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 영 목 사

[부천신문] 한석봉과 어머니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한석봉이 글공부를 다 끝냈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온 한석봉에게 어머니는 불을 끄고 떡을 썰며 글을 쓰게 했다. 불을켜고 보니 어머니가 썰어 놓은 떡은 가지런한데 한석봉의 글은 삐뚤삐뚤하기만 하다.

나라하면 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국방은 나라의 존립까지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근무기간을 단축시켜 준다는 공약으로 젊은이들의 표를 얻었다. 
필자는 3년을 꽉 채우고 제대한 예비역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불공평하게 생각한다.
그 때에 비하면 반토막 난 짧은 기간에 군 생활을 열심히 하겠지만 시간이 사람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틀림이 없다. 
군으로 국가의 방위를 막지 않아도 될 평화 정책을 수립하시겠다는 뜻이 계셔서 세계를 누비며 노력하시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일본의 초계기를 향해 정조준을 했다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만 우리의 적이 아니다. 일본도 적이며, 중국도 적이다. 중국 역시 제주도 앞 비행금지 구역을 자기 앞마당 드나들 듯이 하고 있다. 
러시아는 어떠한가? 마음만 먹으면 동해안을 통하여 앞바다까지 잠수함이 드나들고 있다. 세계가 적이고, 우방이다. 

표 얻자고 군복무 단축해 주겠다고 해서 실천을 하면 국방의 책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묵살한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가? 가면 갈수록 병력자원이 줄어드는 시대에 용병제로 바꿀 건가? 아니면 외국인을 병사로 채용할건가? 대안은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한 해의 끝자락에 잠 안 오는 밤에 문득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세간에 예부터 ‘게으른 놈 공무원 시켜라’라는 말이 있다. 농경사회에서 회자되던 말이다. 출근 9시, 퇴근 5시 출퇴근을 칼같이 지키던 직업군은 공무원 밖에 없었다. 

농사일이란 생명을 키우는 일이다. 출근도, 퇴근도 없다. 비가 오지 않으면 낮밤 없이 물을 논에 공급해야 하고, 씨 뿌릴 때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씨를 뿌리다 보면 밭에서 사는지, 집에서 사는지 모른다. 추수기도 마찬가지이다. 하루만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근이 어디 있으며, 퇴근이 어디 있는가? 밤낮없이 일한다. 

그 시절이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젊은이들은 공무원이 되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한다. 조선시대의 과거제도가 있은 후부터 젊은이들이 입신양면을 위해서 열심히 죽자 사자 공부에 메어 달리곤 하다. 
젊은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인지 공무원을 다짜고짜 많이 뽑았다. 앞으로 더 뽑을지도 모른다. 공무원이 별칭은 공복이다. 국민을 섬기는 종이다. 그런데도 어느 공공기관, 어느 공무원을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면 섬기는 모습은 찾아보기 드물다. 

공무원의 공무는 공무집행이다. 공무집행이란, 법대로 서비스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관료적이고, 틀에 굳어진 듯한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공무원의 생활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세금 내어 생활하게 하는 주인인 국민이 아직도 공직자를 경계하고, 어려워하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을 임용하면 할수록 국민의 생활은 더 불편해진다. 
종 되어야 할 자가 감시자가 되고, 섬겨야 될 자가 감독이 되어서 국민 앞에 돌아온다. 공무원 신분은 튼튼하다. 오죽하면 철밥통이라고 말할까? 국민이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할 책임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정작 국민 생활에는 불편을 주고 있다. 

책임지려는 책임 의식 없이 법대로 집행하는 것만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상공인들의 의견에 따르면 가장 규제가 심한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규제는 국민을 위한 규제여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이 유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다. 

모든 공무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종신연금까지 드려야 하는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섬겨야 할 책임이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TV에 대통령이 시골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졸고 있는 어느 할아버지 모습과 유사한 장면이 방영된 때가 있다. 대통령님을 기다리게 한 책임이 누구일까? 그것도 상대국의 대통령 아닌 부통령을 만나는데 기다리게 의전한 자는 고급 공무원이다. 

외교는 의전이다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실패와 성공도 의전에 달려 있다. 국민의 예우는 그 나라의 예우이다. 본국의 대통령의 품위와 품격을 높이는 의전은 국격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업무를 외교업무에 경험이 전혀 없는 고급 공무원들에게 맡겨 놓았다. 

소위 보은인사(報恩人事)라고 말한다. 그 보은은 어떤 은혜를 입었기에 보은인사를 하는가? 집권자로서 국정을 행할 때 입은 보은이 아니다. 구 집권자와 국무를 비판하고 적폐를 묻는 일에 함께한 보은이거나, 정권을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데 대한 보은일 것이다. 이러한 보은인사는 국민들에게는 비경험자에게 서비스를 받도록 강요하는 국정이다.

한해가 저물어 간다. 낙엽은 다시 나무에 매달 수 없고, 시들은 꽃은 다시 피게 할 수 없다. 나라의 번영과 패망도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절대기회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를 다시 고쳐 살 수 없음이 안타깝다. 국정 책임자는 임기가 끝나면 떠나면 된다. 
그러나 국민은 영원히 나라를 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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