤겔의 우파제자는 키에르케고르는 유신론을 주장했다.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다.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를 쓴 막스 웨버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후 양대산맥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져 갔던 철학은 다윈의 진화론이다. 종의 기원을 통해서 신의 만물창조를 부정하고, 단순한 세포의 분리로 인한 진화를 생명의 생성으로 본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다원주의를 가져왔고, 신(神)도, 사람도 절대 믿지 못하는 시대, 결국은 사람마다의 자기 생각을 절대화하는 정신세계가 시작되었다.

1999년 12월 31일자 타임지 커버에는 아이슈타인의 그 독특한 얼굴이 크게 실렸다. 그리고 ‘person of the century’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25페이지에 달하는 긴 논문으로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기록을 하였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된 것이다. 그 많은 사건을 요약하면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고 타임지는 설명하고 있다.

the century of democracy, 곧 민주주의의 세기,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투쟁한 한 세기, 또 the century of civil rights, 소위 인권, 개인, 이런 문제에 많은 진척이 있었으며, 세 번째로 the century of science and technology, 즉 과학과 기술의 세기였다. 인권분야에는 대표적으로 인도의 간디가 선정되고 정치 분야에서는 미국의 전 대통령 루즈벨트가 뽑혔으며, 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아인슈타인이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평가를 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연구를 가장 획기적인 것이 절대 시간을 폐기하고, 상대성원리(Theory of Relativity)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후 철학은 모든 존재는 상대적 존재로 보면서 개인주의로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자기 중심사회가 시작된 것이다.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누구나 지기를 싫어하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세대가 도래한 것이다. 결국 자기 절대주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통해 개인을 집단화했던 절대주권자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각각의 자리에서 내가 왕이고, 내가 신이고, 내가 나의 주인이다. 그러나 이젠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됐다. 나 홀로는 너무나 나약하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설정하고 살아가기엔 정보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고독을 느끼기 시작했다. 외로움인 것이다. 자기가 더욱 자신답기 위해서는 타자와 구별되는 독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자타공인의 긍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심지어 의존하게 되는 역설적 시대가 도래했다.

다시 집단을 이루는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바로 그것이 브렉시트(Brexit)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집단 우선 이기주의이다. 다자주의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소위 민족 이기주의, 국가이기주의가 새롭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겨우 한 세기가 지나자 다시 절대주의로의 회기이다. 다만 집단 절대이기주의로 치닫고 있음이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게 하고 있다.

정치는 정치이다. 지지를 얻어야 한다. 대중이 요구하는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빈 약속을 하고, 집단의 피라미드 위에 서려고 한다. 그러나 옛 절대 집단의 권리는 위임받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정보사회는 오히려 원시 민주주의 사회로 돌아가고 있다. 성숙된 민주주의, 인간적 민주주의에서 추리정보, 가설정보, 의혹정보, 가공정보에 무단 노출된 맹신자들이 만들어내는 원시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는 모래알을 어느 괴물이 정보의 시멘트로 석화(石化)시킬지 모른다. 내일의 촛불을 만들 자를 경계해야 한다. 그가 사탄이다. 깊이 생각할 명제다. 평생 애독하던 독자들이 절독하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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