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시인 구정혜의 암 투병중에 엮어낸 두 번째 시집

▲ 시집〈말하지 않아도〉

[부천신문] '햇살이 놀다 간 자리에 꽃이 폈다. 해님똥이다. 밖으로만 향해 있던 내 시선이 내부로 향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햇살이 다녀간 뒤에 남겨진 해님똥이 눈에 들어왔다.'

구정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말하지 않아도〉 첫머리에 나오는 시인의 말이다. 

폐암 진단을 받고 4년째 투병중인 그녀가 병마와 싸우며 삶과 죽음 그리고 주변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정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은 시인이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떤 수술을 했는지, 수술 후 어느 곳에서 요양을 했고, 시를 쓰는 지금 어느 요양원에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그리고 시인이 아팠기에 보이는 것들과 입원하여 치료하고 통원하는 투병을 통해 시인이 깨달은 '그냥' 사는 삶이 담겨 있다.

그냥이란 말에서 어쩌면 시인은 암투병으로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깊게 생각했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삶의 자세에서도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시종일관 따스하다.

시산맥사 문정영 대표는 서평에 "구정혜 시집은 시인이 몸의 통증을 밖으로 끌어내어 지금 아픔과 싸우고 있거나 외로움에 갇혀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 한 권의 시집으로 구원을 받거나 구원을 해줄 수는 없으나 마음 한쪽이 에이거나 쓸쓸한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것이라 본다.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 구정혜 시인

시인 구정혜는 경북 상주(1959년생) 츨신으로  2014년『모던포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아무 일 없는 날〉('시와동화' 출간)이 있다.
부천이야기, 아픈 날의 기도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 회원, 복사골문학회 소새 시 동인으로 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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