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시간The Dark Hours 등 최고영화 놓치면 손해

영화제는 흥행과 상관없어 재미없는 영화만 있다(?) 절대 아니다.


특히 대중과 마니아가 함께 하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재미없는 영화는 없다.


그렇다면 재밌는 영화 중에서도 더 재밌는 영화를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화제 프로그래머도 일반 제작자 혹은 감독과 같이 관객들의 반응과 좌석 점유율,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흥행성 영화제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때론 눈물로 밤을 새고, 웃다가 지쳐쓰러지며 본 172편의 작품 중 고르고 고른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고의 영화 7편이 있다.


 


누가 보더라도 만족할만한 작품으로 호러, 스릴러, 뮤지컬, 코믹 등 취향따라 분위기따라 골라 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작품들을 알아보자.  


 


◆부천 초이스


어둠의 시간 The Dark HoursCanada, 2004, 35mm, 80min, Color / 폴 폭스 Paul FoxAsian Premiere에딘버러 판타스틱 영화제(Dead by Dawn)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폴 폭스 감독의 <어둠의 시간>은 수작의 심리 스릴러이다. 정신과 의사 사만사는 남편 데이브, 여동생 멜로디와 함께 겨울 오두막에 주말 휴가를 보내러 온다.


 


눈으로 덮인 캐나다의 한적한 시골의 오두막, 불쑥 낯선 이방인이 도움을 청하러 온다.


 


그러나 이방인의 행동이 의심스럽다. 갑작스레 권총을 들이대며 오두막에 또 한 사람의 불청객이 찾아온다.


 


그 불청객은 다름아닌 사만사의 정신병 환자였다. 이 두 방문자에 의해 잔혹한 진실 게임이 시작되는데 서서히 그들의 진실이 드러나며 심리적 시간 안에 공포감과 혐오감이 쌓여간다.


 


하룻밤 안에 벌어지는 공포가 행복했던 그들을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으로 변모시킨다.  


 


 


최면 HypnosSpain, 2004, 98min, 35mm, Color / 데이빗 카레라스 David Carreras Korean Premiere


폭풍우가 내리치는 밤. 피 묻은 어머니의 시신 옆에 쇼크 상태에 빠진 소녀가 발견된다.


 


젊은 정신과의사 베아트리체는 최면요법으로 유명한 한 외딴 요양소에 일을 얻게 되고, 가장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환자는 바로 폭풍우가 있던 밤의 그 소녀. 어느 날 소녀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고, 기억상실증환자 미구엘은 소녀가 자살한 것이 아니며 베아트리체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전하는데, 베아트리체는 이 요양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음의 비밀을 간직한 요양소는 왜 그녀를 고용한 것일까? 현실과 환상, 아니 현실과 망상의 중첩이 만들어내는 미스테리로 관객을 사정없이 휘둘렀다가 정신병리학 실험보고서로 간결하게 허를 찌르는 독특한 소재의 스페인 영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완전무결 IntactSpain/USA, 2002, 108min, 35mm, Color / 후안 카를로스 프레나딜로 Juan Carlos Fresnadillo선댄스 영화제, 깐느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에서 선정되었던 스타일리쉬한 스릴러이다. 스페인 감독 주앙 카를로스 프레스난딜로는 전설의 4인을 주제로 그들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수수께기 같은 행운론적 사고 방식을 믿는 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하고, 행운이란 것을 타인으로부터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빨리 좀 더 빨리를 외치며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무에 부딪쳐 내동대이 쳐지고 피가 흘러도 이들은 최후의 일인자를 가리기 위해 그냥 달릴 뿐이다.


 


이들에게서 ‘행운 뺏기 놀음’은 러시안 룰렛으로 생명을 잃을 지라도 숭고한 도전인 셈이다.


 


 


이웃집 13호 The Neighbor No. 13Japan, 2004, 115min, 35mm, Color / 야스오 이노우에 Yasuo InoueKorean Premiere초등학교 때 당했던 왕따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무라사키 주조. 주조의 표적은 과거 자신을 철저하게 짓밟았던 아카이 토루다.


 


주조는 복수를 위해 아카이와 같은 직장에 들어가지만 아카이는 주조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여전히 내성적으로 보이는 주조는 직장에서도 다시 아카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의 몸속에는 전혀 다른 인격 13호가 살고 있었다. 흉악한 성격의 13호는 아카이를 죽이는 것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에 점점 그 잔인무도한 성격을 표면에 드러내기 시작하고 마침내 주조의 옆집 남자 가네다를 죽여 버린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조는 13호를 억제하려고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13호를 누를 수 없게 된다.


 


13호의 행동은 점점 더 과격해져 13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주조의 유일한 친구 세키 하지메까지 죽이고 조금씩 아카이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카리스마 만화가 이노우에 산타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했던 <이웃 13호(隣人13號)>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과거에 몇 번이나 영화화 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결국 이노우에 야스오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했다.


 


CM과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던 이노우에 감독의 첫 영화이긴 하지만, 원작 만화에 뒤지지 않는 폭력과 공포를 담아내고 있다.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감독과 원작자도 영화에 깜짝 출연을 하고 있다.


 


 


크로마티 고교 Cromaty High SchoolJapan, 2005, 85min, Digi-Beta, Color / 유다이 야마구치 Yudai YamaguchiKorean Premiere


1학년 3반에 입학한 카미야마 코지는, 자신이 입학한 고등학교가 불량학생 투성이의 최악의 학교인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는 중학교 시절 엉망진창이었던 자신을 구해준 친구 야마모토 이치로군과 같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뿐. 그렇게 본의 아니게 입학한 "크로마티 고등학교"는 학력도 최저 레벨, 교실 안에서 술과 담배는 당연지사. 주운 연필을 먹어버리는 일도 있는 다시 말해,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녀석들의 집합소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는 나 혼자라도 이 학교를 변화시켜 보이겠다!"라는 카미야마는 딱히 뛰어나진 않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정의감을 불태운다.


 


낮은 레벨의 학교에서도 뛰어나게 머리가 나쁜 하야시다 신지로와 비교적 상식을 갖춘  카미야마에게도 함께해 줄 친구들이 생긴다.


 


이로써 그들의 고교생활은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 같더니만 큐슈로 향하는 수학여행에서 갑작스레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학생들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납치되어 버린 것.


상당히 큰 인기를 끌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원작 만화 <크로마티 고교>의 영화화는 누구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의 이미지대로 배우를 캐스팅하기 힘들고, 만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코믹함과 넌센스를 영화에서 어떻게 선보일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 <크로마티 고교>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한층 더 살리는 연기를 선보이며 날카로운 개그를 날려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피의 복수 Shallow GroundUSA, 2004, 97min, 35mm, Color / 셸던 윌슨 Sheldon WilsonAsian Premiere


나체의 소년이 온몸에 걸쭉한 피를 뒤집어 쓰고 칼을 든 채 숲속을 가로지른다. 잠시 후 숲 속에 있는 보안관 사무실에 도착하면서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벌어진다.


 


언뜻 <13일의 금요일>류의 슬래셔 작품을 연상시키는가 싶더니 카메라가 피로 물든 이 소년을 클로즈업하기 시작하면서는 어두운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 스릴러로 뒤바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화는 미지의 초현실적인 포스에 농락당하는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며 <오멘>, <엑소시스트>에서 출연한 악령의 오컬트적인 모습까지도 차용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숲 속을 배경으로 몇 안 되는 등장인물들이 이리저리 쫓고 쫓기며 만들어내는 긴장감도 출중하지만 점차 밝혀지는 비밀의 전말을 따라가다 보면 드라마적인 힘까지도 느끼게 된다.


대니 보일 감독의 <쉘로우 그레이브>와 비슷한 제목 <쉘로우 그라운드>는 쉘던 윌슨 감독의 두 번째 호러 작품이다.


 


 마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 영화는 언더그라운드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판타지 필름 페스티벌로 전해져 적지 않은 찬사를 받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한때 찬란했지만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비슷한 비주얼과 주제로 재생산되기만 하는 호러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유일하게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것.


 


긴박감 넘치게 몰아치는 오프닝에서부터 피가 난무하는 하드 고어 비주얼, 관객의 비명소리를 담보로 하는 소름끼치는 공포, 짜임새 있는 이야기전개와 무명배우들의 열연, 감각적인 촬영과 훌륭한 사운드트랙에 힘입어 근래 보기 드물게 인상적인 호러 작품이다.


 


 


◆패밀리 섹션


우리 개 이야기 All about My DogJapan, 2005, 96min, 35mm, Color / 이누도 잇신 Isshin Inudo, 요시오 쿠로다 Yoshio Kuroda, 테츠히사 네즈 Tetsuhisa Nezu,  히데키 쿠로다 Hideki Kuroda, 신스케 사토 Shinsuke Sato, 아키라 나가이 Akira Nagai , 아츠시 사나다 Atsushi Sanada Asian Premiere


‘개와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 개와 사람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감정들을 포착한 11개의 에피소드가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작품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개와 함께여서 특별한 순간들이 때로는 가슴 촉촉이 젖어드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일본식 특유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웃긴 이야기로 그려진다.


 


일본을 대표하는 CF 감독들에게서 모집한 수백 개의 기획으로부터 엄선된 각 스토리는 “우리 집 개가 최고“라고 자만하는 애견가를 시작으로 개 사료 광고가 관계자의 발언으로 말도 안 되게 변해가는 것에 우울해지는 광고 기획자, 누구보다 사이좋았던 개 포치와 공터에서 놀던 전학생의 추억, 꼬마였을 때부터 늘 함께였던 가족 같은 애완견을 잃은 슬픔, 다른 애완견을 짝사랑했던 코로라는 개의 사랑이야기 등 다양하다.


 


모든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메시지는 '개와 사람'의 다양한 만남에서 생겨난 애정과 모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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