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신문] 요즘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현재처럼 검인정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국정 제도를 다시 도입할 것인지 논의가 한창이다.

얼마 전까지는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국정으로 바꿀 것으로 알려지더니 이제는 검인정은 유지한 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역사교육에서 교과서가 검인정이냐 국정이냐가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발행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적지 않은 공감대를 얻는 것은, 비상조치라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사 교육의 좌편향성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은 2008년 대안 교과서 편찬으로 중간 결실을 보았고, 2013년 교학사 교과서도 나왔다. 그러나 6·25전쟁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게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자료를 싣거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체가 북한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가 수정 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현재의 논란의 핵심은 한국 고등학교 근현대사 검인정 교과서들이 학부모 입장에서 보기에도 심각한 좌편향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분단 고착화라며 깎아내리고,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는 비판하면서도 김일성 세습 독재에 대해선 침묵하는 게 대표적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최근의 교과서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건국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세워진 두 개의 정부 가운데 하나일 뿐 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 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은 일반 국민이 공감할 만한 균형 잡힌 연구를 내놓야 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역사학자들이다. 온 국민이 지혜롭게 총의를 모아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을 올바르게 서술하는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작이 바로 한국사 교과서의 변화이다.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학생들이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둔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국사 교과서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 개편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오류 없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건국이념에 대한 내용이 없는 교과서는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 양심에 따라 사실 그대로 서술된 교과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정직한 교과서,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검인정이든 국정이든, 국가 안보 차원의 눈으로 봐야 한다. 바른 역사교육이 바른 국가를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진국처럼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역사교육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무너뜨리지 못할 올바른 대한민국의 역사 인식을 세워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든 역사는 그 나라의 정통성을 가르치는 과목이다. 검인정이냐 국정이냐는 논쟁에 팔려서 '역사교육 정상화'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민의 자부심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가르치는 것이다.

정수천 교육학박사, 교육문화포럼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