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나 구도시나 영세상인들은 ‘동병상린’
-불황속 대형나이트클럽·룸싸롱만 ‘흥청망청’

“결국 이러다간 다 망할 지경입니다. 월세조차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장기 경기불황에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면서 영세 상인들이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상동신도시 상가지역 상인들은 요즘 “죽을 맛”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도무지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코 앞에 있는 대형 나이트클럽과 룸싸롱들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며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비해 영세 상인들은 손님들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들이다.

요즘 상동신도시 상가지역을 찾으면 부천지역 차량들보다 인천 등 타지역 차량들이 골목길 양쪽을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찾는 곳은 대형 나이트클럽이나 룸싸롱들이어서 영세 상인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다. “세금조사는 제대로 하는지 원…” 상인들이 혀를 차고 있다.

상가의 위치에 따라 상인들의 표정도 제각각이다. 한숨만 푹푹 내쉬는가 하면, 상가 밖으로 나와 팔짱을 낀 채 다른 가게로 손님들이 드나드는 것을 구경하는가 하면, 손님이 아예 없는 상가 주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체인점을 냈다는 한 상인(42·여)은 “건물주들이 보증금없이 월세만 내고 가게를 하라고 독촉할 정도”라고 추석 대목을 앞둔 불경기의 극한 상황을 귀뜸했다.

상동신도시 상인들이 한국마사회의 오정구 원종동 실내TV경마장의 상동신도시 이전 추진을 아파트 주민들과는 정반대로 찬성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상인은 “차라리 관광호텔보다 숙박료가 싼 러브호텔이 많이 들어 섰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고 털어 놓았다. 나이트클럽이나 룸싸롱에서 술을 마신 손님들이 삼삼오오 인천 계산지구 등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동신도시 상가 상인들은 물론 부천지역 어느 지역에 가도 상인들의 불만과 푸념은 늘 한결같다. “처음에는 1~2년만 참으면 장사가 될 줄 알았는데 나아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며 “정부나 부천시에서 무슨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불만과 걱정도 이들 상동신도시 상인들 못지 않다. 재래시장 골목은 출·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지름길을 찾아 시장으로 찾아드는 발길만이 부산하게 이어질 뿐 물건을 사러오는 손님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래시장 상인들은 그날 그날 팔아야 할 물건들을 내놓고 있는 경우가 대분부이어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할 경우 곧바로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실정이다. 급기야는 대형 할인점들이 커버할 수 없는 ‘틈새 시장’을 노려 대형 슈퍼마켓(SSM)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재래시장 상인들의 위기의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재래시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대형 할인점들이 추진하는 대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오기를 환영하는 반면, 재리시장 상인들은 생존권 위협을 느낀 나머지 결사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오정구 고강동 일대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 할인점 삼성홈플러스를 운영중인 삼성데스코㈜가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중간 형태인 ‘홈플러스 슈퍼 익스프레스’(고강점)의 건립을 추진하자, 오정구지역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이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상동신도시 상가 상인들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는 실내TV 경마장의 이전 추진을 환영하는 것도, 구도시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이 인근 주택가 주민들이 환영하는 대형할인점의 대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을 결사반대하는 것도 바로 밑바닥 서민경제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대목을 앞두고 경기불황의 그늘이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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