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영 목사

[부천신문]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시다. 마루에는 아들이 숨을 헐떡거리며 울고 있다. 아버지는 상처난 곳을 씻어주시고, ‘한 잠 자거라.’ 하신다.

그리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신다. 아들이 이웃에 사는 아이에게 구타를 당하고 왔다. 당장이라도 그 집 부부에게 자초지종을 따져서 자기 아들이 억울하게 구타당한 것을 항의하고 싶다. 그러나 말씀이 없으시다. 평화를 위해서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이웃과 함께 짓는다. 농번기가 오면 품앗이 하지 않고는 농사를 할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마을, 자녀들이 다투었다고 해서 당장 분풀이를 하지 않는다. 꾹 참고 내일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이것이 자녀를 위하는 길이요, 가정이 평안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밤이 되었다. 아버지는 간식을 들고 아들에게로 간다. “맞고 들어온 놈은 다리를 쭉 펴고 자고, 때리고 들어온 놈은 다리를 오그리고 잔단다. 너는 다리를 쭉 펴고 잤지?”

국제 문제가 대단한 것 같이 생각되지만 한 가정사와 별 차이가 없음을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보며 느낀다. 우리나라는 지형상 겨울에는 삭풍이 북에서 불어오고 여름에는 태풍이 남에서 불어온다. 그 덕분에 사계를 만끽하면서 오늘까지 오천년 역사를 살아왔다.

고종 황제가 나라를 일본으로 넘겨줄 때까지 왕 중심의 국가였다. ‘남한산성’이라는 영화에서 왕권이 우선인가? 민생이 우선인가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 결국 인조는 나가서 청에게 수치를 당한다. 지금은 민생이 우선이며, 민생을 섬기기 위한 공복을 국민은 선거로 뽑는다.

그렇다면 국제 문제를 다룰 때는 항상 민생을 우선하여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올 것이 왔다. 좌표를 잡지 못한 외교 지향 때문에 한편 뺨만 맞을 민생을 두 뺨 다 맞고 있다. 사드 설치로 인한 보복으로 중국으로부터 세찬 삭풍이 불어와서 민생이 어려움을 겪었다.

얼마 전 베이징에 있는 한국 기업의 간판을 모조리 철거를 했다고 한다. 간판을 세울 때는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다하여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부수는 것을 보면 사회주의의 무법한 횡포를 다시 본다. 또 하나 한국의 민생 중에 중심되는 먹거리가 반도체이다. 이 반도체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출품을 일본 정부가 깐깐한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자국도 손해가 클 것이다. 일본 국민의 성격상 국가가 지시하면 따르기 마련이다 보도에 의하면 100여 가지 무역 압박 품목 중에서 이제 한 가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남쪽 해양 태풍이 불어온 것이다. 이런 경제적 문제도 문제이거니와 이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을 무시하는 행동은 전통적 대북외교의 틀을 완전히 부수고 말았다.

한미는 동맹국이므로 북한과 직접 대화하지 않고, 한국의 문제는 항상 한국과 먼저 합의하고 북한과 합의해왔다. 이번엔 한국은 무시하고, 한국의 땅에서 자신의 걸음으로 북한 경계를 넘고 한국의 대통령은 다른 방에 소외시켰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감성적 아버지 탓이다. 내 자녀를 구타하고, 고통을 준 이웃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지나친 감성 때문에 반일이 아니라 극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도울 이웃 없는 외로운 가문 한국을 만만히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쌓아온 외교관계인 해양 세력과 관계를 유지만 해왔더라도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도 마음대로 못한다. 혈맹이 있는데 이웃이 외교가 튼튼한 가문을 섣불리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 관세 문제로 미국과 맞서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철저하면 이렇게 무례한 행위는 할 수 있었을 것인가? 북한 비핵화 문제도 그렇다. 한국이 당사자이다. 미국은 세계적 균형을 위하고, 차기 선거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완전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가도 당장 미국의 운명이 걸린 사안도 아니다. 다만 미국 외교상 하나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심각하다 운명이 달라진다.

지난 날 어린시절을 떠올려 본다. 자신이 다른 선배나 친구에게 구타나 욕설을 당한 것보다 성질이 나쁜 친형에게 당한 횟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형제이므로, 핏줄이기에 친애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같은 형제가 남보다 더 못한 경우가 많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혈육 혹은 겨레라고 해서 현재 핵동결에 박수를 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국군 통수권자가 ‘적의의 종언’이라고 하면 국군의 사기가 어떻게 될까? ‘무기를 녹여서 보습을 만들다.’란 성서에 나오는 하나님 나라의 성취 때를 노래한 시어(詩語)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은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다. 엄연히 총부리를 맞대고 있다. 북한 목선이 우리 옆구리에 정박해도 모르는 척 하자라고 하신다면 성격 나쁜 형제를 모르시는 순하고 자상한 성품 탓일 것이다. 공산주의 특징 몇이 있다. 온통 거짓말투성이다. 비핵화를 위해 회담을 하러 가면서 핵은 적극 추진하여 완성하라고 지시한다. 공산주의 국가는 어디든지 가난하다는 것이다.

지난 날 동유럽을 보면 알 수가 있고, 소련이 붕괴 되기 직전에 또한 그러하였으며, 북한이 현재 그러하다. 또한 인권이 없다. 굳이 피력할 필요가 없다. 이런 성격 나쁜 이웃을 위해서 어떤 희생이라도 하시겠다고 하시면 어느 이웃도 이웃이 되어 주지 않는 고립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갈 길은 방위비를 듬뿍 내고라도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앞으로 삭풍도 세차게 불어오고 태평양으로 불어오는 해풍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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