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슬기 기자

[부천신문]지난 22일 폐막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몰려드는 인파로 가득했다. 푹푹 찌는 열기를 피하기에 영화관만큼 좋은 피난처도 없을 것이다. 

장르가 판타스틱 영화제인지라 공포, 호러 이외에도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장르 영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중심의 상황에서 오로지 여성만의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명 'F등급' 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인도영화는 주로 춤과 노래 등 뮤지컬적인 요소가 강한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내가 본 영화 <가비지>(인도,2018)는 인도의 한계들을 적나라하게 들쑤시고 있다.  

오랜 세월 유지되고 있는 카스트 제도,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사이비 종교 문제,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리벤지 포르노'를 중심으로 서사하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 '라미'는 단지 남성이기에 보편적 가해자가 되는 '파니슈와르'를 납치하고 고문하면서도 그에게 동정심 보다는 '아주 잘 걸렸구나' 싶은 마음을  전지적 시점으로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비정한 인간성을 여과없이 투영한다. 

그는 또 택시 승객이었던 여성을 남 몰래 결박해두고 인권 유린을 하고 있던 범죄자이기도 하다. 

또 다른 오묘한 영화 <금남의집>(독일,2017)은 극단적 페미니즘으로 '남성'이 필요없는 세계관을 구축해나가는데 레즈비언 섹슈얼리즘이 그 이념이자 수단이 된다. 

보는 관객들은 성을 떠나 '워먼스플레인', '허스토리'등 남성중심 용어들을 여성중심 용어들로 치환해서 말하고, 매우 전투적이고 맹목적으로 보이지만 이 전개 양상은 신박하고 새로운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위 영화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해석이 돋보이는 영화로는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섹션의 <섹스미션>(폴란드,1984)가 있다. 여성만이 존재하는 미래사회를 그리는데 무성생식을 하며 남성의 필요성이 아예 배제되어 있고 남성을 '오염물질'로 인식하고 있다. 

남자 두명만이 동면에서 깬 이 사회는 오히려 성별을 숨긴 남성 한명이 모든 세계를 통치하고 있었고 결국 여성들을 우매하고 남성의 성적 쾌락의 도구로만 그리고 있어 한계를 느끼게 한 영화다.

몇년 전에 비해 비판 카탈로그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아이콘들은 다양한 장르와 이슈를 아우르며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런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들을 내다보며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하는 상업 영화의 한계는 흥행과 이윤을 목적으로 두기에 메세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제는 '맞다, 틀리다'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것은 선∙악의 개념과 다르다. 모두가 자문해봐야 한다.

나 스스로와 다른 모습을 '틀림'이라고 규정지으며 본인의 한계를 묻어두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