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영 편집주간

[부천신문] 시가 직영검토하겠다 발표???전국 79개 동일시설 ‘직영’ 전무
시의회 보류결정에 市, 직영밖에 길 없다 한수 더 떠
기존수탁자 반발, 42억 투자했는데 재계약 무시 ‘나가라’ 통보
市, “수익금 전액 재투자 조건 아니면 재계약 못해”

부천시가 설립 후 위탁운영중인 시립 노인의료시설에 대해 직영을 검토 하겠다고 발표해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부천시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립노인복지시설에 대한 민간위탁 동의(안)등이 시의회 상임위원에서 보류됐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대인의료재단에서 운영중인 위·수탁기간이 오는 12월 31일자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더 이상 위·수탁자를 선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전제한 뒤 방법은 시가 직접 직영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식의 설명을 부연했다. 시의 주장은 새롭게 수탁자를 선정하더라도 최소 3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공개모집을 해야 하고 입찰자의 사업계획을 접수해 검토해야 하며, 수탁자 선정 평가위를 개최해 입찰자에 대해 평가하고 기존 수탁자와 인수·인계 등의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단한 방법이 직영이 아니겠냐는 식이다.

이 대목에서 살필게 있다. 현재 전국 79개 시립노인의료시설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서는 무엇을 하다가 이토록 시간에 쫓겨 ‘직영’이라는 무리수를 가장 합리적 대안처럼 말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본래 기존의 수탁자와 재계약 또는 해약시에는 위탁기간만료 6개월 전에 이를 매듭짓도록 약정돼 있다. 그러니 부천시(위탁자)는 지난 2015년 3월 15일자로 기간이 만료되는 수탁자에게 6개월 전인 2014년 9월 15일자에 이 같은 매듭을 지어야 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는 대인의료재단(수탁자)측이 시가 제안한 계약내용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계약내용은 기존의 계약내용과 어떻게 다를까?

기존 내용은 70:30으로 수익이 발생할 때 지분을 배분하는 것인데 재계약은 0:0으로 명예와 봉사만을 강요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이 이렇다보니 수탁자가 재계약에 동의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42억을 기부채납이라는 조건으로 투자하고 시설운영을 하고 있는 터에 수익금을 한 푼도 갖고 가지 말라고 하니, 이는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수탁자는 계약당시 42억이란 돈을 왜 투자했을까? 첫째 70:30이라는 조건과 5년 약정+5년 재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공모에 응했고 낙찰자가 됐다.

그러나 부천시는 1차 위탁약정기간이 끝나자 시립노인의료시설 운영 조례를 개정해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철회하고 시의회에 공개모집 안건(조례개정+재위탁 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0:0으로 안하겠다니 나가라”라는 일방적 통보 후 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시의회는 ‘위탁동의안’을 보류시켰다. 그 까닭도 간단하다. 기존의 조례에 따라 위탁동의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기존 조례와는 상충되는 위탁동의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기존 조례에는 70:30으로 수익금 분배가 명시돼있는데 위탁동의안은 0:0으로 제출됐다. 그러려면 먼저 조례를 개정해야 된다.

물론 개정조례안도 제출됐지만 이 또한 의회에서 문제가 많아 보류돼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지난 14일 행정복지위원회에서 이 두 가지 안건을 다시 심의하자는 김관수 의원의 제안이 투표에 의해 5:4로 또다시 보류됐다.

보류의 원인은 ‘조례는 곧 생활법률과도 같은 것으로 한번 정해지면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듯 반드시 준수하고 형편에 따라 개정을 밥 먹듯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천시의 입장은 이렇다. 대한민국 시립노인의료시설이 수익을 전제로 운영되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부천시만 70:30으로 조례를 만든 것이지 수탁자가 만든 게 아니다. 마치 이에 대한 책임을 수탁자로 돌리고 죄인 취급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닌가 싶다.

70:30이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42억이라는 큰돈을 투자 하겠으며 기간을 5년으로 못 박았다면 공모에 응할 자 또한 있었겠는가 싶다.

“이 모든 것이 불합리하다. 이 불합리한 법(조례)은 지난 정권 즉 홍건표시장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0:0으로 할 테니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

과연 이 같은 태도가 위·수탁자 관계에 있어 갑질이 아니고야 있을 수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보류결정을 내렸고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복지전문가들을 초청해 시립병원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진정 바람직한 것인지 설명회·공청회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례개정과 위탁동의안이 누가 봐도 합리적이고 부천시민을 위하는 것이라는 합의점을 찾아 실현해야만 또다시 조례개정 운운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게 보류를 찬성한 의원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부천시는 의회의 보류결정 하루만에 ‘직영’검토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누가 봐도 납득이 어렵고 환영받지 못할 즉흥적 발상이라는 게 대다수 중론이다.

3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가 직영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은 명분 뒤에 숨겨진 ‘오기’로 보여 진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직영’을 해도 기존 조례가 개정돼야 하고 위탁동의안 대신 직영동의안을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결과는 위탁동의안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수순을 밟아야 되기에 3개월은 무조건 넘길 수밖에 없고 이 또한 기존 수탁자가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법적대응을 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혹여 모를 일이다. ‘직영’으로 조례 개정안을 제출하고 반대하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개개인의 약점을 빌미로 억지로 막아 찬성하게 한다면 ‘부결’이 ‘가결’될는지 말이다.

하지만 본건에 대해서는 위·수탁자간에 그동안 어떤 일련의 사태가 벌어졌는지 삼척동자도 아는 바이며, 특히 수탁자를 상대로 장장 6개월간 특정감사를 벌인 것에 대해 시민들의 눈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염두에 둘 일이다.

끝으로 진정 직영이든 위탁이든 필요시에는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다만 기존의 수탁자의 경우 기존의 조례와 약정서를 믿고 계약을 했다면 비록 조례가 개정된다 해도 이를 소급적용할게 아니라 기존약정대로 최소의 보장책을 마련해줘야만 상생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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