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날 무료 급식 봉사활동에 나선 임회연·엄길오 학생, 신현숙·이은숙·김기섭·김익겸 씨

 

약 14년여간 송내 남부역 24시 해장국집 뒤편에 마련된 무료급식소에서 매일매일 노숙자와 어르신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비영리 단체 '향기네 무료급식소' 대표 임성택씨다. 무료급식소와 더불어 1년에 2번 경로잔치를 여는 그는 마치 봉사활동을 인생의 낙으로 삼는 듯 보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담담해 보였다. 특별한 일도 아닌 듯이,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무료급식소, 어떻게 14년 동안이나?

임성택 대표는 무료습식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장애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고 무료급식소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 7년간은 무료 급식소 앞 해장국집에서, 이후 8년간 지금까지 이 무료 급식소 장소를 만들어 꾸준히 어르신들께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향기네 무료급식소는 임성택 대표가 급식소 앞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장국집의 이윤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시에서 보조금을 받고 봉사원들의 후원금도 받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매일매일 점심을 대접하는게 넉넉치 않은게 현실이다. 처음 7년 동안 빚도 7천만원이나 늘어나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됐다고 한다. 거기에 가계 보증금도 다 날리며 쫓겨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사실 재정상태가 넉넉하지는 않다고 한다. 4~5월 부터는 계속 적자가 나고 있단다.


임성택 대표는 "그렇지만 계속 적자만 나는 법도 없습니다. 가을·겨울에 재정이 보충되기도 하고 가을·겨울 수입으로 봄·여름을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14년이나 이끌어 왔는데 재정이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 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평일 봉사자들 부족해

힘든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성택 대표는 "지금까지 모든 것들이 준비돼 있는 상태에서 운영한 것이 아니라 없는 상황에서 없으면 없는채로 융통성을 발휘해 겨우 해나가고 있어 사실 모든게 힘들다"라며 "무료급식소 운영에 어려운 점으로 재정적인면도 그렇지만 평일 봉사자들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방학중이라 학생들이 봉사를 많이 나온 상태지만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 방학중 봉사활동이 학생들의 의식함양에 좋기는 하지만 사실 학생들이 많아 원래 꾸준히 나오시던 봉사자분들이 안나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방학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도 없고 봉사자들도 줄어들게 된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그렇지만 꾸준히 7~8년 이상 아이들과 함께 가족 봉사를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임 대표는 "일요일 같은 경우 아이들과 부모님이 7~8년 이상 봉사를 함께 꾸준히 해온 분들이 계시다. 가족이 함께 봉사를 하는 것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데 변함없이 해 온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지 않나. 이분들을 보며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구나, 모든 부분이 남다르구나하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

임성택 대표는 급식소를 하면서 무엇이 가장 즐겁냐는 질문에 "여러사람과 함께 어울려 가는 것,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답했다. 사실 임 대표는 점심을 드시러 오는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이 알다보면 그분들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고 마음만 아픈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또 질서유지가 힘들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급식소 내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 좁은 공간에 60명의 사람들이 1~2시간씩 기다려야 하니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분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도 '내가 사장님하고 친한데'하며 봉사자들의 말을 무시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임 대표는 "연배가 비슷한 분들을 한 곳에 모아두니 초등학교 교실과 비슷해진다. 초등학교 교실같이 서로 대화하고, 싸우고 하신다. 식당 문을 일찍 열어두는 것도 밖에서 기다리며 싸우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봉사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지만 뜻하지 않게 소소한 답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 오래 식사를 하신 분이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찾아와 5만원, 10만원 씩 후원을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10년 동안 얼굴을 마주한 분이 꽃을 꺾어 가져다 주는 등 소소한 답례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대화는 많이 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하며 웃었다.

 

 

부천시민들께서 관심 가져주시길

임대표는 향기네를 위한 부탁이 한가지 있다며 "향기네로 봉사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부천지역 분들보다 인천·서울 지역에서 많이 오신다. 상동·중동에 계시는 분들은 송내를 인천이라고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다. 부천시에서도 송내가 경계에 있다보니 지역적인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지원받는 부분에 있어서도 사각지대에 있다. 때문에 부천시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부천지역 시민분들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향기네가 부천시민들의 봉사로, 향기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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