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20>플라잉툰(flyingtoon) 임덕영 대표

한국만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부천만화종합지원센터에 둥지를 틀고 밤낮 작업실에 파묻혀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동아사이언스 "어린이 과학동아"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 "미션키트맨"의 주인공, 플라잉툰(flyingtoon) 임덕영 작가를 만났다.


만화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올해로 데뷔한지 10년차가 됐다. 처음 시작은 1996년 공익근무요원 시절, "우리만화연대"에서 주관하는 만화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만화가가 되기 위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만화전문가 과정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나는 좀 늦게 시작한 편이었지만 그 시대에 가장 그림을 잘 그리고 뜻이 좋은 분들이 가르쳐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만화를 하게 됐다. 이희재,김형배,박재동,오세영 선생님들께 가르침을 받은건 영광이자 만화가의 길을 가게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만화 보는 걸 좋아했는데 운명이 되려고 그랬는지 삼촌이 만홧가게를 운영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까지 안 본 만화책이 없을 정도로 파고들었다. 가리지 않고 많은 만화를 봤던 것이 지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부천과의 인연은

부천에 둥지를 튼 지 1년 정도 됐다. 서울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다가 경비를 줄여 운영할만한 작업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부천에서 작가지원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심사를 봤다.

몇 년 전만 해도 부천만화종합지원센터가 그리 인기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경쟁률이 많이 높아졌다. 심사에서 통과가 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되고 24시간 간섭 없이 풀가동되는 것이 지원센터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작업실을 부천으로 옮기면서 집도 이사를 해 반년 만에 부천시민이 됐다. 지원센터에 계신 분들의 반수는 나처럼 부천에 이사를 온 걸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동아사이언스에서 출판되고 있는 "어린이 과학동아"에 "미션키트맨"을 연재하고 있다. 만화와 과학을 결합시켜 매번 색다른 주제를 기획해 아이들에게 미션을 던지면 실험을 통해 직접 해결하도록 하는 독특한 진행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7년에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진행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애정이 많이 간다. 당시 잡지시장이 많이 무너지는 상황이었지만 운 좋게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응용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더 좋았다.

이 책에 함께 연재하는 분들이 그동안 다른 매체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를 올리던 특급 작가들이다. 이 분들과 경쟁하는 것도 기쁘지만 "미션키트맨"으로 순위 경쟁을 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앞으로 "미션키트" 캐릭터를 다양한 분야를 통해 OSMU(원소스멀티유즈)화 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 성공시키고 싶다.

그리고 캐릭터사업인 피규어 제작에도 도전했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정 하나로 뛰어들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향후 산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확신하고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나

만화를 시작할 때, 하고자 하는 열의만 가득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만화산업이 어려워지고 잡지시장이 무너지고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만화계가 엄청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소스멀티유즈가 강조되면서 정부에서 만화산업진흥을 위한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고 만화원작이 영화화되는 등 산업적으로 발전하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연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5,000만원정도 된다. 향후 1년 이내에 1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팀원이 두 명 더 있고, 나만 바라보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데 많이 벌어야 되지 않겠나.

만화도 수익적인 부분을 해결해나가지 못하면 만년 한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적인 요소도 많이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이 변하고 작가들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술 지향적으로 갈 것인지 상업적으로 갈 것인지 초점을 한 곳으로 맞추고 체계적으로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영화도 각 장르가 틀린 것처럼 만화도 캐릭터, 코믹 등의 장르에 맞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해외 진출까지 할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화도시 부천, 어떻게 생각하나

2~3년 전부터 부천만화축제가 이슈가 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만화종사자들 또한 관심을 갖는 축제가 된 것 같다. 축제 기간이 되면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의 만화관계자들과 출판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나도 부천만화축제에 참여한지 6년이 됐다. 6년 전에는 그냥 구경만 하다가 갔는데 3년 전부터 작가부스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년 전에는 작가부스 심사에서 특별상을, 지난해에는 작가부스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천만화축제를 보면 알겠지만 문화는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만화하는 친구들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최소 5년에서 10년은 걸린다. 영화제도 5년 동안은 홍보하고 5년 동안은 키워나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만화영상진흥원 건립 후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올해는 한국만화 100주년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건립을 바탕으로 만화도시 부천이 한 단계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본다.

사실 그동안은 부천이 지역적 한계와 복사골문화센터를 억지로 꾸며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축제가 열리면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관람을 하고 나면 주변에 밥 먹고 시간을 보낼 곳이 없다. 그냥 행사만 보고는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흥원 개원과 동시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쉴 곳이 한 번에 제공되는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행사장, 박물관 등이 다 떨어져 있었지만 진흥원 건물로 한데 모이게 되면 만화가와 기획자 그리고 업체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신인 작가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만화가로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주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적은 힘이나마 나도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얘기했듯이 현재는 ‘미션키트맨’에 집중하고 있다. 미션키트맨 캐릭터를 1차 원소스로 팬시사업, 영상매체나 애니메이션 방송, 과학방송에 등장시켜 원소스멀티유즈로 연장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는 것 외에 독자의 연령층을 높여서 웹 만화에 도전하려고 한다. 웹 만화는 기존에 해왔던 책 만화와 달리 보는 방법과 제작하는 방식, 내용과 연출이 완전히 틀려진다. 웹 만화에서는 나도 신인이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로 하나씩 익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지원을 해준 부천만화산업지원센터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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