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民)과 관(官)의 적절한 역할분담과 지원효과는 극대화 돼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조직위원회가 구랍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잔여 임기가 2년4개월이나 남은 김홍준 집행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찬성 12, 반대 3으로 가결시켜 새해벽두에도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해촉된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1997년 제1회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지난 2001년부터 4년간 PiFan 집행위원장직을 맡아 PiFan의 산파 역할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PiFan 특유의 색깔과 특성을 갖추게 하는데 주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화제 조직위가 지적한 해촉 사유는 그가 지난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상원장으로 임명돼 영화제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고, 여러해 동안 집행위원장직을 맡아온 것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부족했고, PiFan의 시민참여도 부족 등에 따른 새로운 인물의 발탁 필요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영화인들은 이같은 해촉 사유 보다는 PiFan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과의 ‘관계성(코드)’에서 비롯됐다는 쪽으로 몰아가며 PiFan에 대한 출품 및 참여 거부 등 보이콧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반발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은 PiFan은 부산영화제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을 했고, 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해마다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영화제를 치르면서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영화인을 비롯한 문화에술계 인사들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고 있는 민(民)과 관(官)의 관계에 있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부천시는 그동안 잘 지켜왔고, 지금도 영화제 사무국을 중심으로 영화제가 준비돼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천시와 조직위원회가 영화제 개최에 대해 사시건건 간섭을 하고 나섰다는 이렇다할만한 구체적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PiFan은 97년 탄생할 당시 일본 유바리영화제처럼 그 지역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불행하게도 세금비리사건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부천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다는 측면을 우선 고려해 민선시대를 맞아 그동안 국제적인 문화행사가 전무(全無)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는 것을 영화인들도 헤아려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PiFan은 영화인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이면서도 부천시민들도 함께 참여해 즐기는 축제이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는 그동안 PiFan이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하는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색깔을 가진 국제영화제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 부천시민의 참여도 부족 및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지적돼 왔다는 점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향후 지역문화축제에 대한 민(民)과 관(官)의 관계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집행위원장 해촉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올해 열릴 예정인 제9회 PiFan에 대해 ‘반쪽 영화제’니, ‘난파 위기’니 하는 식으로 영화인들 스스로가 PiFan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거론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만은 않다. 영화인들이 앞으로도 키워나가야할 PiFan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민(民)과 관(官)의 관계와 관련, 말머리를 돌려 한가지 거론하고 싶은 것은 새해벽두부터 벌어지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의 ‘음식물쓰레기 파동’이다.

새해부터는 음식물쓰레기를 일반 쓰레기 봉투와 분리 처리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자 매립지로부터 반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가 며칠씩 골목길에 방치되는 바람에 해당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 반입이 매립지에서 거부당할 경우 해당 지자체는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경우 아파트단지는 분리수거시스템이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연립 및 단독주택의 경우는 제대로 분리수거 시스템이 안돼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부천시는 이같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시가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이미 지난해 4월1일부터 부천 전역을 대상으로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는데다, 세대별 부담했던 월 950원의 처리수수료를 쓰레기봉투값에 반영해 쓰레기봉투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음식물쓰레기는 별도의 수수료 없이 무상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시의 한발 앞선 행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은 대목이다. 물론 시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그 공(功)을 부천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시의 보다 철저한 대시민 홍보와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로 인해 음식물쓰레기 파동은 적어도 부천시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PiFan 집행위원장 해촉 파문과 타 지자체위 음식물쓰레기 파동을 지켜보면서 민(民)과 관(官)의 관계는 적절한 역할분담과 더불어 지원효과는 극대화 돼야 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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