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영 목사칼럼]

[부천신문]우리에겐 두 팔이 있다. 그래서 서로 껴안을 수 있다. 나라에는 양 날개가 있다. 보수와 진보일 것이다. 두 날개가 함께 날개짓하면 더 높이 더 멀리날 수가 있다.

이 크나큰 은총을 왜 선용하지 못하는가? 촛불이라는 날개와 태극기라는 날개가 한창 날개 짓을 하고 있다. 당장 보기에는 다르다. 하지만 당연히 달라야 한다. 태극마크의 빨강과 파랑처럼 달라야 한다. 구분되지 않는가? 서로에게 닮은 점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다른 둘이 있어 새로움이 시작된다.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다름이 조화를 이루고 그것이 하나가 되어 가슴에 새겨지면 우주의 근원이 된다. 광화문을 보며 우려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우려하기 보다는 기백이 충천한 모습이 보여 좋기만 하다. 영하의 날씨에 누가 조국을 위해서 저 차가운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나아가 포효할 수 있단 말인가? 그 힘의 원천은 나라사랑이다. 이제 싸우지 않아도 된다.

그 광장에 수백만이 모였다지만 누가 싸우던가? 하늘을 향하여 나는 이렇게 조국을 사랑한다고만 외치고 있을 뿐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수도 보수가 아니다. 진보도 진보가 아니다. 다만 다른 생각일 뿐이다. 그래서 백성(百姓)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눈과 코가 다르고, 입이 귀와 다르듯이 서로 다른 생각으로 서로 다름의 역할을 하려고 외치고 있을 뿐이다. 싸움 없이 말이다. 1950년에는 형제가 싸웠다.

그 기억만 해도 다시는 싸움이란 소리에 진절머리가 나지 않는가? 다만 이 다른 생각을 다발로 만들어 조화롭게 화합을 만들 수 있는 이가 나타나야 할 것 같다. 이데올로기는 생명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방식을 위해 생명을 상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마음껏 촛불을 켜라. 그리고 들어라. 힘 있게 태극기를 들어라. 그리고 흔들며 만세를 불러라. 하늘이 감흥 하도록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쳐라. 땅이 깨어나 우리들 도울 수 있도록 하자. 그러나 서로를 미워하지는 말자.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다. 내 뜻만 옳고, 너의 뜻은 틀렸다고 하지 말자. 너의 뜻을 받아 드릴 수 있도록 마음 문을 열고 기다리자. 오래 참아야 한다. 결코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분노하도록 궤계를 꾸미더라도 결코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분노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온유한 마음으로 흠을 찾지 말고 함께 나아갈 앞을 바라보자.

앞엔 희망의 깃발이 펄럭인다. 아침의 나라에서 낮에 나라로, 낮에 나라에서 밤의 나라로, 다시 아침의 나라로 사계의 광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손에 손잡고 온유하게 나가자. 아버지의 손도, 어머니의 손도, 딸의 손도, 아들의 손도 모두 꼭 잡자. 이 우주지간에 우리를 위해 죽어줄 나라도 없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헌신할 나라도 없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우리가 닦아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영원한 우리일 뿐이다.

서로 시기하지 말자. 시기해 보아야 ‘너 못 되면 나 못 되고, 너 잘되면 나 잘된다.’라는 한몸된 우리임을 확인하자. 많이 가진 자도 있고, 적게 가진 자도 있어야 한다. 해아래 똑같이 나누어 가진 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가진 자는 자기 것이 아닌 줄 알아야 한다. 못 가진 자는 네 탓이 아님을 알아야 하고, 네 탓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주고 나눔의 성사(成事)를 위한 잠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눔은 마음이 따듯해야 나눌 수 있다. 차가운 마음으로는 빼앗는 것이 집중하지 나눌 수가 없다. 그대 많이 가지고 있는가? 그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대 생명이 초일각인데 무슨 자기 소유라 착각을 하려고 하는가? 가진 것은 잠시 관리할 것일 뿐 너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다. 우리의 것일 뿐이다.

자그마한 한국이란 마당에 서로 어깨 부딪쳐 살면서 내 것, 네 것 구분하지 말자. ‘의좋은 형제’의 이야기처럼 달밤에 아무도 모르는 나눔이 있도록 누군가 마음을 열게 하는 노래를 부르자.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다.’라고 말이다. 날아오르는 것들은 두 날개가 있어야 한다. 한 날개로는 날 수 없다. 두 날개가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어느 무궁화 피는 계절에 허리끈만 풀면 북은 북의 날개가 힘차게 날개짓할 것이다. 남은 남의 날개도 힘껏 칠 것이다. 무한한 기적을 창조할 것이다. 하늘에 닿을 듯 비상해 오를 것이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