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의 채무변제 책임없다.

▲ 하정미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입니다.

자녀가 여러 명 있지만 유언에 따라 한명에게만 상속재산을 전부 물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망인의 채무에 대하여는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책임을 져야할까요?
이와 같은 경우 상속을 받지 않은 자녀에게 채무만을 승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아 망인의 재산을 전부 상속받은 자녀가 망인의 채무까지 포괄해 취득·승계해야 한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사실관계

A씨는 슬하에 1남 4녀를 두고 있으나 1999년 상속재산을 전부 아들 B씨에게 물려준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고 9개월 뒤 사망함. 

A씨의 유언에 따라 B씨는 A씨의 재산을 나누지 않고 혼자 상속받음. B씨는 심지어 A씨 명의로 된 일부 부동산 경매과정에서 매각대금 일부가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A씨의 딸 4명에게 배당되자 A씨의 유언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해 딸 4명의 배당액을 삭제하는 판결을 받기도 함. 

그러나 2017년 사망한 A씨가 사업상 C씨로부터 11억8천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C씨는 A씨의 아내, B씨, 그리고 A씨의 딸 4명을 상대로 법정상속비율만큼 A씨 채무금을 나눠 변제하라며 소송을 제기함. 

1심에서 B씨와 A씨의 딸 4명은 C씨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지 않아 C씨 승소판결이 나자 A씨의 아내와 B씨는 채무금을 나눠 내라는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았으나, A씨의 딸 4명은 재산을 하나도 상속받지 않았는데 억울하다며 항소를 제기함.


2. 판 단
재산과 달리 채무만을 A씨 직계비속 등이 그 상속분에 따라 승계하는 것으로 본다면 상속받은 재산이 없는 직계비속 등에게 망인의 생전 채무만을 전가하게 돼 불합리하다고 판단. 

변제능력이 있는 자에게 상속재산 전부를 물려주고 변제능력이 없는 상속인에게 상속채무를 승계시키는 악용 가능성도 크다고 봄.

또한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자가 아닌 상속인들에게 생전채무가 승계되는 것으로 본다면 재산을 물려받은 자는 상속재산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지만, 상속채권자는 재산을 보전할 수 없게 돼 부당하다고 봄.

따라서 상속재산을 전부 물려받은 B씨가 A씨 모든 재산은 물론 채무까지 포괄해 취득·승계하는 것이 맞고 상속재산을 받지 못한 A씨의 딸 4명은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


3. 하변생각 
형식적으로만 판단하면 1심처럼 원고가 승소하는 게 맞는데 항소심은 실질을 따져 피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런 판례를 보면 ‘원칙 없는 예외는 없다, 정 억울하다면 한번쯤 소송해서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속인들 사이에서도 공평하고 채권자 입장에서도 재산을 다 받은 자식이 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니 나쁠 것 없는 현명한 판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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