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산업단지 개발 취지는 충분히 공감
서울 마곡ㆍ인천 서운 산업단지 개발 한창
장단점 면밀 검토ㆍ사회적 갈등 비용 고려
부천의 미래 고려해 집단지성의 지혜 필요

▲ 김인규(전 부천시 오정구청장)

[부천신문] 우리 부천시의 면적은 53.4k㎡이고, 인구 밀도는 서울 다음으로 높다. 부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농경지로는 개발 여지가 있는 오정ㆍ원종ㆍ고강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약 50만평과 대장동 일대 70만평 정도가 있다.

부천시는 새해부터 대장동 70만평 일대에 대해 ‘부천시 북부지역(대장동) 친환경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우선 협상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년 전부터 기존 기업들의 확장 이전이나 신규 업체를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시민환경단체에서는 개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천시는 대장동 친환경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고 세수를 확보하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필자가 짚고자 하는 것은 대장동 일대가 부천의 마지막 남은 땅이라는 점에서 부천시에서는 개발이냐, 후세에게 넘길 것이냐를 놓고 집단 지성의 지혜가 필요 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창 입주와 공사가 진행되는 서울 강서구 100만평 규모로 개발되는 마곡지구도 서울의 마지막 땅인 점을 고려해 1995년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2008년 말에 단순 택지지구가 아닌 첨단산업단지와 공원 주택지구로 지정됐다.

마곡지구에는 LG그룹의 국내 최대 규모 연구단지 입주, 대기업들의 관련 업종 등 입주가 확정돼 첨단산업단지로 조성되고 있으나, 고층건물 신축은 김포공항 항공기 고도제한으로 건축물 높이가 57m로 제한돼 있어 고도제한을 완화해야만 도시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부천시 대장동 일대는 45m 정도로 더 고도제한을 받는 관계로, 항공법 개정을 통해 고도제한이 완화될 수 있도록 인근 자치단체와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장동 일대의 고도제한 완화는 친화경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국내 대기업 유치나 입주 기업 및 관련 업체들의 종사자들이 일정 부분 거주할 수 있는 주택단지 확보가 가능해져 부천 인구 100만 시대라는 미래 계획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서울 마곡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더불어 굴포천 건너 인천 계양구 서운동 일원 16만평 규모에 서운일반산업단지(서운 산단)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대장동 친환경 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인접한 두 지역의 산업단지 개발의 장ㆍ단점을 살펴보고 100년을 바라보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혹여 공직자, 특히 계선 조직이나 일부 특정 그룹 그리고 산업단지 개발을 주장하는 쪽에 치우쳐 추진된다는 우려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행정은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시를 중심으로 중간지대는 이미 포화상태로, 수도권 지역 지자체마다 공장부지 확보 등을 위해 외곽으로 뻗어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 중견기업들의 지방 이전이 늘어나고 있는 게 수도권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첨단 및 친환경 산업단지 개발은 시급하지만, 산업단지 개발이 몇 년 늦어진다고 해도 이해집단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며 오히려 산업단지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사업 기간은 오히려 단축되는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개발 주체와 반대 세력 간 사회적 갈등 비용 등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부천시는 지형상 높은 산은 물론 서북쪽으로는 산이 없어서 4계절 거의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인천 검단지구와 부평 공장지대 그리고 개발 중인 계양구 서운동 일원 서운 일반업단지의 미세먼지 대책으로 차폐식수나 인공 언덕 조성 등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 대장, 오정, 약대 지역과 현재 중동, 상동 일대가 농경지였던 관계로 동부간선수로를 만들어 한강의 물을 공급해온 수로를 어떻게 개발에 활용할 것인지,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굴포천에 대한 수변지구 계획이나 습지 조성 등 환경단체 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17년 전, 필자가 부천시 경제통상국장 때 부천상공회의소에서 대장동 관련 포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대장동 땅을 우리 후세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깊이 생각은 못했지만, 아마도 우리보다 앞서 나갈 후세들이 부천시의 미래를 보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부천시에서 마지막 남은 부천의 땅, 대장동 벌판에 대한 친환경 산업단지 개발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현 김만수 시장은 6,13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6월 30일까지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부천의 미래를 위한 대단위 사업 추진은 지나친 수고가 아닌가 하는 기우(杞憂)에서 오늘의 부천과 미래의 부천을 위하는 일에 있어서 집단지성의 지혜를 빌리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니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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