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미 변호사
하정미 변호사

[부천신문]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내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분증을 위조하고 위조한 신분증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에서 억대의 대출을 받았다면 그 채무를 내가 변제해야할까요? 이런 경우 법원에 '난 이런 채무 없으니 확인해주세요'라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채무가 부존재함을 확인 받은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9가합575672)

1. 사실관계
A씨 일행은 인터넷에서 국내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인 원고의 사진을 다운받는 등의 방법으로 수집한 원고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하고 위조한 운전면허증을 사용하여 원고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함. 또한 A씨 일행은 위조된 운전면허증과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후 원고의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증 발급일자를 제공하고 휴대전화 인증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원고 명의의 공인인증서도 발급받음. 이후 A씨 일행은 피고들 은행에서 비대면 대출을 신청하여 원고 명의로 총 2억 6천만 원가량의 대출약정을 체결함.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함.

원고는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도용된 개인정보로 체결된 것으로 무효이므로 원고는 각 대출금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설령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이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에 해당하는 사고로 이 사건 각 대출약정에 따른 채무는 손해배상채권과 상계되어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함. A씨는 다른 범죄로 처벌받아 구속되어 있던 중 원고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자백해 현재 이와 관련하여 사문서위조,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 중임.

2. 판단
피고 B는 이 사건 대출약정과 관련하여 본인 확인을 위하여 위조된 원고 명의 운전면허증 및 휴대전화 인증 등의 절차만 거쳤을 뿐임.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인증은 금융거래에 이용되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에 비해 제3자에 의하여 악용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고 최근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대출받는 등의 범죄가 종종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본인 확인을 위한 절차로서 공인인증서를 통한 확인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없고, 신분증과 같은 개인정보 역시 쉽게 도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휴대전화 인증을 보완하는 본인 확인 수단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따라서 피고 B의 이 사건 대출약정은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음.

피고 C, D의 경우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위하여 운전면허증 사본 확인, 기존 계좌에 대한 사용권한 확인, 핸드폰 인증 등의 방식 뿐만 아니라 원고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절차를 거침(피고 D의 경우 추가로 원고의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가입자 건강 장기요양보험료 납부확인서 제공받아 확인함). 비록 A씨 일행이 비대면 방식으로 원고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발급 받은 것이나 대출을 실행하려는 금융기관으서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대출신청이 작성자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임을 신뢰할 수 밖에 없음.

그러므로 피고 C,D의 이 사건 대출약정은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대출약정의 효력은 전자문서의 작성명의인인 원고에게 귀속되므로 원고는 위 각 대출약정에 따른 채무를 부담할 의무가 있음.

다만 피고 C, D의 이 사건 대출약정도 A씨 일행이 위조한 원고 운전면허증과 위조된 접근매체인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여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권한 없이 체결된 것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 제1,3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위조 또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피고 C, D는 위 조항에 따라 위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고 그 손해의 범위는 위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위 각 대출약정에 따라 원고가 부담하게 된 대출채무원리금으로 봄이 타당함. 따라서 피고 C,D는 원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으로 부담하게 된 대출채무 원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전부 배상할 책임이 있고 원고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이상 피고 C,D의 원고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권은 손해배상채권과 상계 또는 공제되어 소멸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채무는 모두 부존재하다고 봄이 타당함. 즉 A씨 일행이 위조한 원고 명의 운전면허증 등으로 피고들과 체결한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채무는 모두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 받음(=변제할 필요 없음, 채무Free)

3. 하변생각
피해자 본인이 조금이라도 관여하여 채무를 지게 된 경우는 자주 봤고 또 이런 사건을 맡아 채무부존재나 청구이의 소 등을 진행한 적은 종종 있었는데, 이렇게 생짜로 모르는 사람이 모든걸 위조하여 금융권 억대 빚을 지게 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특히 위 사안의 경우 금융권 채무 중 일부는 실제로 원고 교수님 책임으로 인정되었으나 전자금융거래법상 금융사고로 인정받아 그로 인한 손배채권으로 상계하는 형식으로 결과적으로 채무가 없다는 것이니. 어쨌든 이런 경우도 1차적으로는 피해자가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소송을 안했다면 꼼짝없이 모든 책임을 져야했겠죠.

다시 한번 개인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씁쓸한 판례입니다.
 

법률사무소 하율 부천변호사 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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