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병권(편집국장)

[부천신문] 사람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주와 관련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끝없이 소비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장에서 일상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해왔다.

그러나 정신없이 변해가는 세상은 주변의 여러 가지를 변화시키면서 언제부터인가 ‘시장보기’가  ‘대형마트 쇼핑’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등장은 사람들의 소비행태와 생활을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동시에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우리사회의 소중한 것들도 어느새 하나 둘 사라고 있다.
우선, 대형마트 쇼핑에서는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간의 대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상품 중에서 원하는 물건을 수레에 담아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계산원과 값을 치르면 끝이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을 비롯해 거의 모든 과정이 기계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장보기는 대형마트와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다.
점포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물건들도 구경거리지만 이웃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상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단골이 아니라도 가볍게 가격 흥정을 할 수도 있다.
시장에는 아직도 예전 시골 장터와 같은 사람간의 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형마트에서의 쇼핑이 전통시장에 비해 편리하고 깨끗한 곳에서 값싼 물건을 사는 장점이 있다고도 말한다.
실제로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이 전통시장보다 비싸고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대형마트는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전통시장은 활기를 잃어가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전통시장이 침체되는 것은 단순히 시장 상인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장을 통해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지역 공동체와 서민들 사이에 따뜻하게 흐르는 이웃 간의 정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경제적 강자들만 살아남고 잘 사는 세상은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할 수 없다.
전통시장은 우리 이웃과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전통시장이 사라지면 공동체의 중요한 한 축이 무너질 수도 있다. 
경제적 약자와 강자 모두 서로 양보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관심도 필요하지만 가까운 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들이 더 중요하다.

며칠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이번 설에는 전통시장에서 차례장을 보거나 설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넘쳐나 시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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