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필요한건 단지 무대였다.

 

▲ 최 두 열(문화 기획자)

[부천신문] 우리 고유의 큰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달 22일 부천 오정대공원에는 무명가수 백진후씨의 주최로 공연이 펼쳐졌다.

이 공연은 추석맞이 특별대공연이란 이름으로 오후 3시부터 시작되어 저녁 8시까지 30여명의 무명가수가 출연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는 시민들의 시선은 정작 무대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자신들의 얘기에 더 열중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이 있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무려 5시간에 걸친 공연이었지만 필자가 찾아간 때가 행사를 막 시작한 시간인 탓인지 관람하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내가 이 자리에 찾아간 것만도 벌써 세 번째다.
백진후씨는 아직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소위 무명가수지만 일년에 3~4회 자신과 비슷한 무명가수들과 함께 이런 공연 무대를 만들어 오고 있다.

▲ 지난 9월 22일 오정대공원에서 열린 추석맞이 특별대공연 출연 가수들

필자가 처음 갔을때 느꼈던 감정은 "그대들은 이미 가수다" 였고 두 번째 공연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그래, 노래 못하는 가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명이지만 그때도 가수였고 지금도 여전히 노래를 잘 하고 있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가수는 방탄소년단의 무대다. K-POP과 아이돌의 무대 역시 넘쳐나고 온갖 미디어에서는 그들의 노래와 춤은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온갖 축제나 행사도 언제나 그들의 무대가 우선이다.

전국에서 치뤄지는 축제나 행사가 1년에 약 2만여 개가 된다고 한다. 그 외 대학축제나 기타 크고 작은 민간의 행사까지 한다면 엄청난 수의 무대가 있지만 정작 그들이 노래하고 설 수 있는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이들 역시 가수고 노래 잘하는데 뭐가 다를까? 
단지 그들에게 없는 건 기회였었고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인지도가 낮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이들을 불러주는 곳이 없는 그들에게는 노래할 무대도, 들어줄 관객들도 없다.

첫 순서로 무대를 마치고 나온 가수에게 물어보았다.
바쁜 명절에 특별히 주어지는 출연료도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이 무대에 서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그 가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노래 부르는게 너무 좋고 또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는데 가수라는 그 꿈은 이루었지만 아직 완전한 가수라고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서 나름대로 자기를 알리기 위해서 이런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고 있다고 한다. 

알아보니 이들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려서 그 영상을 각자의 홍보 동영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건 그들의 노래를 많이 들어줄 관객이 필요하고 그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단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 노래를 부르고 있고, 가수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오늘도 그들은 열심히 무대를 찾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여기저기 불러주는 곳이 많아 원하는 만큼 실컷 노래할 수 있는 인기 있는 가수가 되기를 나도 그들도 소망한다. 

그들에게 더 많은 무대가 주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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