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같은 시니어센터, 복지예산 11조,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

[부천신문] 샌프란시스코 국립역사공원 내에 위치한 시니어센터는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943년 미국 최초로 만들어진 이 곳은 금문교 아래로 탁 트인 태평양의 풍광을 보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 샌프란시스코 시니어센터 방문

배 모양으로 설계된 이 건물은 노숙자나 주취자 등은 이용이 어렵다. 그렇지 않은 52살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약간의 자발적 기부금을 내고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기부금은 강제로 부여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기공, 요가, 태극권, 원예, 미술, 원예 등 월 50여 개 이상으로 이를 통해 인근 노인들의 노후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공예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한국인 이민자 2명은 높은 만족도를 표시했다. 수원이 고향이라는 한국계 이민자 남성은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시니어센터를 돌아봤는데 이 곳이 가장 좋다. 행복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용시설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죽음을 대비한 유언 녹음실이있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고령의 어르신 입장에서는 언제 있을지 모를 그 시간을 미리 자신과 그 가족들을 위해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공감이 됐다.

▲ 시니어센터에 유언 녹음실(우측 뒤편)이 마련되어 있다

반면 다운타운(시내)에 위치한 또 다른 시니어타운은 이용대상자 대다수가 극빈층으로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고 상담 및 식사제공을 주로 하고 있어 최고 풍광의 시니어센터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2개 시니어센터의 연 예산은 약 110만 불(약 13억 원, 2019년 기준)로 캘리포니아 연방정부에서 예산의 75%를 지원받고, 나머지 부분은 회원의 회비나 기부금 등으로 운영된다.

독특한 것은 회원들의 회비(연 70달러, 2명이상 가족은 125달러)로 만들어진 기부금보다 사망 시 받는 기부금(유산 기부)의 금액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복지에서 기부금의 역할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쿠아틱 파크 시니어센터 담당자 슈허스트(Sue Horst) 씨는 “약 500여명이 회원이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 수는 1,500여명에 이른다. 잘 살고 잘 나이 드는 것이 우리들의 모토”라고 설명했다.

다운타운 시니어센터 담당자인 크리스탈 보스(Crystal Booth) 씨는 “도심지 시니어센터는 노숙자나 가난한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식사나 컴퓨터, 그림그리기, 운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범죄율이 높고 치안이 안 좋으며 나이 많은 노인과 노숙자가 많은 지역이라 이용자의 수요에 맞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후에 방문한 오클랜드의 알라메다카운티 사회복지기관(Social Services Agency)은 저소득층 및 노숙자, 이민자, 난민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 약 11.3%를 지원하며 지원방법은 우리와 비슷한 현금(CalWORKs)이나 음식(CalFresh)지원, 의료보험(Medi-cal, Medecow) 혜택 등이었다.

연 예산은 무려 8억3520달러(약9천851억 원). 눈에 띄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단순지원이 아니라 가족의 경우, 자녀들은 무상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그 부모들은 기술교육, 직업교육 등을 통해 고용되어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 알라메다카운티 사회복지기관 방문

알라메다카운티 담당자 실비아 소블렛(Sylvia Soublet) 씨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는 현금지원이나 음식지급, 의료 혜택이나 난민지원 등을 주된 프로그램으로 한다. 특히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당국에 신고가 원칙이 아니라 비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이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평등한 인권보장 정책이 돋보였다.

재산액이 아닌 소득금액으로만 자격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되는 특징이다. 미국의 복지는 대체적으로 노인과 저소득층에게 관대해 보이지만 출장기간 내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노숙자들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여러 보장제도가 있고, 또 샌프란시스코의 연 예산이 11조 원 정도나 됨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노숙자가 많은 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 주요원인을 확인해본 결과 2017년 샌프란시스코시가 작성한 노숙자 현장조사보고서는 그 첫 번째 원인으로 ‘실직’을 들고 있다.

이직이 쉽고 고액연봉의 전문직이 대부분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외되고 적응을 하지 못하고 직업을 잃는 것이다. 또한 고액연봉자들로 인한 집값 거품이 심해지면서 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갔다. 방하나 욕실 한 개의 집 월세가 약 2천(한화 약233만원) 달러가 넘고, 지진으로 인한 저층 주택이 다수임에도 한 채에 100억 원까지도 상회하는 지역이 있는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인 것이다.

이러한 노숙자문제로 인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연 총매출액 5천만 달러 이상의 개인이나 기업에게 노숙자 법인세까지 부과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복지가 결코 나쁜것은 아니다. 다양한 복지프로그램, 기부가 활성화된 복지, 비영리단체를 활용한 민간복지,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 소재, 난민, 이민자 등 다수가 아닌 소수의 부류도 제도 안으로 품고 보호하는 문화 등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도 있었다.

안개의 도시, 언덕의 도시, 바람의 도시, 시티바이더베이, 프리스코, The Cit that Knows How 등 샌프란시스코를 지칭하는 별명은 여럿인만큼 다양한 매력이 있는 도시임은 틀림없다. 또한 다양한 민족들로 인해 그 사용언어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로 인한 문화 또한 얼마나 다양할지 짐작이 간다. 

이번 연수에 동행한 행정복지위원회 김환석 간사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 장벽 등은 일괄적인 복지서비스 제공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 상주하는 민간복지기관을 더욱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샌프란시스코 복지의 특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대산동의 강병일 의원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도 안으로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마 샌프란시스코를 더욱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부천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제도 안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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