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차 팔아서 생활비로 사용해라’ 했다면 (○)

▲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입니다.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 전 본인이 죽으면 본인 명의의 차를 팔아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했다면 이는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차량 판매 대금을 생활비로 썼어도 사실혼 배우자의 자녀인 상속인의 재산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대법원 2018도10823).

1. 사실관계

A씨와 B씨는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던 중 A씨가 암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게 됨. A씨는 B씨에게 본인이 죽으면 트랙터 등 차량 2대를 팔아 생활비로 쓰라고 말하고 차량 매매상인 C씨에게도 전화하여 차량들을 팔아 B씨에게 매매대금을 주라고 부탁함. 

이에 C씨는 A씨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해당 차량들을 판 다음 대금 4200만원을 B씨 계좌로 입금시켰고 B씨는 A씨가 사망한 이후 이 돈을 생활비롤 썼다가 A씨의 상속인인 자녀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됨.

2. 판 단 

1심 : B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
2심 : 차량매도가 망인의 생전의사와 합치되더라도 이는 망인의 사망으로 종료되는 것이고 재산은 상속인에게 상속되는 것이므로 B씨나 C씨에게는 매도권한이 없어지며 매도대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것은 횡령이라고 판단. 다만 B씨가 오랜기간 망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병원 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출하는 등 취득 이익이 크지않다고 보아 선고유예를 판결함.

대법원 : 망인이 생전에 B씨에게 차량을 처분해 생활비로 사용하라는 취지로 말하며 처분대금을 B씨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표시를 했고, B씨가 이를 승낙해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망인에게는 차량이나 처분대금 소유권을 B씨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했고, 이러한 의무는 망인이 사망하며 상속인에게 함께 승계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 

B씨는 계좌로 입금된 차량 매도대금 4200만원을 증여계약 이행에 따라 금원을 수령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고, A씨의 자녀를 위해 보관한다는 인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봄. 

따라서 B씨에 대하여 횡령죄 유죄로 판단하여 선고유예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냄.

3. 하변생각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의 사건입니다. 위 사건은 용케도 망인의 증여의사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억울하게 횡령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위 사안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병원 치료비나 장례식 비용도 부담하지 않을 정도의 자녀라면 사망한 부모님의 의사를 존중해서라도 아주 큰 재산이 아닌 이상 생전에 부모님을 돌봐준 사실혼 배우자를 형사고소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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