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신문]일반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불하는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임대차계약이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민법상 전형계약 중의 하나인 개별 동산 또는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가 아니라 골프연습장 일체 영업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인이 쓰던 기존 상호를 영업임차인이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임대인의 채무까지 갚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다9212 판결).

우리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사안에서는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에 관한 상법 제42조 제1항을 영업임대차에도 유추적용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고 결국 최종적으로 부정되었습니다.

영업임대차라는 새로운 개념, 상법 제42조 제1항(상호속용 양수인의 책임) 취지,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의 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확인한 의미 있는 판례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1. 사실관계

C주식회사(이하 ‘C’라 함)는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B는 본인이 골프연습장 운영자금 조달 및 세금과 공과금 등을 부담하기로 하고, 영업수익은 B가 가지되, C에게 매달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C와 골프장 영업임대차계약을 체결​함.

그런데 C에 대한 채권자인 A가 나타나서 ‘B가 C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영업 임차인(B)에게 상법 제42조 제1항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B를 상대로 C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음.

A가 1심에서 패소하였으나, 2심은 이를 뒤집었고, 3심인 대법원에서 2심판결을 파기함.

2. 대법원 판결(2014다9212)

가. 상호속용 양수인의 변제책임을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1항 규정의 취지는 일반적으로 영업상의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신용은 채무자의 영업재산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담보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실제 영업의 양도가 이루어지면서 채무의 승계가 제외된 경우에는 영업상의 채권자의 채권이 영업재산과 분리되게 되어 채권자를 해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므로, 이러한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영업양도 사실이나 채무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실을 알기 어렵게 하여 양도인의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추구의 기회를 상실하도록 한 양수인에게 그 책임을 물어 타인인 양도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함이다.

나. 그러나 ​영업임대차의 경우에는 영업 양도한 경우의 상법 제42조 제1항과 같은 법률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업상의 채권자가 제공하는 신용에 대해 실질적인 담보의 기능을 하는 영업재산의 소유권이 재고 상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임대인에게 유보되어 있고, 임차인은 사용, 수익권만을 가질 뿐이어서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부담시키면서까지 임대인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또한 상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양수인이 부담하는 책임은 양수한 영업재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그의 전 재산에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영업임대차에 상법 제42조 제1항을 그대로 유추 적용할 것은 아니다.

고 판시하며 상법을 유추 적용하여 영업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3. 하변 생각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남(배우자, 부모형제 포함)의 빚을 떠안아야 한다면 억울해서 못살겠죠? 하지만 변호사로서는 영업임대차에 대하여 상법 제42조 제1항을 유추 적용하면서까지 법리를 구성하여 1,2심에서 승소한 위 사건 담당 변호사의 의지에 박수를 보낼까 합니다.

기존 판례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법리를 만들고 이를 판례로까지 이끌어 내는 것. 변호사라면 정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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