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생각을 굳힌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MB정권 이후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분권과 자치'가 실종됐다고 개탄했다. 원 의원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전망이 없다면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더 이상 위로부터의 개혁에 전망이 없다면 포기할 것인가 고민했다. 내가 찾은 답은 위로부터의 개혁 못지않게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로부터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일을 할 필요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생각을 굳힌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MB정권 이후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분권과 자치'가 실종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원 의원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전망이 없다면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원 의원은 "민주당이 맏형이니까 우리 중심으로 야권연대 해야 한다는 것은 오만이다"며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안철수 의원 쪽에서 야권연대를 쓸모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의원 쪽이 본인들의 정체성을 민주진보 쪽에 있다고 본다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조직통합 같은 것은 어렵겠지만, 연대의 원칙을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이번 10월 재보선이 평소 생각을 실제 상황으로 다시 점검받고 새로운 원칙이 정립되는 과정으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여부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대선개입 같은 명백한 불법, NLL 녹취록을 무단 공개한 것, 결국 국가안보를 국정원 안보에 써먹은 것에 대해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선거개입이야말로 반국가사범행위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또 "민주당은 지난 총 대선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싸움에서 여당에 졌다"며 "지금으로서는 신뢰를 되찾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다"고 말했다.

 

 

"10월 재보선, 실제 상황으로 점검받고 새로운 원칙 정립"

 

다음은 원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계속 정국을 흔들고 있다. 어떻게 보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댓글을 달라고 했느냐,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닌 국정 책임자로서 국가정보기관이 어떠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었다면 정확히 책임을 따지고 국민의 우려가 이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내가 뭘 관계돼 있느냐, 이게 아니라, 국정원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원칙에 어긋난 게 있으면 책임을 따져야 한다. 또 하나,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권력의 사유화 문제다. 국정원의 안보를 위해 '이석기 사건'도 터뜨린 게 아닌가. 국민들은 지금 이 국면에 왜 이석기 사건이 터졌는지 다 안다. 그건 진위와 관계없다. 그래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가 훨씬 커졌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사과한다고 보나.


"그 사람 성질 봐서 사과하겠나. 자꾸 개인 차원으로 끌고 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의 원칙을 재확인하면 된다. 대선개입 같은 명백한 불법, NLL 녹취록을 무단 공개한 것, 결국 국가안보를 국정원 안보에 써먹은 것 아니냐. 그야말로 반국가사범 행위를 한 건대, 왜 국정원의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제대로 된 개혁을 보장하지 않나."

 

 

-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검찰로 넘어갔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나.


"민주진보진영 안에서도 심도 있고 폭넓은 성찰이 필요한 사건이다. 그런데 정권은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소위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 이것은 반시대적인 것이다. 특히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종북 논쟁을 확산시키는 것도 반시대적이다. 여기에 이념논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민주세력을 종북, 혹은 종북과 연계된 세력으로 모는 것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책동은 성공 못한다."

 

 

-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연대를 몹시 비판하고 있는데.


"그 당시 야권연대는 MB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로 국민들이 요구했던 것이다. 그때는 당연히 국민의 뜻을 받들어 야권연대를 추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전히 야권연대는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세력인 새누리당에 맞서려면 모든 민주진보세력이 꼭 단결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야권연대가 추진돼야 한다."

 

 

- 어디부터 어디까지 합쳐야 하나.


"야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연대하자 이건 아니다. 가치와 대안을 중심으로 거기에 합의된 세력이 함께하는 원칙 있는 연대가 돼야 한다. 예전에는 당위였기 때문에 못마땅해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정치세력이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야권연대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당장 조직통합 어렵겠지만, 연대 원칙 포기할 일은 아냐"

 

 

 - 안철수 세력과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안철수 의원 쪽은 연대에 대해 비중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두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정치과정을 통해 현실과 조응하면서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
- 소위 민주당 맏형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이 맏형이니까 우리 중심으로 야권연대 해야 한다, 이건 오만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안철수 의원 쪽에서 야권연대를 쓸모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안철수 의원 쪽이 본인들의 정체성을 민주진보 쪽에 있다고 본다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당장 조직통합 같은 것은 어렵겠지만, 연대의 원칙을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10월 재·보선이 평소 생각을 실제 상황으로 다시 점검받고 새로운 원칙이 정립되는 과정으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
- 10월 재보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기본적으로 야권에 유리하지 않다. 하나는 포항이고 다른 하나는 농촌지역 성향이 강한 수도권 선거구다. 지금까지는 딱 둘이어서 중대 선거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그리고 원래 재보선은 야당에 유리한 게 아니라 여당 몫이다. 최근 MB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재보선 참여율이 높아졌지만, 예전에는 전부 노인 중심의 동네유지 선거였다. 따라서 최근 2~3년간 단기 사례를 갖고 보편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처럼 여당의 지지세가 강한 입장에서는 여기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조건이다."
-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실패한 민주당에 내년 지방선거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민주당은 지난 총대선에서 국민에게서 신뢰를 얻는 싸움에서 여당에 졌다고 본다. 신뢰를 되찾는 길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장외투쟁을 열심히 하고, 국회활동도 열심히 이런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다고 본다."
- 왜 지방선거가 중요한가.

"MB-박근혜 정부에서는 자치와 분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상징적으로 한 가지만, 김대중 정부 때 만든 게 행정자치부다. 자치라는 걸 정부의 양대 기능으로 넣은 게다. 이걸 MB정권에서는 자치를 없애고 행정안전부로 바꿨다. 자치를 행정 안에 포함시킨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그마저도 뒤로 밀었다. 안전행정부. 행정마저 뒤로 밀린 게다. 자치와 분권의 가치를 되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할 결심을 굳혔다. 왜 경기지사인가.

"더 이상 위로부터의 개혁에 전망이 없다면 포기할 것인가 고민했다. 내가 찾은 답은 위로부터의 개혁 못지않게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로부터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일을 할 필요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크게는 중앙정치 대 지방자치라는 점에 착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경기도가 무슨 일을 도맡아 하겠다, 이런 게 아니고 수원시가 고양시가 양평군이 각자 자기 일을 잘 하게 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도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다. 실핏줄이 살아 있어야 신진대사가 잘 되는 것이다. 자치와 분권이 점점 고사돼 가는 상황은 국가발전을 위해 방치할 일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있다."
- 경기도를 어떻게 바꾸고 싶나.

"경기도는 1250만 명의 인구, 대한민국 1/4을 포용하고 있다. 수원 성남 고양 같은 100만의 인구가 사는 광역시급 거대도시들과 전형적인 농촌인 가평 양평 여주 같은 데도 포괄하고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가장 활기찬 지방이기 때문에 경기도를 살려내는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모든 일은 중앙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지방정부는 심부름이나 해라 그럼 지방이 못 산다. 나는 31개 시군이 제각각 자기 색깔을 갖고 화합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하겠다."
- 당내 경선 돌파구는 마련됐나.

"당원이나 민주세력은 누가 새누리당 후보와 겨뤄 이길 수 있나 하는 관점에서 볼 것이다. 본선 경쟁력.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원혜영이 시대정신에 맞는 사람이다, 경력이 아닌 성과를 갖고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에 착목하는 것 같다. 인지도가 낮은 게 현재의 약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지도와 비례해 지지도가 동반상승하는 좋은 조건이 있기 때문에 당원이나 야권의 지지자들을 설득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풀무원 창업, 당시만 해도 유기농산물은 비즈니스모델 안 된다고"

▲ 풀무원 창업자이기도 한 원혜영 의원의 방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업을 실천한 선친 원경선 선생 생전에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 남소연

- 10개월이나 남은 현시점에 서둘러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뭔가.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러니 신중하게 대응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로 그렇기에 더욱 절박하다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뭔가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그 절실성은 어느 때보다 더한 게 아닌가 싶다. 자치와 분권의 문제를 되살리는 것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정파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돼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을 만드는 것도 지금으로 봐서는 결코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충분한 것은 아니다."
- 주소변경까지 해서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했었는데 왜 꼭 경기지사인가.

"보궐선거가 있을 때마다 시민사회와 당의 원로들께서는 저더러 당신 같은 사람이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하셨다. 그때도 오세훈 시장이 갑자기 관두는 바람에 일단 법적 요건을 갖추려고 주소이전을 했다. 저도 수 차례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으나 늘 사양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 나설 게 분명하니까 일단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준비를 했던 것뿐이다."
- 준비된 핵심 공약이 있나?

"개발중심의 난개발 광기가 뉴타운이라는 욕망의 정치로 분출된 상태인데 생존을 위해서라도 패러다임을 바꿀 수밖에 없다. 거기의 핵심은 문화와 교육이라고 본다." 
- 풀무원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원 의원이 창업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런가.

"나는 40대 초반부터 정치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저를 정치인으로 인식한다. 풀무원은 31살에 창업해 만 6년간 경영했다. 아버님(원경선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업을 실천한 분이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렇게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하면 사업적 전망이 있다고 판단했다.
20대 내내 감옥 가고 제적을 당하고 수배당하고 집사람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언론계에서 해직됐었다. 사실은 제가 대학 졸업장도 없지, 정보부 직원의 사찰이 계속되니 취직도 못하지, 결국 자영업밖에 없다고 해서 풀무원을 창업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산물은 비즈니스모델이 안 된다고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유기농산물이 각광 받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측했다. 맛있거나 탐스러운 게 아니라 공해가 없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두부.콩나물로 시작했다. 그게 결국 성장의 기반이 됐던 것이다."
- 원 의원이 20대 때 수배와 감옥, 사찰을 당했던 유신 시대가 박근혜정부에서 다시 어른거린다는 비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할 것은 없나.

"나는 1971년 김상곤 교육감과 환경운동가 최열씨와 함께 강제징집 돼 소총수로 3년간 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때 청와대에서 10대와 20대를 보내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거기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한계를 극복하는 21세기 대한민국 리더가 되라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때 그 시절의 많은 인사들을 등용해 걱정이 많다. 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을 박근혜 대통령이 파악하고 존중하고 실천하고 따르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박근혜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절실하다. 지금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국민 불안과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다시 유신이 올까?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이다. 하던 걸 계속 하는 건 문제가 없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말은 평범하지만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다. 새 술을 자꾸 헌 부대에 담으면 되겠나."
- 끝으로 한 말씀.

"반지의 제왕시리즈 중 간달프가 호빗족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루만은 위대한 힘만이 악을 누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내가 살면서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다. 악을 누르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친절, 사랑, 베품, 배려 같은 일상의 사소한 행위들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사소하지만 절실한 문제들을 챙기는 것이다. 그 일의 일선에 있는 게 지방자치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획일화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살려내고 소외된 작은 시민들을 우리 사회의 주인으로 존중하고 역할하게 하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작은 것을 소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위로부터의 개혁만 중요한 게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장이 되도록 하겠다."

저작권자 © 부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