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문화연대(대표 이완, 이하 아시아연대)'가 부천에 이주해온지 어언 10년째를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천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티가 나지 않아도,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나아가 원주민과 이주민의 화합을 위해, 또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이라는 인식을 위한 변화의 씨앗이 퍼져 튼튼히 자라나길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 가난한 삶을 바꾸고 창업을 원하는 엄마들을 위한 '재봉교육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도대체 뭐하는 곳?


아시아연대는 2000년에 김포에서 설립된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문화센터'가 2004년 '아시아인권문화연대'로 이름을 바꾸고 부천에 둥지를 틀어 이주민을 위한 인권문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완 대표는 "이주민들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곤 하는데 그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기가 어려웠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은 힘이지만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계획하여 시작하게 됐다"고 설립배경을 밝혔다.


이주민들을 위해 설립된 아시아연대는 그동안 다문화 인권교육, 이주민 인권 문화 활동, 네팔 지역 학교 설립 및 사회적기업 설립, 또 이주민 뿐만아니라 함께 한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지역주민과 이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강남시장축제'와 청소년을 위한 '노리터', 주민들을 위한 '주민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정은 실무자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토양을 만들고 이주민과 원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만들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며 "이주민과 원주민은 결국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연대고리를 찾고 서로 이웃으로서 경험을 확장시켜 나가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는 '한국어 교육'과 같은 이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을 주로했지만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다수자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것에 주목해 교육활동과 주민화합을 위한 활동으로 넓혀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문화다양성 존중을 위한 '상호문화교육'


아시아연대의 '상호문화교육'은 이주민이 고국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문화적인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다양성을 즐길 수 있도록, 평등과 인권의식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상호문화교육'는 주로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청소년 기반시설에서 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교육횟수도 늘어나고 있으며 초기에는 학교 학생들만이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일반시민으로까지 확대돼 가고 있다.


강사들은 주로 이주민 선생님들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에서 10년 이상, 많게는 17년 이상 거주했다. 모두 강사교육과정을 이수해 자격을 인증받은 전문 강사진들로 이주민 선생님들은 한국사람과 결혼해 한국에서 자녀를 낳고 또 키우고 있기 때문에 자라나는 자녀들을 대하듯 수업을 준비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정은 실무자는 "상호문화교육은 교육 한 번으로 인식이 변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계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다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주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또 "상호문화교육이 1회성 교육이라는 것이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또 교육 1번으로 아이들의, 시민들의 인식이 바뀐다거나 터닝포인트가 되진 않지만 이 한 번의 교육을 계기로 씨앗이 되는 것 같다"며 "상호문화교육은 사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꽤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사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나 소수자의 권리 보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안목으로 이주민과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데 그 근거가 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빠르게 움직여 우리만의 다문화교육의 틀을 잡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네팔 쁘러거티 마을 '서로서티 초등학교'

다시 돌아간 당신, 잘 살고 있나요?


아시아연대가 한국내 이주민과 원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활동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이주민이었던, 이주노동자였던 귀환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데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아시아연대는 네팔 사무소를 설립해 한국에서 노동이주민으로 활동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가 정착하기 보다는 또 다른 이주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순환의 고리에서 이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있다.


또한 네팔 사무소는 아시아연대와 인연을 맺었던 귀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아시아연대와 상호협력을 통해 한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직접 가난한 이들과 이웃의 친구들이 새로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파트너로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네팔 사무소와 더불어 '네팔 사티'사업은 네팔 빈민아동의 교육과 주민의 자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국이나 중동 지역에서 이주노동을 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한 노동자 가족의 자녀교육과 생계를 돕는 '장학사업',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오토바이정비 교육센터', 가난한 삶을 바꾸고 창업을 원하는 엄마들을 위한 '재봉교육센터', 작지만 이제는 어엿한 학교로 자리잡은 네팔 쁘러거티 마을의 희망 '서로서티 초등학교' 등 귀환 이민자들과 한국의 아시아연대가 협력해 다양한 해외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정은 실무자는 "네팔에 이어서 미얀마에도 학교를 지어 아이들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 근간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다 큰 의미와 보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정은 실무자는 "다름을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다른지,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지도 않고 그것과 만나는 것조차 꺼리면서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요원한 일이 아닐까싶다"며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는 것. 그것이 이주민이든 원주민이든, 누가 먼저가 아니라 결국 손을 뻗는 것은 상호다. 그러니 서로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다름이 두려움이 되거나 차별이 되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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