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위로부터의 개혁에 전망이 없다면 포기할 것인가 고민했다. 내가 찾은 답은 위로부터의 개혁 못지않게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로부터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일을 할 필요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생각을 굳힌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MB정권 이후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분권과 자치'가 실종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원 의원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전망이 없다면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원 의원은 "민주당이 맏형이니까 우리 중심으로 야권연대 해야 한다는 것은 오만이다"며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안철수 의원 쪽에서 야권연대를 쓸모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의원 쪽이 본인들의 정체성을 민주진보 쪽에 있다고 본다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조직통합 같은 것은 어렵겠지만, 연대의 원칙을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이번 10월 재보선이 평소 생각을 실제 상황으로 다시 점검받고 새로운 원칙이 정립되는 과정으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여부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대선개입 같은 명백한 불법, NLL 녹취록을 무단 공개한 것, 결국 국가안보를 국정원 안보에 써먹은 것에 대해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선거개입이야말로 반국가사범행위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또 "민주당은 지난 총 대선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싸움에서 여당에 졌다"며 "지금으로서는 신뢰를 되찾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다"고 말했다.
"10월 재보선, 실제 상황으로 점검받고 새로운 원칙 정립"
다음은 원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계속 정국을 흔들고 있다. 어떻게 보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댓글을 달라고 했느냐,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닌 국정 책임자로서 국가정보기관이 어떠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었다면 정확히 책임을 따지고 국민의 우려가 이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내가 뭘 관계돼 있느냐, 이게 아니라, 국정원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원칙에 어긋난 게 있으면 책임을 따져야 한다. 또 하나,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권력의 사유화 문제다. 국정원의 안보를 위해 '이석기 사건'도 터뜨린 게 아닌가. 국민들은 지금 이 국면에 왜 이석기 사건이 터졌는지 다 안다. 그건 진위와 관계없다. 그래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가 훨씬 커졌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사과한다고 보나.
"그 사람 성질 봐서 사과하겠나. 자꾸 개인 차원으로 끌고 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의 원칙을 재확인하면 된다. 대선개입 같은 명백한 불법, NLL 녹취록을 무단 공개한 것, 결국 국가안보를 국정원 안보에 써먹은 것 아니냐. 그야말로 반국가사범 행위를 한 건대, 왜 국정원의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제대로 된 개혁을 보장하지 않나."
-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가 검찰로 넘어갔다. 이 사건은 어떻게 보나.
"민주진보진영 안에서도 심도 있고 폭넓은 성찰이 필요한 사건이다. 그런데 정권은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소위 색깔논쟁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 이것은 반시대적인 것이다. 특히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종북 논쟁을 확산시키는 것도 반시대적이다. 여기에 이념논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민주세력을 종북, 혹은 종북과 연계된 세력으로 모는 것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책동은 성공 못한다."
-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연대를 몹시 비판하고 있는데.
"그 당시 야권연대는 MB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로 국민들이 요구했던 것이다. 그때는 당연히 국민의 뜻을 받들어 야권연대를 추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전히 야권연대는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세력인 새누리당에 맞서려면 모든 민주진보세력이 꼭 단결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야권연대가 추진돼야 한다."
- 어디부터 어디까지 합쳐야 하나.
"야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연대하자 이건 아니다. 가치와 대안을 중심으로 거기에 합의된 세력이 함께하는 원칙 있는 연대가 돼야 한다. 예전에는 당위였기 때문에 못마땅해도 승복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정치세력이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야권연대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당장 조직통합 어렵겠지만, 연대 원칙 포기할 일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