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정 미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입니다.

성범죄의 대부분이 어두운 밤이나 인적이 드문 곳, 가해자와 단둘이 있는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진술 외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대법원 2018도7709).

1. 사실관계

충남 논산의 폭력조직원인 A씨는 지인 B씨가 해외출장을 간 사이 B씨의 아내 C씨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B씨와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이라 협박을 하여 C씨를 성폭행함. 

그러나 1심에서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3개월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B씨와 C씨는 ‘죽어서 복수하겠다’며 동반자살을 함. 

2. 판 단

1심 : 성폭행 혐의 무죄 

2심 :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을 인정할만하다고 보아 A씨의 강간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고, A씨가 후배 조직원들을 폭행한 혐의와 협박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함.

대법원 :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해온 점 등에 비춰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음.

따라서 개별적·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봄. 

또한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했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를 사후적으로 봐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도 안된다고 봄.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될 뿐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며,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우며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이유도 피해자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A씨와 남편 B씨의 관계 등에 비춰보면 반드시 배치된다거나 양립 불가능하지도 않음. 

그런데도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성폭략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칠 잘못이 있다고 판단. 

따라서 강간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돌려보냄. 

3. 하변 생각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뉴스에서도 접했던 사건인데요. 얼마나 억울하면 부부가 동반자살까지 했을까 싶어 가슴이 아팠던 사건입니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강간 무죄 판결을 선고한 례도 있었다고 하니(피해자가 협조하지 않고서는 청바지를 강제로 벗길 수 없다나 어쨌다나) 그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지만, 여전히 재판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정형적인 기준(일명 “피해자다움”)을 갖다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좀 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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