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 영 목사

[부천신문] 만나면 길섶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오솔길을 말없이 걷는다.

꽃을 한 송이 사랑하는 연인의 머리에 꽂아 주면 머리에 꽂힌 아카시아 꽃을 만지며 아카시아 꽃송이보다 더 함박스럽게 웃는다. 

그리고 두 줄기 잘라낸 아카시아 잎을 잡고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면 잎 하나씩 떨궈 내 마지막 남은 잎을 세어 이마에 꼴밤을 주고 맞으면서 사랑의 전기가 온 몸을 떨게 전율을 느낀다. 

강변에 닿으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납작하고 얄팍하며 모나지 않는 돌을 찾아 몇 개씩 손에 들고 수제비 뜨기를 한다. 
최대한 허리를 낮추어서 검지로 돌을 고정하고 수면 위로 하나 둘 셋 그리고 스물 서른던지면 돌이 가라앉았다. 
다시 그대가 던지고 역시 세어나가다 보면 많이 수면에 반동을 한 자가 이기는 것이다. 

그토록 예쁘고 부드럽게 불그스레한 손을 만져보고 싶은 소원에 마음에 드디어 이제는 손을 꼭 잡고 손목 맞기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손을 잡아 주니 나의 손을 꼭 잡고 나의 손목을 때려줘도 행복하고 즐겁다. 이러고 나면 황혼녘이 온다. 

그러면 누가 가자고 먼저 말하지 않아도 빵집에 들러 빵 두 개 시켜 놓고, 연탄난로에서 펄펄 끓고 있는 보리차를 몇 컵을 마셨는지 시간이 서너 시간 흘러갈 때까지 서로 석류알 같은 이야기를 서로 마음에 담아준다.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머니 자랑, 아버지 자랑, 미운 오빠 이야기, 어젯밤 메주 만든 이야기, TV에서 연속 극중 이야기 등 일상잡기를 나눈다. 
그러나 마음에는 사랑이 척척 차라고 있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면 시계를 여자 친구가 자꾸 보며  9시까지 들어가지 아니하면 오빠가 빨래 다듬이 방망이를 들고 나온단다. 

여자친구 집 대문 앞에서 들어가라고 문을 열어 주면 삐걱 소리가 동네 개들을 다 짖는데 집안이 조용하다. 
그 때서야 큰 아버지 제삿날이라는 것을 모두 제사 지내려 가신 것을 알았다.
자연히 다시 남자친구의 집에 배웅을 해주기로 하고 와서는 다시 내가 바래다 주마 반복 하다보면 첫 닭이 우는 경우도 있다. 
양가의 허락이나 약혼한 사이면 모를까 그래도 손 한 번 잡는 일이 없고, 포옹 한 번 해보는 일이 없었고, 입맞춤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절제된 만남과 헤어짐이 수년이 가고 드디어 결혼을 하고 이룬 첫 살림은 지하 단칸방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있고, 눅눅한 기름 먹인 장판지의 방이다. 
그래도 둘이서 함께 있음에 만족하고 행복해 서로 얼굴 보면 웃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일을 영화상영하듯 보고하고 잠자리에 든다. 

생일이라도 다가오면 미역국만 있으면 되고 선물은 주려고 받으려고 하지 않고 일년에 극장 구경 한번이면 족했다.
성탄절, 추석, 설날에는 양말이나 속옷 정도 나누면 만족이고 둘이 서로 마주보고 웃고 이야기하는 것이 제일 즐겁고 재미있는 이러한 밋밋한 사랑의 삶을 지나도 헤어지지 않는 영원한 짝이다.

남자 측에서 권태가 왔는지 소리 소문 없이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개의치 않고 그럴 수 있겠지하고 있으면 아니나 다를까? 혼자 부산스럽게 외출을 자주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이것이 자극이 되어 더욱 사랑은 적극적이 되기 마련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신혼 밤을 차리는 것도 같고, 길거리 신호등 아래에도 극적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고 온 몸은 노출되어 있고, 노출은 자극을 줄 수밖에 없으니 절제력이 약한 쪽이 먼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만나서 3개월이면 결혼 후 금혼식을 해야 할 속도가 되고, 6개월이면 헤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줄 알고 헤어짐도 샤프해서 문자로 ‘이제 그만 만나’면 된다. 
그리고 약간의 그리움은 있지만 새로운 만남을 찾으면 되고 결혼을 해도 항상 위기관리에 자극을 주는 선물이나 이벤트나 여행이나 깜짝 놀랄 사랑의 행위가 잦지 아니하면 ‘헤어져’가 입으로 보통 나온다. 

피차가 늘 막차를 타는 기분으로 서로 육적 교감은 예전보다 리얼할지 모르지만 마음과 마음의 포개짐은 너무 얕고 깊이가 없는 듯하다. 
다 그러하기야 하겠는가 마는 일부의 사이들이겠지만 결혼식을 이벤트로 알고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 가서는 헤어지고 돌아오는 커플도 심심찮게 있다고 했다. 스피드한 속력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랑은 마음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과 마음이 깊이 서로 나눌때 사랑이 아름답고, 진지하며 행복하다. 
땅 속에 묻힌 보물을 파내는 것처럼 숨겨진 그 사람의 매력과 영혼의 진주를 발굴하여 귀히 여기며 사는 영원한 탐험가가 되어 보는 것, 이것이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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