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거움을 다른 이의 행복으로”

 

▲ 취미나눔 네트워크 하비뱅크 이기훈 대표

 

천주교 신부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한 이색적인 경험을 가진 하비뱅크 이기훈 대표. 3년차에 접어든 사회적 기업이지만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다는 그는 녹록치 않은 사회적 기업가의 길을 희망과 자신을 지지해주는 파트너 그리고 한 해 한 해 발돋움하고 있는 하비뱅크의 행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취미로 어떻게 사회적 기업이 가능하지란 궁금함이 먼저 드는 ‘하비뱅크’ 이기훈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회적 기업을 꾸려가고 있을까?

 

 

사회적 기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처음엔 신부가 되려고 가톨릭대학교 신학대에 입학했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중퇴를 했다. 중퇴를 하고 나서 간호사인 어머니를 타라서 간병일도 했었고,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 식품회사에도 다니고, 보험일도 했었다. 그러다 대학졸업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을 했다. 그때가 2008년도였다.

 

 

학교에서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김만수 부천시장의 특강이 있었는데, 강의 때 박원순 상임이사가 했던 말이 딱 꽂혔다. 사회적 기업으로 번 돈으로 사회적 기부나 나눔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나눔이나 기부 등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는 점이 멋있었다.

 

그 강의를 듣고 나서 박원순 상임이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취미로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그랬더니 답장이 왔다. 당시 희망제작소 연구원분을 소개 받아서 선배 사회적 기업분들도 만나고, 활동가들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걸 계기로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이 구체화되었고, 2010년도에 하비뱅크를 만들게 되었다.

 

 

취미가 중심이 된 사회적 기업은 생소하기도 하고, 어떻게 사회적 기업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하비뱅크를 준비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아이템은 좋은데 사회적 기업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란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비뱅크는 푸드뱅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음식을 나누듯, 취미를 나눈다는 뜻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다니던 회사도 일도 잘 안 풀려 우울하고 힘든 상황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고, 나도 취미란 걸 가져보자란 마음으로 DSLR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어라? 사진에 재능이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선배를 통해 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 사진가를 활동했다. 결혼식과 돌잔치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날 돌잔치 사진을 찍으라고 약도를 받았는데, 위치가 웨딩홀이나 뷔페집이 아닌 일반아파트였다. 집에서 돌잔치를 할 정도면 부자인가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허름한 임대아파트였다.

 

아이의 아빠가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나를 맞이했고, 집에 가보니 아이가 셋이었는데 막내아이의 돌잔치였다. 아마도 셋째 아이다 보니 돌잔치를 하기에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주고 돌아오는 데 마음이 훈훈하니 좋았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스튜디오 사장님이 자비로 나를 보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진 찍는 내 취미로 누군가 즐거워하고 고마워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눔과 봉사로 이어지면 더 만족스럽단 걸 몸소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는 게 2010년 12월 15일에 하비뱅크를 창립했다. 이날이 우리의 창립기념일인 셈이다. 처음에는 사무공간이 없어 학교 커피숍에서 회의도 했고, 홍보를 위해서 부천, 서울, 인천 등의 복지관을 통해 우리를 알렸다.

 

사진으로 시작한 일이라 기자재도 많았고 공동작업도 많아 우리가 터를 잡고 일할 공간이 필요했다. 마침 부천문화재단에서 공간입주사업이 있어 지원하게 되었고, 그 혜택을 보고 있다. 이곳에서 다른 사회적 기업들도 만나고,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등 다른 지원사업도 할 수 있었다. 2012년에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오정어드벤처란 이름으로 오정지역 학생들과 사진교육과 작업을 같이했다.

 

밴드에도 취미가 있어 밴드교육도 하고 있고, 복지관이나 마을공동체, 대안학교 등을 중심으로 취미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창립 3년차인데 현재 수입이나 하는 일은 어떠한지?

 

현재 주 수입원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홍보자료를 만드는 것과 카탈로그 등 디자인 작업 등이다. 하비뱅크의 현재 직원은 대표인 나를 포함해서 3명이고, 1년 동안의 수입은 5,000만원 전후다. 아직까지 수입이 불안정하고, 직원들 급여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3년 차에 접어둔 하비뱅크로써 처음 시작했던 2010년에 비해 수입도 늘고, 안정적인 운영형태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취미를 통한 CSR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사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이나 문화나눔 등을 의미한다. 기업이나 회사의 직원들에게 취미 나눔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취미봉사와 나눔을 연계하려고 한다.

 

과도기적 시간이지만, 지난 3년 동안 잘해왔던 만큼 앞으로도 희망적일 거라 생각된다. 취미를 통한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숙제이자 이 일을 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다.

 

 

취미나눔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취미를 나누는 사람을 우리는 능력을 기부한다고 해서 능력자라고 부른다. 하비뱅크 초창기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능력자들을 모집했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부분과 함께 신뢰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나만해도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하거나 정보를 얻고자 할 때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나름 능력을 기부하는 사람들인데 내 개인정보 휴대폰 번호나 메일주소 등을 입력하는 게 맞나 고민이 되었다. 지금은 이름과 이메일만 받고 게시판이나 카페를 통해 공지와 덧글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취미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신뢰문제가 발생하다. 예전에 취미나눔에 동참해서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나눔을 하고 싶다는 분이 있었다. 그분과 복지관으로 취미나눔을 하기로 했는데 그분이 복지관에 연락을 해서 하비뱅크라는 팀이 있는건지, 취미나눔을 하러 오는지 확인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능력자를 모집하고 관계맺기 속에서 어떤 신뢰관계를 주고받을 것인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인터뷰 중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며 양해를 구한 이기훈 대표. 짧은 통화 속에 친숙한 대화들이 오간다. 통화를 끊은 후 사회적 기업 선배라며 부천시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는 행복 중 하나는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 이런 저러 도움도 받고 조언을 구한다고. 부천시 사회적기업협의회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는 관주도가 아닌 자발적인 운영과 네트워크가 자랑이다. 부천 사회적경제 지도를 제작하여 사회적 기업을 알리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글: 부천문화재단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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