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80세 최고령 택시기사, 이경노 어르신

  

 

“요즘 낮에 12시간 일해서 번 돈으로 3만원은 가스비로 쓰고 마누라한테 5만원 갖다 줘. 그나마 밥값이라도 버니 다행이지. 7호선 개통되고서는 수입이 2만원 정도 줄었어”

 

부천시 최고령 개인택시 운전자 이경노 어르신, 더운 날씨에 지치실 만도 한데 땀 한 방울 안 흘리신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폼을 잡았더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국가유공자증과 참전용사증을 꺼내시더니 테이블에 ‘탁’ 소리가 나게 올려놓으신다.

 

“나이? 나이는 여기 나와 있잖아, 33년생이라고. 만으로 80이고 우리나라 나이로 81세지. 사는 데? 유공자증에 나와 있잖아... 없어? 그럼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겠네. 나참~ 더운데 뭘 자꾸 물어~”

 

이경노 어르신은 부천상공회의소에서 10여년 정도 운전을 하시다가 정년퇴직을 하셨다. 85년도에 국가유공자로 개인택시를 우선순위 배정받아 지금까지 28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내 나이가 쉰셋이었는데, 정년퇴직하고 나오면 할 일이 없잖아. 할 줄 아는 건 운전밖에 없어서 개인택시 신청을 했지. 택시로 돈 벌던 시대는 끝났고, 지금은 너무 힘들어”

 

이경노 어르신은 요즘 택시로 돈벌이가 힘들다며 크게 한숨을 쉬셨다. 자가용도 늘어나고, 마을버스도 늘어나고, 전철 개통하고, 대리운전 늘어나고, 날씨까지 너무 더워서 손님이 확 줄어들었다고 하신다. 그래도 본인은 개인택시니까 그나마 괜찮은 거지, 회사 택시는 사납금도 제대로 내기 힘든 지경이라고.

 

“부산, 대구, 울산은 기본요금이 2,800원인데 경기도는 아직도 2,300원이야. 이게 말이 돼? 지방에 사는 손님들이 여기 와서 택시 기본요금 보고 놀란다고. 그럼 내가 그래. ‘거긴 한국이고, 여긴 이북이라고...’”

 

어르신은 기본요금에 카드로 결제하는 손님들이 있다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2,300원에 수수료가 57원 빠져나가. 수수료를 택시가 부담하게 하는 것도 불만이야. 카드사용자가 수수료를 내던지 카드사에서 부담해야지 왜 수수료를 택시가 내야하냐고. 게다가 카드로 결제된 것도 3일 뒤에야 입금이 된다고. 주말 끼면 5일이나 있다가 들어오는 거야. 그럼 손님은 그동안 외상으로 타는 거 아니야?”

 

이경노 어르신, 하실 말씀이 너무 많으신데 어디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그간 속에 쌓아뒀던 걸 다 풀어내신다. 그래도 저렇게 역정을 내실 힘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방 갈게...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 마누라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된대. 데려다줘야 돼서 그만 갈게”

 

건강은 어떠신지, 더 하실 말씀은 없는지, 아직 여쭤보고 싶은 게 많은데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신다.

 

“건강해야 오래 일하지. 난 어려서부터 술, 담배를 안했어. 밥도 항상 소식(小食)하고. 자기 전에 밤참도 절대 안 먹어. 아직 안경도 안 쓰잖아. 적성검사 가서 검사 받으면 양쪽 시력이 1.0이야. 대중교통법이니 뭐니 떠들면서 정년을 줄인다, 어쩐다 하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지 뭐~”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어르신을 따라 택시에 가봤다. 반짝반짝 윤이 나게 세차를 하셨다.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적인 지구촌환경보전회 독도지킴이 스티커도 크게 붙여놓으셨다. 차에 멋지게 오르시더니 카메라를 보고 외치셨다.

 

“이렇게 웃으면 돼? 김치~”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