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⑱> 백혜리 부천시보육정보센터장

유난히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비보도)’ 발언이 많았던 백혜리 센터장.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부천시보육정보센터장과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거침없이 풀어내기 시작했다.




▶ 보육정보센터 기능과 업무는.




1999년부터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에서 부천시보육정보센터를 위탁 운영해오고 있다. 복사골문화센터 1층에 어린이집과 함께 유아도서관, 교육실, 사무실, 회의실 등이 설치되어 있다.




센터에서는 가정보육교사제도 운영, 영·유아 및 아동보육에 관한 정보제공 및 상담·지도, 보육교사의 취업정보 제공, 보육대상자에 대한 조사와 보육프로그램 연구 개발, 장애아보육 등 취약보육에 대한 정보의 제공, 보육시설 평가인증 조력 및 상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육아교육·놀잇감 무료대여·부모강좌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가정보육교사제도는 보육경력이 있는 보육전문 교사가 직접 영아의 집을 방문해 배변·젖병관리·병원가기·놀이 공간 청소를 비롯해 수유·이유식 조리·식사는 물론 개별 영아의 발달과 기질에 맞는 보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2009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 부천시 보육서비스 현황은.




2004년 474개 시설에서 2008년 573개로 약 13.36% 증가하였으며, 보육아동 수도 2004년 1만2,218명에서 2008년 1만6,559명으로 증가했다.




2009년 1월 기준으로 국공립보육시설은 28개, 가정보육시설 240개, 민간보육시설 276개, 법인보육시설 4개, 법인 외 보육시설 15개, 직장보육시설 7개, 부모협동 4개로 총 574개 시설이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부천시 평가인증제 실적은.




사실 평가인증이 저조한 상태다. 평가인증을 받고자 발생하는 비용문제, 온갖 서류작성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번거로움 등으로 평가인증을 반대하는 어린이집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관계를 유지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분들 역시 평가인증의 취지는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580여 개 어린이집 중 100여 개 시설이 평가인증을 받았고 2010년까지 300여 개를 목표로 조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타운 개발지역에 있는 시설은 평가인증을 받기 어렵다고 하지만 보육서비스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 최대한 만들어보자고 독려한다.




비용발생에서 큰 부담을 가지는 분들이 있는데, 현장에 나가보면 최소비용으로도 평가인증을 받은 시설도 분명히 존재한다. 교회 부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목사님이 있는데 남들이 버린 가구 등을 재활용해서 수납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봤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봤을 때, 이런 시설이 어떻게 인증을 받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얘기한다. 386 컴퓨터가 있고 58 6컴퓨터가 있다. 분명히 두 컴퓨터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386 컴퓨터도 관리를 잘하면, 관리를 못해서 돌아가지 않는 586 컴퓨터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지금의 인증제도는 이러한 ‘관리’ 차원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낡았지만 잘 수리해서 쓰면 되는 것이다.




사실 어린이집 사업 자체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지금의 인증 기준은 인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인가 기준에도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공무원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쉽게 인가를 내줘버린 것이다. 법을 쓴 사람은 전문가적으로 썼지만 해석하는 사람이 아마추어다 보니 형편없는 시설이 늘어났고, 그것을 이제는 평가인증으로 잡아야 된다는 얘기다.




▶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은.




부천의 보육교사 급여는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민간시설은 초봉 100만 원정도이고 국공립은 130~150만원정도 수준이다.




국공립과 정부지원시설은 국가가 지정한 호봉제로 급여가 정해져 있는데 보수 총액이 연간 1500여만 원이고 매달 처우개선비로 17만 원이 추가로 지급되고 있다.




문제는 민간보육시설이다. 앞서 말한 호봉제로 규정할 수 없어서 근로기준법에 따르는 최저임금 87만 원 정도에 처우개선비를 더해서 월 100여만 원을 가져간다.




보육교사들은 엄청나게 많은 초과근무를 하고 있지만 나라에서 다 책임질 수가 없는 실정이다. 나라에서는 10시간만 초과근무 수당을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는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기본급여만 주는 경우가 많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들 돌보고 있지만, 사회의 시선이 그리 달갑지도 않고, 급여가 적으니까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현장에서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 제도 또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하지 않겠나.




▶ 보육료 외 부당청구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보육료 외에 기타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 제도는 아이들 보육료 외에 기타비용을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되어있어 시군별로 비용이 많이 틀리다. 말이 안 되는 비교이긴 하지만 예를 들자면 부천시는 9만 원 선이고 서울시 강남구는 기타비용에 제한이 없다.




올해 부천시에서도 보육정책위원회가 2009학년도 기타비용을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천시는 가능하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서 딱 그만큼만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고, 원장들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기타비용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기타비용에 입학금, 교재비, 원복비가 다 포함되어 있고 매번 지적하는 ‘2만 원짜리’ 영어수업도 포함되어 있다. ‘제발 2만 원짜리 영어를 해야 하겠느냐고’ 묻곤 하는데, 엄마들이 영어수업을 원하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낫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학습지뿐이다.




부천시도 올해 보육조례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 조례는 상위법이 개정되면 바로 맞춰서 고쳐야 하는데 상위법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복잡해져서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 보육시설 문제가 자주 지적되는데.




이 문제는 비율로 봐야 된다. 생각해보라, 유치원과 보육시설은 수적으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일도 보육시설이 훨씬 많다.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까지 때로는 밤 10시, 12시까지 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심지어 토요일까지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아침, 점심에 저녁까지 해먹이기도 하고 간식도 두 번 챙겨줘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요즘 교사들의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제대로 된 교사를 양성하려면 4~5년은 공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보육교사교육원에서 1년 과정을 이수하면 국가자격증을 준다.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국가자격증은 아무나 줘서는 안 된다. 의사는 4년씩 공부하고도 또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하고 간호사들도 엄청난 연습을 하지만 주사는 함부로 놓지 못하게 한다. 사람의 건강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질 보육교사 양성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꾸준히 논문발표 등을 통해 잘못된 정책과 제도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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