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⑲> 부천시의회 주수종 의원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노랫말, 가수 조용필이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 주수종 의원의 통화 연결음이기도 하다.


한 번 사는 인생, 이 노래의 가사처럼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다며 자신이 산 인생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주 의원을 만났다.



시의원 당선되기까지 과정을 얘기한다면.



참으로 굴곡이 많았던 인생이었다. 고향인 경기도 이천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중국집 배달원, 공장 보조원, 철공소 용접공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적녹색약"이라 군대도 면제될 수가 있었지만, 검정고시 합격 이후 특전사에 지원해 중사로 제대했다. 남들이 보면 미친놈이라고 할지 몰라도 웬만한 색은 모두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고 일반 업무에 크게 지장이 없어 억지로라도 군 생활만큼은 잘하고 싶었다.



부천 9공수여단에서 제대하고 아내를 만나 부천에 정착하게 됐다. 전자부품업체도 다녀보고 목조주택을 짓는 회사에도 다니면서 일을 했었지만 번번이 부도가 나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시작한 일이 택시운전이었다. 95년도부터 택시 운전을 하면서 노조 일을 하게 됐고, ‘몰라서 당하는 억울한 일이 없으려면 최소한의 법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신교통 노동조합 위원장, 부천지역 택시노동조합위원회 의장,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부의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2001년도에 여러 위원장들과 함께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문수 지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지역 노동계에서도 정치에 참여해야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뜻있는 사람은 지방선거에 출마해보라’고 권유하셨다.



옳은 말씀이라 생각하고 2002년도 원미구 심곡1동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시 겨루게 됐던 분이 3선에 도전하는 분이었고 결국 낙선하게 됐다.



이후 부천노총에서 활동하면서 2006년도 지방선거 때 임해규 의원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배려로 노동계를 대표해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을 받고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영업 환경은.



부천시에 개인택시 2,474대, 법인택시 988대가 등록되어 있고 그 중 8대의 장애인복지택시를 법인택시회사가 1대씩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개인택시도 어렵겠지만 법인택시 근로자들은 생활이 아주 열악하다. 한 달에 150만원 벌기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승객이 감소한데다 주정차 단속, 서울이나 인천 택시들의 불법영업 등으로 영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러한 민원들 중에 일부는 직접 시 집행부와 논의를 거쳐 해결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불법주정차단속 시스템에서 영업용 차량은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달라고 요구를 했고 CCTV를 여러 군데 설치해 불법영업을 단속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어떤 요구가 있나.



택시 승강장 추가 설치, 개인택시 차고지 증명제 폐지, 카드단말기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 승강장은 역전이나 백화점 근처를 빼고 나면 볼 수가 없다. 부천 같은 대도시에 택시 승강장이 이 정도로 없을 수가 있나.



승강장은 시 집행부와 경찰이 합의가 돼야 설치가 가능하다. 교통의 흐름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택시 승강장을 요소요소에 설치해야 한다. 특히 타 지역 택시가 와서 불법 영업을 하는 상동사거리 같은 곳에 부천택시가 대기할 수 있는 정류장을 만든다면 불법 영업 문제도 해결될 거다.



그리고 개인택시의 차고지 증명제 또한 폐지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고지 증명을 위해 갖다 내는 돈으로 주차장만 배불리고 있는 실정이며, 개인택시의 주차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이 인정되어 이미 폐지한 시군도 있다.



카드단말기 역시 편리하게 교통카드처럼 결제가 편리한 것으로 교체가 되어야 한다. 현재 차량에 설치된 카드단말기는 휴대폰에 연결해서 승인을 받아야하는 등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길은 막히는데 차를 세워두고 카드 결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천에서도 카드 사용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3,400여대의 차량에 카드단말기 부착하는 비용은 12억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즘도 가끔 운전대를 잡는지.



민생투어라고 하면 거창할지 모르겠다. 물론 생계를 위해서도 일을 하고는 있지만 가끔 밤에 나가서 택시 운전을 한다. 그렇게 나가서 일을 하다보면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술을 몇 잔 걸치고 취해서 택시에 탄 손님이 ‘죽겠다’는 소리를 하면 가슴이 아프다. 요즘은 특히 정치권에 대해 쓴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먹고 사는 일이 막막한데 정치권에서는 매일 싸움만 한다고 욕을 심하게들 하신다.



예전엔 여당 편을 드는 손님도 있고 야당 편을 드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야를 따지지 않고 비난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에는 ‘우리 애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원서를 수십 군데를 넣었는데도 취직이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리고 가게를 하고 있는데 손님이 절반은커녕 1/3도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면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지만 문을 닫을 수가 없어 억지로 하고 있다는 손님도 있다.



그리고 가끔 술 취한 공무원을 태우기도 한다. 눈이 마주쳐도 설마 주 의원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나도 끝까지 모른 척하고 태워주지만 가끔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다.



김문수 지사가 요즘 택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수원에 이어 의정부에서도 택시 운전을 했다고 하는데 조만간 부천에 오시면 잘 안내를 해드릴 계획이다. 드릴 말씀이 너무나 많다.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크다. 택시업계가 돈을 못 버는 건 뻔한 사실이지만 노동운동 한답시고 남들보다 더 못 벌었으니...



집사람은 한 번도 쉰 적이 없이 계속 힘든 일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어딜 가도 이모네 식구들이랑 다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애들 학원 한 번 제대로 못 보내고 함께 놀아주지 못해서 더더욱 미안하다.



21살이 된 큰 딸 리혜, 18살이 된 둘째 딸 혜정, 12살 된 아들 영상,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아직까지 거창한 꿈은 없다. 3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것 같다. 벌써부터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은 없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여건이 된다면 대한민국 택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앙부처의 실무자가 되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개선책을 하나씩 풀어내고 싶다. 지금은 함부로 내놓지 못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충분히 논의를 거쳐 개선시킬 자신도 있다.



그리고 입에 발린 소리라고 할지 몰라도 김문수 지사처럼 뭔가 하고자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끝까지 하는 근성을 닮고 싶다. 기억력은 얼마나 좋은지 그 많은 주변 사람들을 다 기억해내고 이름을 불러준다. 모두가 인정하는 부지런함도 닮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수 없는 소중한 인생,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나는 부유하지 않은 서민이다. 구도심이 온통 뉴타운과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힘없는 무주택 세입자, 영세상인 등 서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용산에서 발생했던 끔찍한 사고가 부천에 일어나지 않도록 시 집행부, 추진위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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