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 예산 부천시 문예회관 건립사업 걱정들 잘 살펴야”

▲ 김인규 전(前) 오정구청장

제7회 전국지방동시선거(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사람이 바뀌면 좀 더 나은 것들이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 중에는 반드시 해결됐으면 하는 것과 이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도 있다.

2018년도 저물어가고 선출직 공직자들의 임기도 6개월째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가장 큰 관심사는 부천시 예산 1천33억 원(국비 20억, 시비 1천13억, 도비 협의중)이 들어가는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이다. 

몇 년 전부터 문예회관 건립 관련 위치 선정과 시청 앞 부지 매각으로 논란이 있었고, 최근에는 시청사 내 테니스장과 농구장, 주차장 부지에 건립하는 쪽으로 용역보고회가 열렸다.

공공시설은 초기 건립비용보다 관리운영비가 더 큰 문제이기에 무엇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직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문예회관 건립 사업을 걱정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로 이러한 것이다. 

▲날로 취약해지는 부천시의 재정상황에서 문예회관을 건립에 1천억 원이라는 시민의 세금을 들여야만 하는가 ▲교통 혼잡이 가중되고 있는 시청 내에 건립하는 것이 옳은가 ▲건립 후 활용에 효율성이 있는가 ▲관리와 운영에 필요한 기구와 인력, 매년 추계되는 필수 소요예산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했는가 ▲기존의 부천시민회관 건물을 보수하고 공연관련 시설과 설비기술을 동원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등이다.

신임 시장은 선거를 준비하면서 부천시의 취약한 재정상황을 이미 잘 알았을 것이고, 그동안 이 사업과 관련한 외부의 목소리를 들어 마음속으로 결단을 내리려 했을 것이다. 

그동안 선출직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새로운 공약만 남발했지, 안 해도 되는 것은 하지 않겠다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800년 전 칭기즈칸이 사망 후 후계자인 아들 오고타이가 칭기즈칸의 책사였던 야율초재에게 대(大)제국을 개혁할 고언을 부탁했다. 

야율초재는 '與一利 不若除一害 生一事 不若滅一事(여일리 불약제일해 생일사 불약멸일사 /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후 다시 복귀할 때 애플사는 이미 망하기 시작했다. 그가 복귀하자마자 바로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구상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애플은 그렇게 해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은 미국에서 자주 쓰는 정치 용어로, 신임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에 대하여 100일 정도는 업무 파악 등의 이유로 언론에서도 좀 관대하게 보도하는 의미도 있지만, 전후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간을 주어야 하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 ‘허니문 기간’을 마치고 부천시의 현안 사항들에 대한 관심을 시민들에게 보여 주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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