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주 성균관 석전교육원 역사담당 교수

[부천신문] 요즈음 정부의 국정교과서 결정방침에 대해서 사회일각에서 반대의견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국사검정과 이해관계가 다분히 있는 국내 사학계 교수들이 주동이 되어 집단적인 집필거부를 발표하는 등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행 국사교과서 개편에 대한 요구는 해방 후 70년을 맞는 역사광복의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역사적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는 상황에서 일제의 식민사관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아야 하며 이는 필수적인 시대적 요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국정화 작업시 단지 현대사 서술에 있어서의 논쟁이 가중되고 있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이를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정작 국사개정의 주요 포인트가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감춰져 있는 한국 상고사 및 고대사 부문에 대한 개정 논의는 전혀 없고, 주로 아직 검증도 끝나지 않은 현대사 부문에 대해서만 정치단체들의 분쟁이 쟁점화 되고 언론보도가 집중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집권층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이를 외면하고 단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국사개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가능성과 우려로 국민적 불신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제의 역사왜곡에서 올바른 역사관을 갖춘 국사교과서로의 회복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국사개정이 기득권 세력과 반대세력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변질돼 오히려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간직했다고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의 역사와 문화의 단절기가 있어서 식민교육의 후유증으로 우리역사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부심이 없게 되었던 까닭에 정상적인 국가 질서체계가 파괴 되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해방 후 미국 등 서구사상의 급작스런 주입과 쏠림현상은 기존의 올바른 정신문화가 변종되고 홍익사상 등 고대 철학사상의 실종으로 이어져 가치관의 혼돈이 계속 있어 왔다. 더욱이 일제부터 잘못 형성된 보수파에 대한 정통성 시비가 파생되었기에 이처럼 이원화된 사회계층 현상이 생기고 우리나라의 전통과 역사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제의 역사왜곡과 해방 후 서구 사상과 철학의 무차별한 유입으로 인한 혼란기에서 벗어나 질서와 안정을 되찾으려면 이번 국사교과서의 개정을 통한 민족정기의 함양 및 민족적 자부심(Pride)의 회복만이 장차 선진 문화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금의 국사교과서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정치권과 사학계 등에서 특별하게 암투와 반목이 심한 것은 먼저 정치권의 경우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 된 상황에서 각자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현대사를 서술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학계의 집단적 거부행동도 일제 때 훈련받은 친일사학자 및 그의 후학들이 일제 사학자들이 왜곡한 역사관을 그대로 유지해 온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없이 잘못된 기득권과 검정 교과서를 통한 집필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현대사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서술에 있어서 검증기간이 짧고 실존하는 경우에는 그 공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란과 위험의 여지가 크다는 사실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보아진다.

우리사회는 일제 강점기의 식민교육과 해방 후 외세의 개입에서 야기되는 어려움 속에서 원래의 주체적인 한국민족의 정체성 상실과 외세에 기착된 부당한 기득권의 획득에 따라서 사회적 계층의 분열과 국민적 소통과 통합의 부족을 겪고 있다.

오늘날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서 판단해 본다면 정치적 혼란을 지니고 있는 민감한 현대사 부문에 대한 논쟁을 역사서술로서 더욱 연장시키려는 것은 이번 국사교과서 개정에서 시급히 다루어야 할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과 대립만 가중시키고 서로 다른 철학적 이념과 이해관계를 지닌 계층 간에 불만을 가중시켜 한국사회를 오히려 후진시키는 결과를 빚을 것이 자명하다.

이처럼 사회적 분열을 가중시키는 현대사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서술만 쓰고 주관적인 해석을 줄이는데 주력해야 하며 반대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포진된 한국 상고사 및 한일 고대사 분야를 대폭 늘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중국과 일본 등 외세에 의한 한국사 왜곡을 바로잡고 고대사와 근 현대사의 서술비중의 균형을 잡아 정당하게 국사교과서를 새로 편찬함으로써 선진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정신적 기틀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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