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신문]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입니다.

술을 마셨다면 꼭꼭꼭!! 대중교통 이용 or 대리운전을 해야 하는데요.

대리운전 기사와 말다툼 끝에 기사가 도로 한 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가버려 사고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신 차 주인이 도로변으로 차량을 10m 가량 운전했다면 이는 음주운전으로 처벌이 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 이는 형법 제22조의 긴급피난에 해당하므로 음주운전 혐의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4노6211).

<형법>

제22조(긴급피난) 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1. 사실관계

A씨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기 위해 대리기사를 부름. A씨는 친구들을 데려다 주고 집에 가기 위해 대리기사에게 서울 송파구와 성남 분당구를 거쳐 A씨의 집인 용인 기흥구로 가자고 요청함.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대리운전기사가 A씨와 말다툼을 하다 분당의 한 사거리 앞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운 뒤 움직이지 않음.

이에 화가 난 A씨는 차의 시동을 끄고 대리기사에게 내리라고 함. 하지만 사고를 우려해 A씨가 대리기사에게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리운전기사는 “손님이 차키를 빼앗아 도로 가운데 있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함.

어쩔 수 없이 A씨가 10m 가량 떨어진 교차로 우측 도로변까지 직접 운전해 차량을 옮겨 주차했고 이를 본 대리기사가 A씨를 음주운전으로 다시 신고함.

결국 A씨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59% 상태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성남지원에 기소되었고 A씨는 A씨가 운전한 사유는 위법성조각사유인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함.

2. 판 단

1심 : A씨 스스로 차의 시동을 끄고 기사에게 하차할 것을 요구했으며 A씨가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긴급피난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음주운전 유죄를 인정하지만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여 선고유예 판결.

2심 : 대리기사가 정차한 곳은 편도 3차로 도로의 2차로이고, 교차로 직전이라 계속 정차하고 있을 경우 사고의 위험이 높으며 A씨가 도로변으로 운전한 것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 및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

A씨가 차량의 시동을 끄고 대리기사에게 차량에서 내릴 것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대리기사는 신호가 바뀌어도 차량을 움직이지 않고 계속하여 세워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 위난이 발생한 상황이었으며 A씨의 하차 요구로 비로소 위난이 초래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A씨의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보다 그로 인해 보호되는 피고인과 다른 사람들의 생명 및 신체에 관한 법익이 더 우월한 법익에 해당한다고 봄.

A씨에게 무죄를 선고.

3. 하변 생각

사실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 중의 하나인 긴급피난은 법에만 있을 뿐 실무상 인정된 예가 거의 없습니다. 정당방위도 실무상은 거의 인정되는 예가 없구요. 그런데 다름 아닌 음주운전에서 긴급피난을 인정해 무죄 선고가 되었다니. 해당 판결을 접하는 순간 정말 놀랐습니다.

신문기사를 보면 대리기사와 차주가 싸워서 대리기사가 차를 두고 도망가버리자 운전대를 잡았다가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예를 자주 봤는데, 이 사안은 해당 도로가 편도 3차로 중 2차선이었고 교차로를 직전에 둔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라는 점이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대리기사님도 잘 만나야지 별일이 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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