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떠난 그곳을 아직 온몸으로 지키는 사람이 있다.

[부천신문] 부천시 계수동에는 도로 하나를 경계로 줄지어 늘어선 멀끔한 고층 아파트단지들과 반대편에는 폐건물과 잡초들이 무성한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살풍경한 마을이 있다.

▲ 부천시 계수동 잡초가 무성한 범박공부방 입구(도로 하나를 경계로 고층아파트 단지와 철거촌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재개발이 시작되어 모두 떠났지만 재개발 철거장비 앞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마지막까지 '범박공부방'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부천시 계수동은 과거 신앙촌이라는 종교집단촌이 있던곳으로 부천시에서 유일하게 판자촌이 남아있는 저소득층과 모자가정이 많은 동네였다.

1986년 범박동 교회에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틈틈이 공부도 가르치기 시작해 30년을 '범박공부방'을 운영해 온 지부예(부천시 지역아동센터연합회대표, 사회복지사)씨다.

▲ 공부방 내부 (철거를 막기위해 쇠파이프로 막고 있다)

학교가 끝나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모아 밥을 먹이는 것을 목표로 만든 '범박공부방'을 변변한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꾸려왔던 지부예 대표는 수 차례 이사를 하다 2000년 계수동 마을회관에 터를 잡았고 후원단체를 결성, 연탄나눔, 자원봉사 멘토 등을 운영했다.

2003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로 탈바꿈할 기회도 있었으나 그러기 위해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지대표는 재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철거 지역에 남아 있을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미인가 시설로 남았다. 늘어나는 빈집과 낯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져 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 있는 마을에는 무엇보다 아동 보호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 부천시 계수동 마을입구

몇 년을 아무런 지원없이 버티다 2009년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찾아와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면서, 부천시가 자체적으로 일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줬다.

그러나 2015년 다시 지원 중단을 통보해 왔고 재개발조합에서는 마을회관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재개발조합장이 바뀌고, 도지사가 바뀌고, 시장이 바뀌면서 이전의 약속들은 백지가 되었고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지부예 대표는 현재 재개발조합 측과, 부천시 등에 수십건의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지부예 대표는 "우리 공부방에 도움주신 후원자님들이 계시는데 내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면서 "지금은 이주했지만 어디에나 어려운 아이들은 있는데 그 아이들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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