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전통도 역사도 선후배도 무시되는 교육정책

▲ 부천북중과 북천북여중은 통폐합되어 폐교 처리되고 도당중학교로 2018년 3월 개교했다.

- 사라져버린 모교, 없어진 선후배

[부천신문] 부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K씨는 당연하게 고향인 오정동에 소재한 학교에서 초중등교육과정을 마쳤고 당시 교명이 오정중학교이던 현재 부천북중학교 졸업생이다.

그의 모교 오정중학교는 1969년 개교하여 81년 부천북중으로 교명이 변경되었고 83년에는 부천북여중이 분리되어 나갔다. 

그런데 학생수 감소 등을 이유로 부천북중학교와 부천북여중학교를 통폐합하는 과정에 두 학교는 폐교처리하고 2018년 3월 같은 자리 같은 건물에 도당중학교라는 새로운 학교를 개교했다.

결국 K씨의 모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학과 개편이나 남녀공학 전환 등의 이유로 수많은 학교들이 교명(校名)을 바꿨고 실제 광명시의 한 중학교는 교명이 5번 바뀐 사례도 있다.

또, 경인중(구 오류여중), 한울중(구 대림여중), 영원중(구 영등포여중) 등도 남녀공학으로 교명이 변경되었고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이전 3회 교명은 5회 변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1960년 개교한 역사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 교육부 인센티브 정책으로 통폐합 가속화

문제는 2016년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성 제고라는 미명 아래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학교통폐합 정책이 시작되면서다.

교육부는 교육청에서 학교 통폐합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학교통폐합을 하면 분교장 폐지 시에는 20억에서 40억, 본교 폐지시는 40억에서 110억을 인센티브로 지원하고 있다.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학교를 없앴을 때는 30억 원, 61~120명인 학교를 없애면 40억 원, 120명이 넘는 학교를 없애면 50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수 60명 이하의 학교를 없애면 80억 원, 61~120명인 학교의 경우 90억 원, 120명을 초과할 경우 100억 원을 받는다. 결국 학생수가 많은 학교를 통폐합하면 지방교육청은 더 많은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 명예퇴직 및 교육환경개선비의 교부기준도 변경했다. 교원 명예퇴직비는 2년 전 실적에 따라 교부하던 방식에서 해당 연도 교원 수급 및 재정 여건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이러한 교육부 정책으로 전국의 수많은 학교들이 사라져 갔고 도중에 부천북중학교와 부천북여중학교 2개 학교의 전신인 오정중학교의 전통과 역사까지 모두 통폐합되어 사라져 버렸다.

오정중학교 총동문회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에 학교통폐합을 추진했던 주체가 우리 동문회인데 그 취지가 본래 이름인 오정중학교명을 되찾기 위해서였고 전대 교육지원청장의 약속”이 있었다며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뒤통수 맞은 형국”이라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지역의 학교는 지역민들의 추억이 담긴 곳이자 졸업한 후에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끈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동창생이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이 함께 동창생이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동창회 체육대회는 고향을 떠난 졸업생들이 모교를 찾는 기회이며 고향을 찾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지역의 구심 역할을 해왔고 지역민의 정서와 사고방식은 교육계획과 학교 운영에 녹아든다. 

최근 교육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마을학교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학교들이 통폐합되면서 지역민들이 가지는 상실감은 크다.

학교는 지역민들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미래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없는 지역은 미래가 없다. 학교의 폐지는 함께했던 사람들의 연결고리도 사라진다.  

 

- 아무 문제없다는 담당교육지원청

모든 것을 떠나서 어쩔 수 없는 통폐합 과정에 기존 교명이 부천시 북쪽에 위치한 학교라는 뜻으로 행정편의상 방위를 사용하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잔재라면 애초에 사용하던 오정중학교라는 교명과 역사가 있는데 굳이 신설학교로 개교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 

1969년 개교해 2017년 2월 제46회 졸업생까지 배출해냈던 역사를 모두 지워버리고 같은 장소에서 2018년 3월 도당중학교 제1회 입학식을 개최했다.

물론 이에 대한 부천교육지원청 담당자의 대답은 “절차 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절차 상 문제가 없으면 정말로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일까? 절차가 꼭 그것 뿐 이었을까? 아니 그 절차라는 것은 정말 온당한 것이었을까?

교육지원청 담당자가 도당중학교와 가장 비슷한 사례라고 안내해준 성남의 창성중학교 홈페이지의 학교연혁을 도당중학교와 비교해보니 학교 동문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 성남창성중학교와 부천도당중학교 홈페이지 비교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