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회 2018년 상담결과 피해자 60.4%가 2차피해 노출

[부천신문]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8년 전국 11개 지역(서울,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전북, 광주, 대구, 마산창원, 부산, 경주) 평등의전화에서 상담한 사례를 분석하여 여성노동자의 고용 상황을 진단했다.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4,526건의 상담이 진행되었으나 여성노동자들의 상담 경향과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남성 상담(249건)과 재상담을 제외한 2,969건의 신규상담 사례를 통계 분석했다. 

2018년 평등의전화 상담 분석 결과, 근로조건(임금체불, 부당해고, 직업병 및 4대보험, 부당행위, 휴가 및 휴게시간, 최저임금 등) 상담이 35.1%(1,0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 25.7%(763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2002년 이후 평등의전화 상담은 근로조건, 모성권, 직장 내 성희롱 순의 분포를 보였으나 2018년 모성권 상담보다 직장 성희롱 상담 비중이 높아졌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증가 추세는 최근 5년 동안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상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416건의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2018년 76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재상담 비율 또한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 

2017년 재상담 비율이 189%임에 반해 2018년 재상담 비율은 215%로 증가했다. 2018년 연초부터 우리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METOO 운동 속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가 적극 상담에 임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 63.3%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받지 못해

직장 내 성희롱 상담 763건 중 육체+언어, 언어+시각, 육체+시각, 육체+언어+시각 등 복합적으로 피해를 가하는 성희롱 유형이 4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언어적 성희롱이 36.1%, 육체적 성희롱이 16.4%를 나타냈다. 

‘희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사소한 문제로 생각하나 실제 상담 내용은 성적 농담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에서 강간에 이르기까지 결코 가볍거나 사소하지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내담자를 고용유형별로 살펴보면, 정규직 61.2%, 비정규직 36.8%, 무기계약직 2.0%의 비율을 보인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내담자의 48.9%가 3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며, 30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율이 매우 높은(4인 이하 사업장의 97.7%, 5-9인 사업장 83.0%, 10-29인 사업장 65.5% 비율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았음) 것으로 나타나 대다수 여성노동자가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예방교육 조차 받지 못하고 직장 내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사업장 규모별 상담유형을 살펴보면, 10미만 사업장은 근로조건 상담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100인 이상 사업장은 50% 이상의 압도적인 비율을 나타내고 있고,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비율도 30~40%에 이르는 등 규모가 큰 사업장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노력이나 사건 처리는 여전히 미흡함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연령대는 36.6%의 20대이나 30대 비율도 34.7%에 달하며, 40대 19.1%, 50대 6.1%, 60세 이상 2.6% 비율을 보이고 있어 직장 내 성희롱이 전 연령대의 일하는 여성 모두에게 발생하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나이와 무관하게 여성을 함께 일하는 동료나 직원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여기며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 용인되는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모두에게 안전한 직장문화, 성평등한 일터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법인 대표의 성희롱 시 법조항 무용지물 

직장 내 성희롱의 가해자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중 상사가 56.3%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사장 23.2%, 동료 12.0%, 고객 4.3%, 부하직원 1.3% 순이다. 

사업장 규모별로 가해자 분포를 살펴보면 4인 이하 사업장은 사장 69.7%, 5~9인 규모는 사장 51.5%로 나타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10인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절반 이상의 비율로 상사가 가해자로 나타났다. 소규모 사업장은 여성노동자들이 사장과 대면하여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장의 최종 인사결정권자인 사장에 의한 성희롱은 해고 등 직접적인 고용불안정으로 이어져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렵고 문제제기를 하여도 직장 내에서 조사나 조치가 취해지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사장이 가해자인 경우, 사업장 내에서 해결이 어려우므로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이 제대로 관리감독과 사건 처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에서는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사건발생 시 조치의무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 의한 성희롱에 대해 비교적 엄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법인형태의 사업장인 경우, 이러한 법조항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도 협동조합이나 형식적인 주식회사 등의 외형을 갖춘 법인 성격을 갖게 되면 사실상 사업주로서의 전권을 행사하는 법인 대표의 성희롱에 대해 사업주로서의 책임이 아닌 단지 상급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여전히 불리한 조치(2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어

평등의전화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직면한 불리한 조치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2015년부터 직장 내 성희롱 상담 중 불리한 조치 경험 여부를 분류하고 있다.

2015년 34.0%였던 불이익조치 경험 비율이 2018년 60.4%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2017년 말, 피해자 보호 및 불리한 조치(2차 피해) 금지 강화를 골자로 ‘고평법’이 개정되어 2018년 5월 29일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장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지하고 있다하더라도 이를 반영한 사내 처리절차 등을 갖추지 않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5명 중 3명이 불리한 조치(2차 피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불리한 처우에 대한 상세한 경험을 알려준 내담자는 총 305명이다. 이 중 30명이 2항목의 불리한 처우 경험이 있었고, 4명은 3항목의 불리한 처우 경험이 있었다. 

가장 많은 응답을 한 불리한 처우는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로 155명이 이러한 경험을 했고, 그 다음이 101명이 응답한 ‘그 밖에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이다. 

법제도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저절로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법조항의 존재 뿐 아니라 이를 준수하는 사업주와 구성원, 관계 처의 법집행 의지와 적합한 역할 수행이 필수적이다. 

○ 고용노동부, 주무부처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2018년 평등의전화에서 진행된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을 통해 #METOO 운동이 여성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다’라는 인식의 변화와 ‘나도 미투하고 싶다’는 태도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제까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내가 뭘 잘 못했나...’라며 자책하며 참고, ‘신고하면 나만 손해’가 될 것이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METOO 운동으로 용기를 얻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한없이 더디고 미약하지만 사업주나 가해자, 피해자와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동료이며 구성원으로서의 남성들의 변화도 포착되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역할’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상담, ‘사업장에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을 잘 해결’하기 위한 조언을 구한 상담, ‘사업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을 문제제기하거나 조력할 의사’가 있는 동료 남성의 상담 등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규제하고 있는 고평법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은 미흡했다.

#METOO 운동 속에서 부처 홈페이지에 성희롱익명신고센터를 설치했고, 전국 47개 노동(지)청에 ‘성희롱·성차별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며,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사업장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으며, 노동부 진정 시 피해자들은 담당근로감독관의 낮은 성인지 관점과 비전문성, 2차 피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힘겨워하고,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담당 부처의 책임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절차마련 등 제도적 보완도 시급한 상황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행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피해 현장에서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는 특수한 상황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상 성차별이 제대로 규율되고 사업장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는 저절로 사업장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평법 집행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이나 사업장 지도점검 등의 역할을 상시적으로 제대로 수행하며 문제 발생 시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근절과 고용상 성평등 업무를 중요한 업무로 인식하고, 관련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조직체계와 예산, 인력을 마련하여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집]은 한국여성노동자회홈페이지(www.kwwnet.org) 자료실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산하 전국 11개 평등의전화 상담실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모성권 침해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등의전화 대표번호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서 전화를 해도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연결되어 상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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