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21>김윤주·하일권·이수민 작가

한국만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부천만화종합지원센터에 둥지를 틀고 밤낮 작업실에 파묻혀 그림에만 몰두하고 있는 작가들을 차례로 만났다.

웹툰 1세대로 손꼽히는 강풀을 뛰어넘을 차세대 웹툰 작가 3인방, 김윤주·하일권·이수민 씨를 만나 그들만의 유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제 어떤 작품으로 데뷔했는지.

김윤주(29·여) 2005년에 파란 사이트에서 "군자동 그녀들"로 데뷔했다. 이후 "Self"를 연재했고, 지금은 야후에서 "Are you ready?"를 연재하고 있다.

하일권(28·남) 파란에서 2006년 "삼봉 이발소"로 데뷔했고, 얼마 전까지 네이버에서 "삼단합체 김창남"을 연재하다가 지금은 "영챔프"라는 잡지에 "히어로 주식회사"를 연재하고 있다.

이수민(32·남) 지난해 8월 파란에서 "드림키퍼"로 데뷔했고 현재 작품이 진행 중이다. 파란에서 플레이엔씨 사이트로 이전해서 연재되고 있다.

작업실을 함께 쓰게 된 동기는.

이- (대구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이수민 씨) 셋 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동창생들이다. 당시 가장 명성이 있다는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오게 됐고 졸업 이후 작업실이 필요했는데 하일권 군이 좋은 조건으로 지원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부천에 오게 됐다. 뭐, 쉽게 말하자면 학연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만화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김-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는데 전공을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만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당시 박무직 작가의 만화를 좋아했었다.

하- 만화작가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여서 뛰어들게 됐다. 처음엔 출판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쪽 전공을 하려고 학과에 진학을 했었다. 그런데 군대에 갔다 오고 나서 애니메이션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웹툰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고등학교 때 "반에서 그림 좀 그리는 애"하면 내 이름이 거론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한테 그림 그려주는 재미로 학교를 다녔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만화로 대학을 진학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대학에서 국문과를 전공하다가 군대에서 미대 다니는 동료를 만나 많은 정보를 얻고 제대 후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과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그때 나이가 26살이니까 만화를 늦게 시작한 편이다.

출판만화와 비교되는 웹툰의 특징은.

하- 책으로 출판되거나 잡지에 연재되는 매체가 아니라 웹 형태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보는 것이 웹툰의 특징인데, 최근에 새롭게 생겨나는 웹툰 사이트들이 많다.

김- 네이버, 다음, 파란, 야후 등이 웹툰을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포털사이트다. 우리나라에서 웹툰이라는 장르가 가장 활발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외국에도 개인적으로 웹툰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정식으로 포털사이트에 작가군이 형성되어 있는 나리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된 2000년대 들어서 웹툰이 등장했고 2003년 이후에 1세대 웹툰 작가인 강풀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2차 부흥기는 일권이가 뜨면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김- 하하하 (^0^; )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밝힐 수 있나.

김- 연재하는 포털사이트 쪽에서 회당 원고료를 받기도 하고 작품 단위로 계약금을 받기도 하는데, 신인 작가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들으면 놀랄 정도다. 웹툰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서 삽화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다.

이- 신인 같은 경우 한 달 수입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급여 정도로 보면 된다. 그리고 연간 수익이 얼마가 되는지 산출할 수 있는 작가는 손꼽힐 정도다. 대부분 유지비로 지출이 되고 저축을 할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하- 계약이 끝나면 무직이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백수와 작가를 오가는 직업인 것 같다.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한다면.

이- "드림키퍼"라는 제목의 만화인데 보통 스포츠 만화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스포츠 만화는 아니다. 사람의 꿈을 파괴하는 악마들로부터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한 소녀가 사람들의 꿈을 지켜주는 내용이다.

김- "군자동 그녀들"은 캐릭터마다 특징 있는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자취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명랑만화다.
하- 데뷔작인 "삼봉 이발소"는 못생긴 애들만 걸리는 외모 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이 세상에 돌게 되는데, 이 병에 걸리게 되면 자신감이 없어져 침울해지고 자괴감이 든다. 그런데 머리를 커팅해주면서 병을 치료해주는 이발사가 있다. 병에 걸린 사람들의 소중한 자아를 찾아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독자들의 반응이 즉각 나타날 것 같은데, 악플이 달리기도 하는지.

김- "군자동 그녀들"을 연재할 때 처음에 안 좋은 리플이 많아서 속상했는데 진행이 되면서 점점 반응이 좋았다. 악플도 있었지만 힘이 나는 좋은 리플을 보고 기운 내서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있다.

하- 작품에 대해서 재미없다는 건 상관이 없는데 인신공격하는 악플로 인해 기분이 상한 적이 있다. 내 사진을 보고 그런 것 같은데, 외모에 대한 악플은 사절이다.(웃음)

이- 그래도 일권이는 좋은 리플이 훨씬 많다. 내 그림에는 리플이 많지도 않다.(웃음) 리플이 1000개 정도 달리면 그 중에 한두 개쯤 악플이 달려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텐데, 리플도 적은데 악플이 달리면 마치 그게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도드라질 때가 있다. 하지만 악플도 성의 있게 써주시는 분들이 있다. 최근에 악플다운 악플을 본 게 있는데 "스토리는 중딩, 그림은 초딩"이라고 아주 깔끔하게 써놨더라. 아주 외우고 다닐 정도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중딩보다 낫지 않나요"라고 쓰려다가 참았던 기억이 있다.

만화가 좋아서 하는 일지만 힘든 점도 있을 텐데.

김- 쏟는 에너지에 비해서 원고료를 많이 못 받는 게 힘들다. 그림체에 따라 작업 시간이 틀리긴 하지만 보통 1회를 완성하는데 4일 정도 걸린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돈이 많이 된다.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을 하기 힘들다.

하- 연재를 시작하면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윤주보다 손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1회를 완성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주1회 연재하면 일주일을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한다.

이- 금전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그보다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8시간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쉴 수가 있는데 우리는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게 힘들다. 자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그림에만 매달려 있다. 직장인들은 쉬는 날 재충전해서 다음날 출근을 하지만 우린 그런 시간이 없다. 또 사회생활을 못하니까 인간관계에서 소외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멀어지는 일이 있어 아쉽다.

하- 수민이 형 말처럼 사람을 만나기는커녕, 인간관계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건강도 헤치는 직업이다. 그러고 보니까 좋은 게 하나도 없는 직업인 것 같다.(웃음)
이- 하지만 만화를 좋아한다면 보람 있는 직업이다. 중요한 건 내가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좋은지, 그저 보고 즐기는 게 좋은지를 잘 파악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대학을 진학하고 직업으로 선택하고자 할 때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림을 보고 즐기는데서 만족하는 사람인데 직업으로 선택하면 굉장히 힘들다.

김- 웹툰을 완성해서 책으로 나올 경우도 있는데, 자기 책이 나오게 되면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 출판만화 쪽으로도 연재를 계속 진행하면서 스토리작가로 꿈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강풀처럼 내 만화를 원소스로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함께 작업실을 쓰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작업실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아직 데뷔작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멋지게 완결지어서 작가로서 시작을 무사히 마치고 싶다. 그리고 정부나 기관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작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간간이 있는데 정보를 빠르게 입수해서 지원 사업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일권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권이가 아니었으면 혼자 암울한 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오늘이라도 당장 밥을 한번 사야겠다.

김-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까 집에서는 시집을 가라고 하시는데, 내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가 제작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부모님께서 부러워하시는 다른 집 자식들보다 훨씬 훌륭한 딸로 인정받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대학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곁에 있어준 친구 효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대학 다닐 때 항상 따뜻한 마음과 열정으로 가르쳐주신 이두호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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