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⑬> 경기도의회 이재진 의원


경기도청공무원노조가 선정한 "의정활동 우수 도의원"과 경기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한 "행정사무감사 우수 도의원"에 선정된 이재진 의원.



지난 11월 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문화공보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으로 하루 평균 2~3시간밖에 잠을 잘 수 없어 힘들었지만 보람있었다는 그를 만나 근황을 물어봤다.



▲ 우수 도의원에 선정된 소감과 배경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내용, 적극성, 자료준비 등을 보고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저를 비롯해서 18명의 도의원을, 공직자 노조에서는 3명의 도의원을 우수 도의원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경기도 119명의 도의원과 부천시 8명의 도의원은 각자 자신의 시군을 대표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공직자 설문조사에서 우수 도의원에 선정된 데는 아마도 열흘 동안 예결위 활동을 하면서 공무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도에서는 공무원과 접촉이 시의원에 비해 많이 단절된 편이다. 국·과장님들은 자료요청을 했을 때 직접 대면하기도 하지만 5급 이하 실무자들은 대면할 기회가 거의 없다.



예결위 활동을 통해서 공무원들과 서로 이해가 잘 됐고 소외된 계층을 위한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안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해주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 생각지 않았던 격려의 감사패를 몇 개 받았는데, 그 중에서 뜻 깊게 생각하는 것은 부천시 보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보육시설연합회에서 4년 임기를 마치신 이종신 회장님이 주신 감사패다.



그동안 관심은 있었지만 보육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예산을 지원해드리지 못했다. 다만 행사가 있을 때 참석해서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마련한 것밖에 없는데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감사패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부천시가 문화도시이기 때문에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늘려가야 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지만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체계적인 보육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치원에 비해 보육시설은 아직 민간적인 영역으로 치부가 돼 지원이나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보육의 개념이 강화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민을 해나갈 계획이다.



▲ "현장 활동"에 대한 평가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은데.



정치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달려있다. 많은 의원들이 그렇겠지만 현장에 많이 참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또한 정책이라는 것이 독자적일 수는 없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 행해지고 있는 유사한 정책들과 비교하기도 하고 국회를 통해 정부자료를 많이 요청해서 국가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 구체적으로 문화공보위, 예결위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올해 경기도 2차 정례회에서 문화공보위 활동 외에 예결위 활동을 했다. 예결위는 각 상임위에서 1~2명을 추천 받아서 구성이 된다.



부천시와는 달리 예산 규모도 많고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다루지 않는 교육예산도 다루기 때문에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숙지, 자료획득, 사업성 분석이 필요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국회의원과 달리 보좌관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혼자 많은 일을 해야 됐고 결국 잠을 줄이게 됐다. 예결위 활동을 하는 동안은 새벽 4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아침 9시 반까지는 도에 들어가야 했으니까 평균 2~3시간 잠을 자면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번 예결위 활동을 하면서 파워포인트 자료를 몇 가지 준비했었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책적 행위들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고, 올해 예산이 적게 혹은 많게 반영이 되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느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내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감사나 예산심사를 내실 있게 보고 싶었다. 이런 활동이 결국은 도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고, 재정형편이 어려운 부천시에 많은 예산이 투자될 수 있도록 이끌어내기 위해 소박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다른 곳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12월 초부터 각종 연말행사들이 많은데 그동안 빠지지 않고 늘 챙겼었던 행사에 부득불 참석하지 못했더니, "해외에 나갔냐", "다음 선거에 안 나올 작정이냐"면서 농담 섞인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웃음)



다른 때 같으면 전화라도 드렸을 텐데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도의 소식이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경기도 활동 중 들려줄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도에서 부천시 지하철 관련 예산 153억원을 편성했다. 상임위 논란 끝에 통과돼서 예결위로 넘어왔지만 예결위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다. "부천시에 예산을 주기 위해서 다른 도시의 경전철 사업까지 주지 않아도 될 예산을 주는 것 아니냐"며 적절치 않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의원이 있었던 것이다.



부천시 관련 예산이었기 때문에 꼭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산서를 사전에 살펴보다 보니 문제를 제기했던 의원 지역구에 역광장을 확보하기 위한 30억짜리 예산이 있었다. 이는 시책으로 편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건교국에 예산편성 기준을 물었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 역이 수도 없이 많은데 역 광장마다 경기도 예산을 다 편성해줄 거냐고...(웃음)



결국 해당 의원이 다가와서 자기네 지역 예산이니 잘 편성해달라고 했고, 나 역시 부천시가 어려우니 잘 지원하는 걸로 하자고 했던 일이 있었다. 도에 계신 의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지역에 예산을 갖고 오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경기도 예산 13조, 경기도교육청 8조 예산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도의원들이 역할을 잘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도의원 1인당 10억 내지 20억을 가져올 수 있다면 부천은 여덟 분이 계시니까 20억씩만 가져와도 160억의 예산을 추가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시에서 근무하시는 공직자들도 어떤 예산이 편성될 것인지 미리미리 알려주고 정보를 주면 도의원들이 활동하는데 굉장히 편할 것이다.



▲ 활동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천도 그렇고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사정인 것 같은데, 도의원들이 사전에 정보를 받지 못해서 예산편성된 것을 나중에 알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시에서 6억 예산이 올라왔는데 그 지역구 의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오히려 삭감이 됐었다. 예결위에서 그 지역 소속 다른 의원이 다시 편성해달라고 요구해 4억만 편성됐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감액되거나 삭감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부천시에도 도에 지원을 요구한 예산 자료를 달라고 했었다. 예결위 활동을 하면서 미리 알고 공부도 하고 논란이 예상되는 예산은 나름대로 방어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료는 굉장히 미흡한 상태로 와서 아쉬웠다. 국·도비 확보는 부천시에서 예산을 총괄하는 부서의 공직자들에게 당면한 과제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산과 관련해서 도의원 정기 간담회를 통해 보고를 받기는 하지만 예산심사나 예결위에서 활동하는 의원이 있으면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백데이터를 전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어찌됐든 경기도에서 부천시가 가져와야 될 예산은 다 통과가 됐고, 부천시 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 부천시 6대 문화사업에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개발행정을 해야 되는 도시가 아니라 관리행정을 해야 되는 부천시 같은 경우, 5대 문화사업이 6대 문화사업으로 확대되는 등 "문화산업"이 정책적 목표지향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책 입안자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시민들의 담론과 공감대 형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부천시가 그런 정책을 가지고 가야되는지 선언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사전적인 절차가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국에 있는 234개 지자체 중 부천시가 가장 먼저 "문화도시"를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얘기를 한다. 문화를 미래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던 그 당시 정책 입안자의 선견지명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부천시가 가지고 있는 6대 문화사업이 경기도 내에서, 대한민국 내에서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고 있느냐는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 "문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도시가 고양, 용인, 성남 등 7개 정도 된다. 이들 중 부천과 도시규모나 재정규모가 유사하거나 좀 낫다는 고양이나 용인시의 경우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고양시는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 두 개의 대형 문화시설에 4천억 정도가 투여됐다. 이런 하드웨어를 운영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서 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용인시는 시 자체 재원으로 박물관을 세운 것이 아니라 경기도가 용인시에 도립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백남준미술관 등 박물관밸리를 구축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은 문화적 하드웨어가 용인시의 자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천시는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 속에 놓여있고 하드웨어도 약하다. 인근 도시들의 문화적 자산과 비교했을 때 부천시 문화사업이 경쟁적으로 우위에 있는지 시 정책 관계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유사한 것은 통합하고 차별화시킬 것은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부천시가 문화를 선점했듯이 선점한 문화를 어떻게 확대시켜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범위를 넓혀가기 보다는 부천만의 고유한 자산을 키워야 한다. "최고는 살아남지만 아류는 살아남지 못하는 법"이다.



부천시민이 자랑스러워하고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한 가지를 통해서 부천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른 문화사업도 위상을 공고히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천시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천시가 자산으로 가져가야 할 문화사업,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문화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은 단순한 인지도 조사였다. 부천시의 문화사업을 아느냐, 무엇을 아느냐는 식이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한 통폐합을 위해서라도 시민과 교감할 수 있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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